[문화뉴스] 한국 단편 소설의 아름다움을 되살린 뮤지컬 '쿵짝'이 프레스콜을 열고 언론에게 그 모습을 공개했다.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가 지난 7일부터 30일까지 동숭아트센터 5층 동숭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쿵짝'은 '사랑손님과 어머니', '동백꽃', '운수 좋은 날'을 재미있고 보기 쉽게 풀어낸 작품이다.

'사랑손님과 어머니'의 주인공인 옥희가 나머지 두 작품의 진행을 돕는 해설자 역을 하는 '쿵짝'은 한국 단편 소설의 매력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다.

주요섭 작가의 '사랑손님과 어머니'는 담백한 원작의 느낌을 살리며 애틋한 두 사람의 로맨스를 아이의 눈으로 그려낸다. 김유정 작가의 '동백꽃'은 '나'와 '점순' 외에도 '닭'을 등장인물로 내세워 무대를 꽉 채울 만큼 많은 인원이 등장해 안무와 코미디로 작품을 풀어간다. 마지막으로 현진건 작가의 '운수 좋은 날'은 원작 소설이 전지적 작가 시점임에 착안해 옥희가 작가 역할을 하듯 나레이션으로 극의 진행을 돕는데 이 과정에서 김 첨지의 슬픔에 너무 매몰되지 않게끔 분위기를 환기하고 또 템포를 조절해 코믹함과 깊은 정서를 동시에 전달한다.

옥희 역에 김보정, 은채원이, 손님 역에 조현식, 이상택이, 어머니 역에 김은영, 서태영이, 나 역에 박정민과 김상두가, 점순 역에 임혜란, 최혜진, 김리가, 점순 닭 역에 오우석과 김대웅이, 김첨지 역에 윤여진과 권태진이, 나의 닭 역에 신혜지와 송나영이 출연한다.

대부분 배역이 더블 혹은 트리플 캐스트로 진행되는 만큼 이날 프레스콜 현장에는 대극장 작품만큼이나 많은 배우와 함께 민준호 대표, 우상욱 연출이 참여했다. 유쾌했던 현장을 돌아본다.

   
 

방송에서 오랜만에 돌아왔다. 어떤 부분에서 가장 신경 쓰며 '쿵짝'을 준비했나.

ㄴ 조현식: 저는 연극을 먼저 했었다. '간다' 팀이 고향이고 다시 돌아오게 돼서 너무 감사했다. 작품을 하면서 가장 많이 신경 쓰고 정성 들인 부분은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손자세대부터 조부모세대까지 밥 먹으며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가족끼리 친해질 수 있는 작품을 만들겠단 생각이 있었다. 연출님이 잘 만들어주시고 관객분들도 행복하게 봐주신 것 같아서 좋다.

   
 ▲ 나의 닭 역의 송나영(좌), 신혜지(우).

'쿵짝' 팀이 팀웍 좋기로 유명하다. 비결이 있다면.

ㄴ 이상택: 잦은 술자리와 여러 다툼, 경쟁, 시기 질투, 그 속에서 피어나는 애정이다(웃음)

어머니는 다른 캐릭터와 달리 소설 속처럼 극적인 연기를 한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ㄴ 김은영: 저는 가장 극적인 거다 보니 확장을 많이 해야 하는데 그게 마음이랑 붙는 게 힘들어서 계속 그 부분에 대해 신경 쓰고 그러면서 재미를 알아간 것 같다.

ㄴ 서태영: 저는 옥희 엄마 나이가 스물넷이더라. 그래서 좀 더 어려보이게 연기했다(웃음). (옥희 엄마와 나이 차이가 꽤 난다) 실제 나이와 차이가 조금 난다.

   
 ▲ 김 첨지 역의 윤여진, 권태진.

어제 있던 에피소드를 설명해달라

ㄴ 서태영: 조현식 배우가 마이크가 고장 나서 다음 씬이 안 넘어가더라. 그래서 풍금을 급하게 쳐서 전개가 원작 소설과 완전 다르게 됐다(웃음).

'쿵짝'을 연습하고 공연하며 자신에게 가장 큰 변화가 있었다면.

ㄴ 김보정: 우선 제가 매우 예쁘다고 생각을 해야 한다. 또 옥희가 여섯 살이라 저와 나이 차가 심하게 나는데 여섯 살이라고 스스로 믿어보니 좀 젊어진 것 같다.

   
 ▲ 점순 닭 역의 오우석과 김대웅.

옥희 역은 사회자를 겸한다. 어려운 점이 있나.

ㄴ 은채원: 사랑방 손님에도 나오지만 다른 작품에도 나오면서 다음 이야기의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 저는 그 전환하는 부분이 매우 어려웠다. 매끄럽게 진행을 해야 하는데 관객과 소통도 해야 하는 점에서 좀 헤맸던 것 같다.

   
 ▲ 점순 역의 김리, 임혜란, 최혜진.

독실한 크리스찬이다. 하나님께 가슴에 손을 얹고 대답해달라(웃음). 김상두와 박정민 중 누가 더 소년 역에 어울리나.

ㄴ 박정민: 성경 보면 주 여호와의 이름을 함부로 얹지 말라고 했지만, 솔직히 하면 상두가 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저는 아무래도 미국물을 먹어서(웃음). 저희가 쇼케이스에서부터 하던 이야기는 책에서 튀어나온 소년 같은 모습이어야 한다고 했는데 상두가 더 어울리는 것 같다.

   
 ▲ 나 역의 박정민, 김상두.

정식 공연으로 첫 데뷔작이다. 극단 스텝부터 시작해서 감회가 남다르겠다.

ㄴ 김상두: 안 그래도 제가 조명 오퍼를 1년 정도 했는데 마지막 극장이 이곳이었다. 그때 같이 작업했던 스텝 친구들이 제가 여기서 데뷔한다고 하니 열심히 하라고 진심으로 응원하고 찾아와줘서 고마웠다. 그렇게 간절히 원한 무대니까 더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어떤 분들이 이 작품을 보러 오면 좋겠는지.

ㄴ 임혜란: 저는 이 세 이야기가 엄마와 손님, 점순이와 소년, 첨지도 그렇고 자기 마음을 요즘 세상처럼 바로바로 표현하지 못한 게 공통점인 것 같다. 고맙다 미안하다 표현하고 싶은데 그걸 잘 못 한다. 사랑을 잘 표현하지 못한 사람들이 공연을 보고 집에 가서 늦지 않게 마음을 표현하면 좋겠다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 분들이 보러 오시면 좋겠다.

   
 ▲ 어머니 역의 서태영, 김은영

김상두 배우와 마찬가지로 대학로 데뷔작품이다. 최혜진에게 '쿵짝'이란?

ㄴ 최혜진: 어려운 질문이다. 마음이고 믿음인 것 같다 생각했다. 이 작품을 우상욱 연출님이 구상하고 쓰신지 몇 년 지났는데 생각으로 친한 사람들끼리 이런 작품 만들면 좋겠다 했던 게 여기까지 와서 기적 같다는 생각이 들고 쇼케이스부터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올 수 있었다. 여러분들이 도깨비 시절부터 하나 된 마음으로 서로 돕고 사랑하며 연습실부터 무대까지 올 수 있던 게 믿음으로 묶인 사람은 모이면 뭔가를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 손님 역의 조현식, 이상택.

'동백꽃'에서 상당히 못난이 비주얼을 표현하고 있다. 비결이 뭔지.

ㄴ 김리: 정말 쉽지 않은 작업이었던 것 같다. 숨긴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구나 했다. 분장 선생님 너무 감사드린다. 선생님 덕분이다(웃음).

   
 ▲ 옥희 역의 은채원, 김보정.

정말 연기하고 싶고 탐나는 역이 있는지.

ㄴ 오우석: 저는 김첨지 역이 탐난다. 정서적으로 깊이 있게 다가가는 인물이란 생각이 들고 해보고 싶은데 너무 어려워 보여서 선배님들이 대단하다 싶다.

ㄴ 김대웅: 일단 다른 역을 말하기 전에 제 역을 탐내는 분이 많이 계시기 때문에 남의 역 탐내지 않고 제 역할에 매진하겠다.

   
 

'쿵짝'에서 좋은 장면을 꼽아 본다면.

ㄴ 권태진: 저희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며 또 음향에 상당히 소름이 돋는 씬이다. 오프닝 때 책 넘기는 소리가 절 소름 돋게 만든다. 작품의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

ㄴ 윤여진: 저도 생각해보면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책을 닫는 장면이 작품의 묘미가 아닐까. 저희가 책에서 나온 사람이란 컨셉이기에. 질문 보고 생각해봤는데 많은 시간 함께하고 노력했다. 어떤 한 장면을 떠나서 만들어간 과정이나 전체 공연 모든 장면이 서로가 힘을 합쳐 만들었기에 의미가 있다 생각한다.

   
 

미국 시카고에서 '미스사이공'에도 한국 사람 중 두 번째로 출연했다. '쿵짝'과 '미스사이공' 중 하나를 고르자면.

ㄴ 신혜지: '쿵짝'을 주저 없이 택하겠다. '쿵짝'은 사랑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ㄴ 송나영: 제가 광주에서 공연하며 감기에 걸렸었다. 첨지 부인 역으로 나오는데 연기가 아니라 진짜 기침이 나와서 속으로 하차해야 하나 걱정했는데 관객들이 연기의 신이라고 호평해서 기뻤던 적이 있다(웃음).

   
 

수많은 창작을 선보였다. '쿵짝'은 그중에서도 새로운 시도였는데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또 '신나는 공연예술'도 설명해달라.

ㄴ 민준호 대표: 우선 '쿵짝'은 창작하신 상욱 형님이랑 이야기할 때도 그렇지만 일종의 주문이 될 거라 생각한다. '쿵짝'하면 옛 책에서 튀어나오는. 그래서 년도도 바꾸고, 서양 단편도, 전설도 훑어볼 수 있게끔 하면 좋겠다. 신나는 공연예술은 '간다'라는 극단 명을 다시 찾아보던 중 나라에서 하는 사업과 잘 맞아서 하고 있다. 병원, 학교를 위주로 지방의 문화를 접하기 힘든 분들 대상으로 가서 '거울공주 평강 이야기'와 '쿵짝' 두 작품을 가지고 공연 배달을 가는 사업이다.

   
 

첫 연출 데뷔다. 소감이 있다면. 연출로 작품 준비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ㄴ 우상욱 연출: 소감은 일단 제가 10년 전에 이 작품을 구상했다. 서른 즈음에 단편 소설들을 제대로 읽어보니 너무 감동적이라 왜 이런 걸 학창시절 때 몰랐을까 싶었다. 한국 단편 소설을 공연으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 지 10년 만에 대학로에서 무대로 만나게 됐다. 기적 같은 일이다. 처음이라 두렵기도 하고 그에 비해 많은 분이 행복해하시는 것 같고 배우들도 기뻐해서 행복하고 좋다. 어려웠던 점은 배우는 자기 배역에 대해 탐구하고 고민한다. 배우와 비교하면 연출은 전체를 봐야 한다. 배우 시절 연출은 그저 잘하는 배우 모아다가 연기 만들고 좋은 스텝 모아다 정리하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쉽게 생각했는데 제가 해보니 모든 것을 같이 하지 않으면 밸런스가 흐트러진다. 각자의 고민대로 해석하며 작품이 흘러가 버려서 처음에 무척 당황했고 내가 같이 이야기하지 않으면 좋은 작품을 만들기 힘들구나 깨달았다. 일주일 동안 밥 한 끼 제대로 못 먹고 스트레스받고 저녁에 술먹고 살찌고, 정말 어렵고 힘들단 것을 느꼈다. 그간 '간다'의 작업을 맡으셨던 민준호 연출님, 이재준 연출님 등이 정말 대단하고 그들이 나에게 연출하실 때 왜 나란 배우에게 이런 코멘트를 했나 싶었던 것들을 깨달았다. 또 다른 면에서 재밌기도 하구나 깨달았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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