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기회 놓치나' 커지는 불안감에 주식 시작
금융위, 오는 3월 16일 공매도 재개
없는 주식 사고파는 공매도, '동학개미' 반발 거세

사진=연합뉴스/11일 하나은행 딜링룸

[MHN 문화뉴스 한진리 기자] 모이기만 하면 주식 이야기다.

지난 11일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재개를 공식화하면서 일명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포모 증후군' 개인 시장 유입 가속화 

새해 들어 코스피가 '꿈의 지수' 3000선을 돌파하며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포모 증후군'을 느끼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고있다. 

포모 증후군(Fearing Of Missing Out·FOMO)은 세상의 흐름에서 자신만 제외되고 있다는 공포감, '나만 기회를 놓치나'라는 불안감과 두려움을 뜻한다. 

포모 증후군이 2030 젊은 세대를 기준으로 확산되는 원인으로는 주식시장의 호황과 심리적·물리적 진입장벽의 완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각국이 코로나19(COVID-19) 위기 극복을 위한 경기부양책으로 막대한 자금을 시장에 풀면서 유동성이 높아졌고, 낮아진 금리와 부동산 규제 등으로 갈 길을 잃은 막대한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며 유례없는 호황을 불러왔다.

실제 작년 3월 코로나19 발(發) 쇼크로 폭락했던 장에서 외국인·기관이 미련 없이 매도하며 떠날 때 '동학개미'로 대표되는 개인 투자자들은 그만큼의 물량을 받아내며 주가를 지탱했다. 3월 20일까지 외국인들은 10조 원어치의 주식을 매도한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9조 원 가까이를 사들이며 주식시장의 붕괘를 막아냈다. (이를 반외세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에 빗대어 '동학개미운동'으로 부른다.)

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V자 반등으로 살아난 코스피가 11월을 기점으로 사상 최고치 행진을 벌이면서 '다들 돈 버는데 나만 못 버나'라는 기조가 확산되자 주식 입문자인 '주린이'들이 대거 시장에 등판했다.

존 리를 비롯한 투자계의 거물들이 연일 미디어에 나와 주식 투자를 권하며 심리적 거부감을 낮췄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손쉽게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물리적 진입장벽이 낮아진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금융 업계에서는 이같은 흐름이 자칫 증시 과열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증시로의 개인들의 유동자금 쏠림 현상이 심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과거의 시각으로 본다면 과열 조짐이 보인다고 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불과 일주일 사이에 10% 이상 가파르게 오른 상황에서 추세 반전이 있으면 조정 받는 속도나 폭은 클 수밖에 없다"며 "자칫하면 시장 전체에 '폭탄 돌리기'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공매도는 '기울어진 운동장'? 개미 곡소리 

금융위원회가 오는 3월 16일 공매도 재개를 공식화했다.

11일 금융위는 "3월 공매도 재개를 목표로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시장조성자 제도 개선,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 제고 등 제도 개선을 마무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융위는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국내 증시가 폭락하자 3월 16일부터 한시적으로 모든 상장사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그간 공매도가 허용됐던 증권사 22곳(시장조성자)의 공매도 참여 종목을 일부 금지하는 규제도 내놨다. 

공매도(short stock selling, 空賣渡)란 주식이나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행사하는 매도 주문으로, 말 그대로 '없는 것을 파는' 행위를 말한다. 가지고 있지 않은 주식이나 채권을 판 후 결제일이 돌아오는 3일 안에 해당 주식이나 채권을 구해 매입자에게 돌려주면 되기 때문에, 약세장이 예상되는 경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활용하는 방식이다.

과열된 종목의 가격을 조정하고 거래가 없는 종목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주가가 하락할때 수익이 나기 때문에 하락장에서 패닉셀(panic sell; 공포에 의한 투매 현상)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는다. 

특히 공매도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반감은 매우 강한 편이다. 그동안 공매도가 기관과 외국인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는 것인데, 공매도가 재개되면 고공질주 중인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반면 금융 전문가들은 공매도가 재개돼도 주가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금융당국은 공매도 재개를 3월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고 내일 당장해도 된다”며 “주가가 상승세인 지금이 공매도 금지 해제의 적기이고 설령 기술적인 조정 장세가 오더라도 공매도가 하락폭을 키운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거철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를 '애국 개미'로 칭하며 공매도 재개 시점을 연장하는 데 힘을 싣는 모양새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2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동학개미'들은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라며 "자본시장에도 애국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추켜세웠다. 

개인 투자자들의 호소가 커지는 가운데, 금융위는 공매도 재개에 앞서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이는 마지막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개인들마다 공매도 투자 한도를 부여하는 식으로 투자 문턱을 낮추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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