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누리 하나없이 비중있는 4개의 바이올린 레퍼토리들”

124() 저녁 730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일본계 바이올리니스트 다이신 카시모토의 연주를 내가 처음 본 것은 11년전인 베를린필의 첫날 내한공연이 있었던 1111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안에서의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 바이올린 협주곡 제1(Violin Concerto No.1 in D Major, Op. 19)을 협연하던 카시모토의 연주때였다.

그 어떠한 연주자보다도 섬세하고 조화로운 톤이 압권으로 카시모토의 연주가 번뜩이는 느낌의 화려함보다는 침착함과 따스함으로 청중을 압도하는 능력이 있는 것을 엿볼 수 있었던 무대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어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The Rite of Spring)’ 연주에서도 베를린필의 상임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가운데 오케스트라 전체를 이끌어나가는 카시모토의 리더쉽이 전세계 모든 악장들의 귀감이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콘서트홀 안에서의 연주현장 기억을 갖고 있다.

다이신 카시모토가 대구 수성피아등에서 리사이틀과 코리안심포니와의 협연 및 대관령음악제등에 협연을 갖기위해 한국을 찾은 적은 몇차례 있었으나 서울 중앙무대에서 듀오 리사이틀을 가진 것은 지난 124일 수요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무대가 사실상 처음인 듯 해서 남다른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에누리 하나없이 비중있는 4개의 바이올린 레퍼토리들을 선보인 일본계 바이올리니스트 다이신 카시모토(베를린필 악장)와 에릭 르 사쥬 듀오 리사이틇 장면. (사진 인아츠 프러덕션)
에누리 하나없이 비중있는 4개의 바이올린 레퍼토리들을 선보인 일본계 바이올리니스트 다이신 카시모토(베를린필 악장)와 에릭 르 사쥬 듀오 리사이틇 장면. (사진 인아츠 프러덕션)

실력으로 서울 관객들에게 검증받겠다!”

에피타이저 같은 소품곡의 연주 하나 없이 따뜻이 다독이고 담백했던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1, 확실히 자유로워보였던 슈만 브람스 디트리히 F.A.E소나타, 소품연주처럼 들린 클라라 슈만의 3개의 로망스, Op.22, 그리고 자신있는 보잉을 볼 수 있었던 로베르트 슈만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의 에누리 하나없는 비중있는 4개의 바이올린 레퍼토리들을 들고 온 카시모토는 실력으로 서울 관객들에게 검증받겠다는 듯 해서 2009년부터 맡아온 베를린필의 실력파(實力派) 악장다웠다.

브람스와 슈만을 중심으로 선보인 다이신 카시모토와 에릭 르 샤쥬의 듀오 리사이틀은 이야기가 겹겹이 쌓여있어 이들 작품에 담긴 무수한 이야기들을 강렬하고도 섬세한 손길로 풀어내며 관객들을 낭만시대의 한 가운데로 이끄는 듀오 리사이틀이었다고 해야겠다.

다이신 카시모토의 듀오 리사이틀을 통해서 확인되는 사실은 다름아닌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소위 전문 솔리스트들에 비해 전혀 뒤처지지 않는 수준의 훌륭한 연주자들이 오케스트라에 몸담고 있다는 새로운 확인이다. 이들의 활동으로 오케스트라가 가지는 매력을 더욱 다채롭게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오케스트라 연주자의 가장 대표적 예시가 2009년부터 베를린필하모닉 악장인 일본인 바이올리니스트 다이신 카시모토인 것으로 많은 오케스트라 관계자 및 음악 전문가들에 의해 적시되고 있다.

때문에 지난 124일 서울에서 가진 카시모토의 듀오 리사이틀은 서로가 영감의 원천이 되어 독일 낭만주의 음악의 꽃을 피워낸 세 작곡가, 브람스 클라라 슈만과 더불어 슈만의 대표적 제자중 한명인 알베르트 디트리히의 작품까지 풍성한 음악 한상을 차려 음악을 만들어간다는 것의 즐거움을 극한으로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는데 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이러한 관객들의 기대를 흡족히 충족시킨 듀오 리사이틀로 기억에 남을 듯 하다.

필자가 1월에 접한 바이올리니스트들의 연주공연 목록을 보자면 에릭 르 샤쥬와 듀오 리사이틀을 가진 다이신 카시모토를 비롯, KBS교향악단과 드보르자크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 체코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슈파체크,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1-5번을 카메라타 솔과 한자리에서 소화한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의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전곡연주 무대의 초대장 무대를 거명할 수 있는데 다이신 카시모토가 올해 2024년 서울 클래식 무대의 첫 바이올리니스트 무대의 주자로 무대에 올랐다는 점에서 신선하고 선명한 인상을 국내 클래식 관객들에게 남기게 됐다.

체코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슈파체크가 체코의 토속적인 보헤미아의 정서를 풍만히 들려준 드로르자크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려줬다면 국내의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는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1-5번의 무려 세시간에 걸친 카메라타 솔과의 협연으로 지난해 막을 내린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의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 연주회에 이어 색다른 족적(足赤)을 남겼다. 이에 반해 다이신 카시모토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악장이 되기 이전부터 솔리스트와 객원악장으로 수많은 오케스트라와 협연했고 또 열정적인 실내악 연주자로서 마르타 아르헤리치, 기돈 크레머, 유리 바쉬메트, 미샤 마이스키등과 긴밀히 협업하고 있는등 솔리스트로서, 실내악 연주자로서 또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 어디 하나 부족함이 없는 카시모토의 면모는 베를린필의 전지전능한 면모의 축약판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국내 연주자들게도 시사하는 점 많이 던져주고 간 듀오 리사이틀

이렇듯 Play-Direct로서, 독주 솔리스트로서 또한 오케스트라의 악장 및 협연자로서 다채로운 면모를 볼 수 있었던 또 하나의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회로는 지난 2021812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인터내셔널 마스터 시리즈의 일환으로 바이올린 리사이틀을 가진 전 서울시향 악장 스베틀린 루세브의 바이올린 리사이틀이 내게는 오버랩된다.

솔리스트, 오케스트라 악장, 실내악 연주까지 클래식 아티스트가 할 수 있는 모든 장르에 탁월한 특별한 아티스트라는 수식어가 붙는 연주자가 바로 스베틀린 루세브다. 화려하고 인상적인 솔리스트, 동시에 모든 단원들을 아우르는 포용력을 가진 오케스트라 악장, 섬세한 호흡으로 음악을 이끄는 실내악단 멤버로서 모든 포지션을 아우르는 탁월한 바이올리니스트의 이름이 스베틀린 루세브이기도 하다.

2년반전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자신의 바이올린 리사이틀을 통해 스베틀린 루세브는 바흐의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파르티타 제2, 이자이의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소나타 제2,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24개의 카프리스중 5개의 곡, 플라우지누 로드리게스 발리의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26개의 전주곡중 두곡의 연주와 외젠 이자이의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소나타 제3번의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팬데믹 시대 와중에 금호아트홀을 뜨겁게 달구며 자신의 바이올린 솔리스트로서의 가치를 유감없이 펼쳐 보였었다. 자신있게 꺼내든 무반주 바이올린 에센셜 프로그램으로 단선율이지만 겹겹이 쌓아 두텁고 꽉찬 입체적인 음악이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입체적 연주로 청중을 사로잡는 느낌을 당시에 가졌었다.

서양 클래식이 유럽 연주자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것이 오랫동안의 관행인 현실인 시점에서 카멜레온 같은 매력을 지닌 만능연주자 일본인 다이신 카시모토의 활약은 그런 관점에서 동양인의 핸디갭을 극복하고 세계최고의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베를린필의 악장으로 우뚝 선 점에서 국내 연주자들게도 시사하는 것이 많은 점을 던져주고 간 듀오 리사이틀이 아니었나 싶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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