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유영국 등 75명 작가, 한국 근현대의 고향 풍경 210여 점 한자리에
“예술가 시선으로 담아낸 우리 땅”…분단·전쟁·산업화의 시대 정서 담아 11월 9일까지 전시

‘광복 80주년, 되찾은 고향의 의미’…국립현대미술관 특별 전시로 만나는 풍경화와 문학의 여정 / 사진=국립현대미술관
‘광복 80주년, 되찾은 고향의 의미’…국립현대미술관 특별 전시로 만나는 풍경화와 문학의 여정 / 사진=국립현대미술관

(문화뉴스 백현석 기자) 국립현대미술관이 광복 80주년을 맞아 오는 8월 14일부터 11월 9일까지 덕수궁관에서 특별전을 연다.

‘향수(鄕愁), 고향을 그리다’라는 제목의 이 전시는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마음에 각인된 ‘고향’의 정서를 미술과 문학, 망명 가사로 풀어낸다.

이번 전시에는 김환기, 유영국, 이상범, 오지호, 윤중식 등 국내를 대표하는 근현대 화가 75명을 비롯해, 전국 각지 미술가들의 작품 총 210여 점과 아카이브 50여 점이 선보인다. 전시에 포함된 작품은 1920~1980년대의 풍경화로, 지역 작가와 각지 풍경을 담은 그림들이 집중 조명된다. 소장품 80여 점 외에도 국내 38개 기관, 개인 및 유족이 소장해오던 귀중한 작품들이 대거 전시에 나선다.

전시 구성은 일제강점기의 땅 상실과 민족의식의 발현을 탐구하는 ‘향토(鄕土)’, 해방의 기쁨과 고향 회복을 다룬 ‘애향(愛鄕)’, 전쟁의 비극을 담은 ‘실향(失鄕)’, 분단과 그리움을 반영한 ‘망향(望鄕)’ 등 네 개의 주제로 마련된다. 각 시기별로 특징적인 작품과 함께, 정지용·백석·윤동주 등 근대 시인의 시와 독립운동가 만주망명 가사 등 문학작품이 함께 병치돼 눈길을 끈다.

‘향토’ 부문에서는 일제강점기 조선의 풍경을 국내외 각 지방 작가들이 인상주의, 수묵화, 그리고 지역별 표현기법으로 담아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상범의 ‘귀로’, 오지호의 ‘동복산촌’, 이인성의 1930년대 수채화까지, 일제 식민지 현실 속에서 민족의식·향토정서를 예술로 승화한 대표 풍경화가 최초 일반에 공개된다.

‘광복 80주년, 되찾은 고향의 의미’…국립현대미술관 특별 전시로 만나는 풍경화와 문학의 여정 / 사진=국립현대미술관
‘광복 80주년, 되찾은 고향의 의미’…국립현대미술관 특별 전시로 만나는 풍경화와 문학의 여정 / 사진=국립현대미술관
‘광복 80주년, 되찾은 고향의 의미’…국립현대미술관 특별 전시로 만나는 풍경화와 문학의 여정 / 사진=국립현대미술관
‘광복 80주년, 되찾은 고향의 의미’…국립현대미술관 특별 전시로 만나는 풍경화와 문학의 여정 /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애향’ 파트에서는 해방 이후 각 작가들이 자신의 고향을 미술적 모티프로 삼아 새 시대의 형상과 희망, 정체성을 탐구한 사례가 다수 포함된다. 손일봉, 문신, 이응노, 김환기, 유영국, 전혁림, 변시지 등은 자신만의 조형세계와 한국적 모더니즘을 고향과의 연관 속에서 창작했다. 광복 직후의 환희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허건의 ‘풍속도’, 이상범의 ‘효천귀로’도 이번 전시에 모인다.

전쟁과 분단의 시기인 ‘실향’ 섹션에서는 남관의 ‘피난민’, 신영헌의 ‘수난’, 장리석의 제주 풍광, 변관식의 ‘무창춘색’ 등이 등장한다. 사실적 재현과 추상·반추상, 내면적 상상력 등 다양한 화법을 통해 전쟁의 참상과 폐허, 그리고 실향민 예술가들의 고통이 녹아 있다.

‘망향’ 코너는 분단의 장기화와 이산의 아픔 속에서도 고향을 되새긴 화가들의 작품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윤중식의 ‘봄’, 박돈의 ‘성지’, 최영림의 ‘봄동산’, 김종휘의 ‘향리’ 등은 고향 상실의 정서와 이상향으로 승화된 고향 이미지를 다양한 시도와 화법으로 보여준다. 이들의 작업에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 실향의 아픔, 그리고 재건의 시대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번 전시는 오랫동안 개인 소장이나 미술관 수장고에 머물렀던 근현대미술의 작품들을 공개하는 동시에, 지역 미술가와 전국 풍경화를 대거 소개함으로써 그동안 수도권 중심에서 볼 수 없었던 근대미술의 다층적 면모를 선보인다. 또한 한국인의 집단적 기억인 ‘고향’과 그에 얽힌 예술적 정서를 풍경화와 시, 아카이브 자료를 통해 복합적으로 조명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김성희 관장은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며 시대를 관통한 예술가들의 시선과 고향의 정서를 풍경화를 통해 되짚어볼 수 있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 관람료는 2,000원으로, 덕수궁 입장료 1,000원이 별도 부과되며, 자세한 사항은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에서 확인 가능하다.

‘광복 80주년, 되찾은 고향의 의미’…국립현대미술관 특별 전시로 만나는 풍경화와 문학의 여정 / 사진=국립현대미술관
‘광복 80주년, 되찾은 고향의 의미’…국립현대미술관 특별 전시로 만나는 풍경화와 문학의 여정 /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사진=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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