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배우 같은 역할 '소피'
▲ 아만다 사이프리드(좌, ⓒ맘마미아! 더 무비)와 서현(우, ⓒ문화뉴스) |
즉, 많은 관객들은 은 작품의 서사가 아닌 다른 것을 소비하기 위해 '맘마미아!'를 수요한다. 세계적인 밴드 아바의 각종 히트곡들로 만들어진 주크박스 뮤지컬이라는 점이 당연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 노래를 통해 관객들은 흥겹고, 현실에서 쌓여진 감정적인 배설을 느낄 수 있다. 노래 역시 익히 들어온 곡이라서 새로울 바가 없다. 즉, '맘마미아!'의 이야기와 음악은 익히 알던 익숙한 것이고, 관객들은 익숙한 것을 어떠한 이유로 재소비한다. 본지에서는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알던 것을 재소비하게 하는 '맘마미아!'의 특이점을 살펴보겠다.
다음으로 소피는 어릴 적부터 애어른으로 성장하였을 것이다. 아버지의 역할까지 담당하는 어머니에게 더욱 큰 사랑과 친근감을 경험한 동시에, 본인 역시 어머니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어머니가 일하러 간 사이 홀로 그 부재의 시간을 견뎌냈을 것이다. 그렇게 소피는 아버지의 결여와 싱글맘 아래에서 성장해왔으며 결혼을 통해 이러한 자신의 콤플렉스를 극복하고자 하지만 결혼 이전에도 그녀는 아주 당돌하고 현대적인 여성으로 보인다. 아버지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은 자신의 가장 큰 상처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으로 생각되므로 소피는 용감했다.
▲ 뮤지컬 배우로서의 길을 시작한 서현 ⓒ신시컴퍼니 |
두 배우는 예쁘고, 몸매가 좋다. 즉, 둘은 자본주의화 된 영화계와 뮤지컬 분야 내에서 연기와 동시에 아름다움을 판매하는 여배우다. 우리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 돈과 권력에 못 이겨 자신을 성 상품화하고, 연기자로서의 인생을 끝내야 했던 안타까운 여배우들을 목격한 바 있다. 그러나 둘은 소피처럼 홀로 일어선 여성상이라고 여겨진다.
먼저 소녀시대 서현은 앞서 붙인 수식어와 마찬가지로 여성 상품화의 대표인 아이돌 그룹이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아이들을 트레이닝 시켜서, 만들어진 배우와 가수를 지향하는 SM 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덧붙여 핑클, SES에 이어 2000년대 후반 여자 아이돌의 역사를 다시 쓴 소녀시대의 멤버이다. 우리는 그녀를 만들어진 무대, 가사 속에서만 만나볼 기회가 있었고, 그녀 역시 어떤 식으로든 활동에 완전한 개인적 자유를 부여받지 못했다.
거대 기획사 속에서 활동하며 자유에 제약을 받은 이전 가수들은 SM을 나가거나 소송을 한 예도 있었다. 그래서 소녀시대의 열풍이 한풀 꺾이고, '마마무', '여자친구' 등 새로운 여자 아이돌이 나올 때 소녀시대도 이전 SM 소속 가수들과 같은 길을 걸을 것인지 걱정이 들었다. 그러나 소녀시대 서현은 적어도 자신의 길을 모색했고, 아이돌 가수에서 뮤지컬 가수로 성공한 옥주현을 멘토 삼아 홀로서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아직 서현이 SM과 소녀시대라는 그늘 하에서 활동하고 있고, 가요 중심의 노래를 부르다가 뮤지컬 노래를 완벽하게 부르기에는 한계점을 가지지만 소피와 같은 주체적인 모습을 서현 자체에서도 볼 수 있었다.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경우 2004년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에서 일종의 악역으로 나온다. 이후 그녀는 단역과 조연을 하면서 배우로서의 꿈을 키운다. 어릴 때부터 음악과 춤에 재능을 보여 11살부터 모델로 활동해 온 아만다 시프리드는 '맘마미아!' 캐스팅에서 수천 명의 젊은 배우들을 제치고 오디션에서 발탁되었다. 당시 'I have a dream'을 부른 아만다는 아바 멤버인 베니에게서 '완벽하다'는 찬사를 받았다고 알려진다.
▲ 소피가 된 아만다 사이프리드. ⓒ맘마미아! 더 무비 |
극의 끝에 소피는 결혼 중간에 파혼하고, 남자친구와 평화로운 그리스 섬을 떠나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식장에서 엄마인 도나가 신부가 된다. 나름의 파격적인 결말이라고 할 수 있다. 소피는 결혼하든 하지 않든 여행 과정에서 자아를 발견하고, 가족의 굴레 밖에서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여자로 성장할 것이다. 도나는 결혼을 했지만, 기존의 성향을 간직한 채 단순한 아내이자 엄마가 아닌 도나라는 여자가 인정받는 가정을 꾸릴 것이다.
자본주의와 남성 우월주의 힘의 논리에서 무력해지고 단순히 소비되는 여배우가 아니라 체제 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찾아가고, 문화적 흐름과 성의 역할을 이끌어 나가는 당당한 여배우 서현과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안주하는 삶이 아닌 모험을 떠난 소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