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작 '장마'부터 폐막작 '오이디푸스 왕'까지
홍익대, 대학로, 달오름극장 등에서 진행

[문화뉴스 노만영 기자] '늘푸른연극제'가 추운 겨울을 지나 봄으로 달려간다.
올해로 5회를 맞이한 '늘푸른연극제'가 지난 5일 시작됐다. '늘푸른연극제'는 대한민국 연극계에 기여한 원로 연극인들의 업적을 기르는 축제로, 올해는 '다시, 봄'이라는 부제를 내세웠다. 원로 연극인들의 무대, 연극에 대한 대중의 관심 그리고 코로나로 얼어붙은 연극계에 따스한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았다.
이번 연극제는 코로나19로 모든 사회가 위축되어 있는 상황에서 관객은 물론 연극인들에게도 무대가 주는 의미를 돌아보는 시간을 선물한다. 또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자 공식적인 개막식을 생략한다.
올해 연극제가 소개하는 작품은 총 5편이다. 개막작 기획공연 '장마'를 비롯해 극단 창작극회의 '나루터', 오태영 극작의 '부드러운 매장', 극단 실험극장의 '심판', 정일성 연출의 '오이디푸스 왕'이다. 이번 연극제에 참여하는 원로 연극인들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현실을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바라보며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늘푸른연극제'의 시작을 알리는 '장마'는 소설가 윤흥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탄생했다. 한국전쟁으로 인한 역사의 폭력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을 증언하는 이야기로 전쟁의 폭력성과 고발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서 상처 입은 영혼을 위로한다. 연극은 물론 영화와 드라마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며 존재감을 과시해온 원로배우 이주실이 전쟁에 나간 아들을 기다리는 봉례를 맡았다. '장마'는 대학로 TOM 2관에서 지난 4일부터 공연 중이다.
전북을 대표하는 가장 오래된 연극 단체인 창작극회는 '나루터'를 올린다. '나루터'는 새마을운동을 중심으로 1970년대 사회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해 낸 작품이다. 당시 개발논리에 밀려 생업을 버리고 고향을 등질 수 밖에 없었던 실향민의 아픔을 밀도 있게 그렸다. 쓸모와 편리로 치환되는 현대 사회에서 가치 있는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현재 우리 사회를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 전망이다.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오는 6일까지 만날 수 있다.
오태영의 '부드러운 매장'은 현대사를 날카롭게 주목한다. '부드러운 매장'은 한 가정의 비극을 통해 모순적인 현대사를 그려낸 이야기로 과거를 묻어두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부모님 세대와 썩은 것은 없애고 새롭게 나아가려는 자녀 세대의 갈등이 사실적으로 펼쳐진다. 만화적 인물들과 성적 모티브 그리고 전복적 상상력이 무대 위에서 펼쳐져 있다. 또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역사적 모순에 대해 진단한다.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오는 10일에 개막한다.
극단 실험극장이 창단 60주년을 맞이해 '심판'으로 찾아왔다. '심판'은 프란츠 카프카의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는 동명 소설을 앙드레 지드와 장루이 바로가 공동으로 각색한 버전이다. 현실 세계와 소외된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명작이다. 이번 '심판'은 50년 이상 무대를 지켜온 실험극장의 원로배우 유순철, 이승호, 반석진, 김창봉은 물론 실험극장의 대표 이한승의 연출로 기대를 모았다. 오는 18일부터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연극제의 마지막을 장식할 '오이디푸스 왕'은 유일한 대극장 공연으로 극단 '미학'의 대표 정일성이 연출을 맡았다. '오이디푸스 왕'은 그리스 3대 비극시인 소포클레스의 작품이자 그리스 비극의 효시로도 유명하다. 이번 '오이디푸스 왕'은 인간 존재의 한계성, 불확실성으로 인해 빚어지는 비극을 다룬 작품으로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역병이 만연해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 세상을 배경으로 "범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끝이 난다. 내년 2월 5일에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진=늘푸른연극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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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연극인들의 축제 '늘푸른연극제' 개막
개막작 '장마'부터 폐막작 '오이디푸스 왕'까지
홍익대, 대학로, 달오름극장 등에서 진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