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48시간만…안전진단 직후 투입된 구조팀이 지하 2층서 찾아

[문화뉴스 김지민 기자] 국내 대표 전자상거래 업체인 쿠팡의 경기도 이천 덕평물류센터에서 지난 17일 불이 났을 때 건물 내부에 진입했다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소방관이 화재 발생 사흘째인 19일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쿠팡 덕평물류센터 내부로 진입하는 관계자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 쿠팡 덕평물류센터 내부로 진입하는 관계자들

소방당국은 19일 낮 12시 10분께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김동식 구조대장(52)으로 추정되는 시신 1구의 유해를 물류센터 건물 지하 2층에서 발견했다.

물류센터 직원 전수조사 결과 등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실종된 인원은 김 대장 1명뿐이다. 김 대장을 찾은 것은 인명 구출 훈련을 받은 구조대 15명으로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 40분께부터 건물에 진입해 수색 작업을 벌였다.

김 대장은 불이 난지 6시간 만인 17일 오전 11시 20분께 화염의 기세가 다소 누그러지자 동료 4명과 함께 인명 검색을 하려고 지하 2층에 진입했다가 홀로 고립, 실종됐다. 당시 김 대장 등이 지하 2층에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창고에 쌓인 가연물을 비롯한 각종 적재물이 무너져 내리며 불길이 세졌고, 11시 40분께 즉시 탈출을 시도했으나 동료들과 달리 김 대장은 건물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즉시 김 대장 구조작업이 이뤄졌지만, 건물 곳곳에 쌓인 가연물질 탓에 점차 불길이 거세지며 건물 전체로 불이 확대해 구조작업은 얼마 안 가 같은 날 오후 1시 5분께 중단됐다.

이후 19일 오전 진행된 건물에 대한 안전진단에서 "구조대 투입해도 이상 없다"는 결과가 나와 구조작업은 곧바로 재개됐고 가족과 동료, 시민 등 많은 이들의 바람에도 이날 김 대장은 건물에 홀로 남은 지 48시간 만에 끝내 시신으로 돌아왔다.

이번 화재는 17일 오전 5시 20분께 지상 4층, 지하 2층에 연면적이 축구장 15개 넓이와 맞먹는 12만7천178.58㎡에 달하는 이 건물 지하 2층에서 시작됐다. 물품 창고 내 진열대 선반 위쪽에 설치된 콘센트에서 처음 불꽃이 이는 장면이 CCTV에 찍혀 전기적 요인에 의해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멀티탭은 지하 2층 창고 근무자들이 에어컨이 없는 지하에서 선풍기를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설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의 멀티탭은 지하 2층 선반을 따라 길게 연결돼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20여분 만에 '대응 2단계' 경보를 발령하고 장비 60여 대와 인력 150여 명을 동원해 초기 화재 진압에 나섰다. 불은 발생 2시간 40여 분 만인 오전 8시 19분께 큰 불길이 잡히면서 앞서 발령한 경보를 순차적으로 해제했다.

그러나 오전 11시 50분께 내부에서 불길이 다시 치솟기 시작해 낮 12시 14분에 대응 2단계가 재차 발령된 뒤 19일 오후 1단계로 하향됐다.

김 대장은 1994년 소방에 투신해 경기 고양소방서에서 첫 소방관으로 일했다. 이후 27년간 하남, 양평, 용인소방서에서 구조대와 예방팀, 화재조사 등 주요 부서를 두루 거쳤다. 응급구조사2급 자격증에 육상 무전통신사, 위험물 기능사 등 각종 자격증을 두루 취득하는 등 인명 구조와 재난 대응에 헌신한 베테랑 소방관으로 알려졌다.

김 대장은 17일 당시 동료들과 함께 건물로 진입하면서 가장 앞서 들어갔고 탈출 시 맨 뒤쪽에서 뒤처지는 이가 없는지 챙기며 후배들이 먼저 빠져나가도록 했던 것으로 알려져 더욱 안타까움을 안기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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