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적인 여행지는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을 생각하게 한다.

내가 당연하게 여긴 이동권, 사회질서, 사회안전과 같은 것들은

자연 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도전적인 여행지는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집트에 도착했다. 카이로 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하는 도로는 상태가 좋지 않았다. 도로는 울퉁불퉁했다. 대부분의 운전자가 차선을 지키지 않았다. 내려서 멱살을 잡고 싸우는 사람들도 보였다. 남수단이 생각났다. 평평한 도로는 내가 어디서나 당연하게 가진 것이 아니었다. 이집트는 첫인상부터 강렬했다.

사막은 같은 공간인데도 시간에 따라 다른 빛을 보여줬다.
사막은 같은 공간인데도 시간에 따라 다른 빛을 보여줬다.

질서를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대부분이 명확했다. 비용을 미리 알 수 있었다. 적어도 길거리에서는 사기를 당할 확률이 희박하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이집트에서는 불확실성이 나를 괴롭게 한다. 비용을 헷갈리는 직원 탓에 새벽 5시에 30분가량을 허비했다. 길거리에서 난무하는 호객행위와 사기로 인해 누구도 믿지 못한다. 질서와 신뢰는 이곳에서 기대하기 어려웠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나는 통화를 하기 위해 잠시 다른 칸으로 이동했다. 함께 기차에 있던 친구들이 잠들어 있어서 말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통화가 예상보다 길어졌다. 다시 친구들이 있는 자리로 돌아가자 아차 싶었다. 친구들이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누구 하나 실종되어도 찾을 방법이 없을 것 같았다. 아스완으로 향하는 열차 안이었다.

친구 중 한 명이 말했다. 조용히 하고 들어보라고. 맞은 편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우리 사진을 찍은 것 같다고. 그들은 핸드폰 화면을 보고 킬킬대며 웃고 있었다. 물증은 없었고 심증만 있었다. 직접 가서 휴대전화를 보여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다들 말렸다. 여행객 신분으로 이곳에서 모험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화가 났지만, 이번에는 그냥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 광경을 가리는 어떤 높은 물체도 없어서, 사막에 누워서 이 은하수를 보고있으면 마치 우주 속에 떠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 광경을 가리는 어떤 높은 물체도 없어서, 사막에 누워서 이 은하수를 보고있으면 마치 우주 속에 떠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사막을 본다.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인간이 쌓아 올린 것임을 생각한다. 이렇게 황폐한 곳에 인간은 많이도 쌓아 올렸다. 내가 당연하게 여긴 이동권, 사회질서, 사회 안전과 같은 것들은 자연 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날 밤하늘에는 별이 많았다. 텐트 밖에 매트를 깔고 누웠다. 밤하늘 속에 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사막에 있었다.

새벽 두 시 반. 달빛이 완전하게 사라져 별빛이 절정에 달하는 시간이다. 밤하늘을 가득히 수놓은 별과 더불어 은하수가 보였다. 지금껏 살면서 경험한 밤하늘 중 가장 아름다웠다. 아무 소리도 없이 고요했다. 황홀하게 멋진 순간인데도, 그 광경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다. 내가 그동안 당연하게 여기고 있던 것들과 함께 여행한 사람들이 이야기가 뇌리를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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