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햄릿 증후군'을 아시는가? "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문제로다"라는 말에서 출발한 이 증후군은 현대인들이 무수히 많은 정보 속에 치여 결정을 잘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문화계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문화뉴스가 이 달의 문화 추천 시리즈를 준비했다. 뮤지컬, 연극, 영화, 전시, 음악회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 콘텐츠 중 문화뉴스가 직접 작품들을 뽑아 추천한다. 10월의 추천 연극은 무엇인지, 지금부터 확인한다.

   
 


'토막土幕' / 연출 - 김철리
출연 – 김정환, 김정은, 황선화 등 / 개막일 - 10월 22일

모든 것을 잃은 한 가족의 몰락과 그럼에도 계속되는 민초들의 '질긴' 삶을 그리는 연극이 있다. 유치진의 처녀작 '토막'을 연출가 김철리가 국립극단과 손을 맞잡고 무대에 올린 것이다. '토막'은 1920년대 일제 강점기하의 궁핍한 농촌과 시대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한국 리얼리즘 희곡의 백미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국립극단 가을마당 레퍼토리로 진행되는 이번 연극 '토막'은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단 11일간 공연된다.

'잠자는 변신의 카프카' / 연출 - 김현탁
출연 - 신현진, 이진성, 최수빈 등 / 개막일 - 10월 7일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인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 원작인 연극이다. 20세기 인간의 존재와 소외, 허무를 다룬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 김현탁의 동시대적 시선과 만나 독특하고 전위적인 작품으로 재탄생되는 것이다. 평범한 세일즈맨 '잠자'가 어느 날 아침 일어나보니 흉측한 벌레로 변해있더라는 설정으로 시작되는 공연은, 단순한 각색 뿐 아니라, 김현탁 연출이 그간 만들어온 작품들로 수평적인 이동을 도모하는 작품이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 어떻게 김현탁의 '변신'으로 재탄생됐을지 궁금한 관객이라면 놓치지 말자.

'만추' / 연출 - 박소영
출연 - 이명행, 박송권, 김소진 등 / 개막일 - 10월 10일

"6번의 리메이크, 24관왕 수상"이라는 화려한 타이틀과 함께 한국 멜로영화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만추'가 연극 무대로 꾸며진다. 국적도, 살아온 배경도, 삶의 방식도 모두 다른 남녀가 우연히 만나 짧고 강렬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단 3일간의 이야기가 진한 멜로의 여운을 남기는 것이다. 믿고 보는 배우 '이명행'과 배테랑 배우들이 함께 호흡을 맞추며 가을을 적실 예정이다.

 

   
 

'미국 아버지' / 연출 - 장우재
출연 - 윤상화, 김동규, 이정미 등 / 개막일 - 10월 20일

지난해 연극계에 한국식 포스트드라마의 새 신호를 알렸던 연극 '미국아버지'가 올해 더욱 세련되고 간결해진 텍스트로 관객들을 다시 찾는다. 연극은 실제로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아들이 알카에다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그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던 한 '미국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더욱이 장우재와 배우 윤상화의 호흡이 다시 한 번 이뤄지게 돼 관객들은 기대를 한껏 부풀게 된다. 공연은 11월 1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진행된다. 지난 여름, '햇빛샤워'로 장우재의 연극 이야기에 흠뻑 빠진 관객이라면, 이 짧은 기간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키 큰 세여자' / 연출 - 이병훈
출연 - 박정자, 손숙, 김수연 등 / 개막일 - 10월 3일

박정자와 손숙, 두 여배우의 캐스팅 소식만으로도 이번 가을 연극계를 핫(hot)하게 달궜던 연극이 곧 개막한다. 한국 연극의 살아있는 역사인 두 여배우를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키 큰 세 여자'에서, 박정자는 죽음을 앞둔 90대 할머니 A, 손숙은 50대 간병인 B 역할을 맡았다. 이번 무대는 세련된 무대미학을 추구하는 연출가 이병훈의 지휘로 진행되는 공연이니 더욱이 두 여배우의 연기대결이 돋보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현대연극의 거장인 에드워드 올비가 쓴 '키 큰 세 여자'가 국내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관객들을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된다.

'태풍기담' / 연출 - 타다 준노스케
출연 - 정동환, 박상종, 오다 유타카 등 / 개막일 - 10월 24일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가 한국을 대표하는 성기웅과 일본의 타다 준노스케의 합작으로 다시 태어난다. '템페스트'는 셰익스피어가 말년에 발표했던 희곡이다. 밀라노와 나폴리라는 두 지역간의 반목과 화해, 그 안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가치에 대해 마술 같은 연극적 환상으로 그려내고 있는데, 이번 '태풍기담(颱風奇譚)' 또한 1920년대 동아시아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배경으로 한국과 일본 간의 불행했던 과거사를 되비춘다고 한다. 그것도 성기웅과 타다 준노스케라는 젊은 세대의 시선과 현대적 감각으로 말이다. 고전의 재해석, 그리고 한일공동제작 연극. 이 두 가지 테마만으로도 연극 '태풍기담'은 연극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작품일 것이다.

'비포 애프터' / 연출 - 이경성
출연 - 장성익, 나경민, 장수진 등 / 개막일 - 10월 23일

이경성 연출은 공간의 역사, 미디어, 몸 등을 연구해 이를 바탕으로 '공연 언어'를 만들어 간다. 이번 신작에서는 돌이킬 수 없는 사건 전후에 놓인 공적, 사적인 기록과 기억을 발굴해 우리의 일상 속 감각들과 연결해본다고 한다. 시대정신을 반영한 새로운 고민과 해석을 제시하는 두산아트센터. 두산아트센터 창작자육성 프로그램 아티스트인 이경성의 신작이 궁금하다면 이경성의 신작 '비포 애프터'를 놓치지 말자.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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