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기다린 관객들의 걱정 반, 기대 반 속 개막한 '비틀쥬스'
브로드-세종! 무더위 물리칠 에너지 제공하려 노력할 것

2021 뮤지컬 비틀쥬스 공연사진_오케스트라 부스에서 올라오는 퍼핏 / 사진 = CJ ENM 제공
2021 뮤지컬 비틀쥬스 공연사진_오케스트라 부스에서 올라오는 퍼핏 / 사진 = CJ ENM 제공

[문화뉴스 문수인 기자] 무더운 여름을 피하듯 도착한 공연장은 시작 전부터 초록빛 조명을 관객에게 비췄다. <비틀쥬스>의 시그니처 색인 초록색이 섞인 조명을 관객들에게 선사하며 시원하게 풀어갈 무대를 예고했다. 

관객석을 무대로 생각하듯 비틀쥬스는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며 공연 유의사항을 직접 설명했다. 벌써 터져버린 웃음보를 겨우 잡은 관객들은 시작부터 큰 박수를 보냈다.

두 차례 연기와 개막일보다 18일 지각한 뮤지컬 '비틀쥬스'가 그간 쌓인 우려와 아쉬움을 연기처럼 날렸다. 무대 세트를 종이접기 하듯 접었다 펼치며 한 치의 지루함도 용서할 수 없는 듯 무대를 빠르게 전환 시켰다. 완벽한 무대를 위해 완벽한 타이밍을 구현한 배우들이 새삼 대단했다. 그래서, 미루는 한이 있더라도 연습하고 또 연습하며 합을 맞춰 완성해냈음을 느꼈다.

2021 뮤지컬 비틀쥬스 공연사진 '비틀쥬스'역 정성화 / 사진 = CJ ENM 제공
2021 뮤지컬 비틀쥬스 공연사진 '비틀쥬스'역 정성화 / 사진 = CJ ENM 제공

무대의 모든 것이 캐릭터, 살아 움직이는 집

아이를 낳을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갑자기 거실 싱크홀에서 유명을 달리한 젊은 아담과 바바라 부부의 집이었다가 빈집이 된 그곳을 투자 목적으로 매입한 찰스와 그의 10대 딸 리디아, 찰스와 결혼을 꿈꾸는 델리아의 집이 된다. 

‘집’이라는 공간은 무한대로 변화한다. 서랍장은 계단이 되어 작은 스테이지가 되기도 하고, 벽은 저승으로 가는 문을 열기도 한다. 그 중심엔 산 자와 죽은 자 경계에서 선악을 오가는 비틀쥬스가 있다. 

대한민국의 비틀쥬스로 이름을 올린 ‘비틀쥬스’ 역의 유준상과 정성화, 이 둘이 아니면 소화해낼 수 없을 정도로 뮤지컬의 다양한 경험치를 요구하는 역할이다. 체력전이라고 해도 무방한 ‘비틀쥬스’의 활동력으로 관객들에게 에너지를 제공한다.

2021 뮤지컬 비틀쥬스 공연사진 '비틀쥬스'역 유준상/ 사진 = CJ ENM 제공 
2021 뮤지컬 비틀쥬스 공연사진 '비틀쥬스'역 유준상/ 사진 = CJ ENM 제공 

두 번의 연기, 커진 기대감으로 본 무대! 영혼까지 갈아만든 무대!

원작 영화와 다른 지점인 엄마를 잃고 그 트라우마에 빠져있는 소녀 리디아가 있다. 리디아는 자신의 삶을 ‘암실’이라고 하며 다른 디자인의 검은 옷만 입은 채 등장한다. 공연 내내 그럴 줄 알았던 리디아의 옷이 극의 이야기가 절정에 치달을 때 강렬한 색으로 전환된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리디아의 감정에 따라 변하는 흥미로운 의상 변화를 무대로 직접 확인해보시길 바란다.

뮤지컬 <비틀쥬스>의 앙상블은 오프닝부터 끝까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화려한 군무와 다채로운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비보이가 포함된 앙상블은 시작부터 끝까지 비틀쥬스와 함께 무대를 형형색색으로 채워갔다. 아크로바틱과 춤, 시원한 가창력이 한데 버무러져 공연의 밀도를 높혀갔다.

2021 뮤지컬 비틀쥬스 공연사진 비틀쥬스 앙상블 / 사진 = CJ ENM 제공
2021 뮤지컬 비틀쥬스 공연사진 비틀쥬스 앙상블 / 사진 = CJ ENM 제공

결국 ‘삶’에 대한 고찰과 탐구, 뮤지컬 ‘비틀쥬스’

뮤지컬 ‘비틀쥬스’는 죽음이라는 단어에 두려워하지 않는다. 인간의 본능이라면, 공연 속 죽음에 대한 언급에 놀랄 수 있겠지만, 이미 이 세상도 저세상도 아닌 곳에서의 ‘비틀쥬스’는 담담하다. 

갑작스러운 리디아의 깨달음과 간간이 배치된 막장 요소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미국식 유머와 정서를 풀어내기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었지만, 퍼포먼스와 스토리에 밸런스를 적절하게 맞추면 어땠을까 하는 작은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2021 뮤지컬 비틀쥬스 공연사진 리디아 / 사진 = 세종문화회관 제공
2021 뮤지컬 비틀쥬스 공연사진 리디아 / 사진 = 세종문화회관 제공

배우 유준상이 뮤지컬 ‘비틀쥬스’의 오디션을 본 이유도 이 작품이 담은 궁극적인 주제가 자신의 생각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삶을 살아가는 동시에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 그것과의 공존은 인간의 존재 자체를 허무하게 만들기도 한다. 결국 죽으면 끝인 허무함을 느끼기 전에 어떻게 일상을 대해야 하는지, 삶의 태도와 자세를 유쾌하게 제시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매일같이 느끼기 어려운 일상의 소중함은 사실 어디서라도 느낄 수 있지만 죽어본 자만큼은 확실히 알려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 그저 주어진 오늘 같지만 마지막 일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살아갈 것, 그래서 당신의 하루가 귀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말이다.


2021 뮤지컬 비틀쥬스 포스터 / 사진 = CJ ENM 제공
2021 뮤지컬 비틀쥬스 포스터 / 사진 = CJ ENM 제공

한편, 뮤지컬 <비틀쥬스>는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영화감독 팀 버튼의 초기 대표작인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탄생된 작품으로 유령이 된 부부가 자신들의 신혼집에 낯선 가족이 이사 오자 이들을 쫓아내기 위해 유령 ‘비틀쥬스’와 벌이는 독특한 이야기를 다룬다. 

2021년 여름, 기상천외하고 발칙한 무대적 상상력으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비주얼 스펙터클을 선사할 뮤지컬 <비틀쥬스>에는 유준상, 정성화, 홍나현, 장민제, 이율, 이창용, 김지우, 유리아, 김용수, 신영숙, 전수미가 출연하며, 2021년 7월 6일부터 8월 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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