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정선미술관을 다녀와서

 
[글] 문화뉴스 아띠에터 아빈(婀贇) kim.abin.beautiful@mhns.co.kr 시인 겸 철학자.

[문화뉴스] 빡빡한 건물, 도시 풍경들이 서울의 모든 것은 아닐 것이다.

비록 분단으로 갈라져 있지만 금강산도 우리나라의 자연스러운 자연이요, 옛 조선시대에 보면 산과 강과 바다를 벗삼아 노닐던 선비들의 모습을 당연스레 봐왔다.

우리는 가장 한국적인 것을 잃은 걸까? 자연을 잃어버리고선 한국의 미를 논할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겸재(謙齋) 정선(鄭敾)은 우리나라 진경산수화의 지평을 연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그림과 일대기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미술관이 생겼으니, 이는 양천향교 옆에 7년째 문을 연 겸재정선미술관이다.

   
 

겸재는 우리나라 미술사를 꿰뚫는 당찬 지식인이자 예술가라고 말할 수 있다. 남종산수화를 기본으로 하였지만 그 바탕에는 한국적인 토속 문화가 서려있다. 문화라 함은 자연을 포괄, 사람들의 의상, 생활방식을 일컫는다. 결국 한국의 진경산수화종(畫種)을 확립하는 대업을 전 생애에 걸쳐서 완성했다.

초기에는 실경산수라는 말에 어울리듯이 지도의 부분처럼 자세히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그 전시대에 유행했던 관념산수화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우리나라 미술사의 획기적인 사건이라 하겠다. 또한 이에 따라 부수적인 효과가 나타났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실제모습을 자연과 함께 그려내어 풍속화적인 느낌도 함께 준다. '백천교'그림을 보면 산수도 잘 나타나 있지만 물을 감상하는 선비들의 모습도 잘 나타나 있다. 환경 뿐만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자세히 관찰하게 되는 것을 보면서, 옛날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생생하게 이해하게 된다.

실경산수화로 시작했기에 관념산수화와는 다른 관찰과 또한 이를 통한 통찰력으로 관념산수화 만큼의 감동과 실익을 준 것이 겸재의 진경산수화이다. '박연폭포'를 보면 큰 물줄기 아래 사람들이 작게 밑에 경치를 감탄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우리도 시선을 그들과 함께 두면 폭포가 위에서 우렁차게 떨어지는 대광경을 보고 자연의 경이감을 함께 느낄 수 있다. 그저 그림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함께 실제로 자연을 탐구하는 자세로 본다면 그 그림의 감동을 더 느낄 수 있는 것이 진경산수화의 묘미일 것이다.

   
 

후기에 가서는 위와 같은 사실적인 화풍을 넘어서 좀 더 원숙하고 정신적인 부분도 포괄하는 그림을 그리게 된다. 겸재정선미술관에 가면 금강산의 한 풍경을 30대와 70대에 다른 나이에 그린 것을 비교할 수 있는데, 70대에는 좀 더 대담한 필치와 부드러운 느낌으로 30대보다 생략과 중심을 둬야 할 풍경을 단 숨에 그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기존 실경산수화에 좀 더 관념산수화적 요소를 섞어서 한국의 정신적인 부분까지 표현한 진경산수화를 완성했다 볼 수 있다.

   
 

사실 관념산수화라는 것은 원래 산수가 있고 나서야 생긴 터, 산수 자체가 정신의 함양과 기운을 북돋기에 선비들이 많이 그리면서 수양을 했을 것이다. 실경을 하더라도 거기에는 그 정신을 빼놓을 수가 없고, 당연히 관념적인 부분도 수용하게 되는 것이 산수화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는 산수화의 의미를 처음부터 되짚어 보는 광경이며, 관념에서 실경, 그리고 또 다시 관념으로 헤겔의 변증법을 통해 진리를 추구하는 겁 없는 용기와 자유와 그림에 몰입하는 경지가 만들어낸 걸작이라 감히 평한다.

   
 

이제 봄과 여름이 오고 있는 4월에 한국의 자연풍경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정선 미술관에서 마음의 휴식과 정신의 올곧음을 가다듬는 것도 좋은 휴일을 만끽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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