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연습실에서 오페라 '사랑의 묘약' 연습이 진행됐다. ⓒ 세종문화회관

[문화뉴스] 한국과 이탈리아의 맛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오페라 연습 현장이었다.

마치 한국식 상차림이 올려진 연습 현장엔 오페라 가수들의 이탈리아어 노래 가사가 흘러나왔다. 5월 4일부터 8일까지 서울시오페라단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올리는 도니제티의 1832년 작 오페라 '사랑의 묘약'이 그 현장의 주인공이다.

'사랑의 묘약'은 시골 마을에 사는 젊은 남녀인 '아디나'와 '네모리노'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이탈리아 연출가 크리스티나 페쫄리가 선보이는 작품이다. 페쫄리는 세계적 오페라 축제인 '푸치니 페스티벌'에서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잔니 스키키' 등을 연출해 찬사를 받은 이탈리아 대표 여성 연출가 중 한 명이다.

페쫄리는 '사랑의 묘약'의 원작과 도니제티의 오페라를 다시 연구해 오늘의 서울에 맞는 작품을 새롭게 구상하고자 했다. 페쫄리는 작품제작 회의를 위해 지난해 한국에 방문했을 때,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며 연출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전했다. 그는 고전적 전통과 현대적 문물이 함께 공존한 구한말 시기를 배경으로 삼았으나, 역사적 사실에 국한하지 않고 동화적인 느낌으로 작품을 그려내고자 했다.
 

   
▲ 크리스티나 페쫄리(가장 왼쪽) 연출이 디렉션을 주고 있다.

또한, 오스트리아에서 활동 중인 민정기 지휘자가 음악을 이끌며, 여자 주인공 '아디나' 역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부문 아시아인 최초 우승자인 소프라노 홍혜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콩쿠르 우승자 소프라노 박하나, 베를린 코미쎼오퍼에서 주역으로 출연한 소프라노 김민형이 출연한다.

남자 주인공 '네모리노' 역엔 독일 하노버 극장을 비롯한 유럽 극장에서 솔리스트로 활동 중인 테너 허영훈, 마리아 칼라스 국제 콩쿠르 특별상을 받은 테너 진성원, 베르디 국제 콩쿠르 3위를 차지한 테너 윤승환이 맡았다.

약장수인 '둘카마라' 역엔 유럽 전역에서 주역 가수로 활동 중인 베이스 양희준 교수, 스위스 제네바 콩쿠르에 입상한 베이스 김철준, 독일 뉘른베르크 극장 전속 솔리스트를 역임한 베이스 전태현이 나온다. 여기에 '벨코레' 역에 벨베데레 콩쿠르 우승자 바리톤 한규원과 석상근이 함께 무대에 등장한다.

20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연습실에서 연습 공개 행사와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참관한 가운데 열린 이 날 질의응답엔 이건용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을 비롯해 출연 오페라 배우들, 민정기 지휘, 크리스티나 페쫄리 연출이 참석했다.

페쫄리 연출은 "한국에서 작업하는 데 좋은 오페라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감동적"이라며, "이탈리아에선 오페라가 많이 시들어가고 있는데, 한국에선 살아나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 그래서 지금 최선을 다해 작업해 한국 관객들에게 찾아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의 작품 이야기를 들어본다.
 

   
▲ 크리스티나 페쫄리 연출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랑의 묘약'을 연출한 소감을 듣고 싶다.
ㄴ 크리스티나 페쫄리(이하 페쫄리) : 지난해 여름 이건용 단장이 어린이 관객들이 많이 온다는 말을 듣고, 현실적인 것이 아니라 동화적인 것을 원했다. 동화로 선택을 잡으면서 동시에 고전적인 이야기를 가져오게 됐다. 시대는 확실히 한국의 어느 연도인지 확실하게 선택한 것이 없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정도를 잡고 진행을 하려 했다.

동화적 연출이 가장 잘 드러난 장면은 무엇인가?

ㄴ 페쫄리 : 서곡부터 동화적 요소를 가져가기 위해 노력했다. '네모리노'의 꿈이 등장하는데, '아디나'가 비눗방울로 하트를 만들어주는 것이 동화적 색체로 들어간다. 그런데 그 꿈이 악몽으로 끝이 난다. '아디나'가 '네모리노'를 거절하기 때문이다. '아디나'가 점점 커지고, '네모리노'가 작아지면서 다가갈 수 없는 여자로 그려진다. 그리고 '네모리노'가 다른 농민들과 섞여서 일하는데 넋이 나간 표정으로 보이는 것이 첫 장면이다.

그 장면 외에도 '네모리노'가 묘약을 마시고 노래를 부를 때도 동화적 요소를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사랑의 묘약' 오페라가 우리 시대에 만들어졌다면, 드라마와 코미디가 합쳐진 요소가 됐을 텐데, 이런 요소가 음악에서도 잘 드러난다.
 

   
▲ 서울시오페라단 이건용 단장이 연습을 설명하고 있다.

이번 작품을 하게 된 배경을 듣고 싶다.
ㄴ 이건용 : 오래전부터 상설공연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매년 그때가 되면 세종문화회관에서 그 오페라가 공연되는 것이다. 처음엔 '아이다'도 생각해봤다. 두 번 하면서 가능성을 봤는데, 너무 스펙타클하고 규모가 큰 작품이었다.

그래서 규모가 좀 작고, 무엇보다 가족들이 좀 더 행복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면 좋겠다 생각해 '사랑의 묘약'을 찾았다. 누가 봐도 무슨 이야긴지 알 수 있고, 요즘 시대에 거짓말해서라도 사랑이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싶었다.

페쫄리 선생님이 '일 트리티코'를 연출했고 참 좋았지만, '수녀 안젤리카' 작품에 매우 감동했다. 그래서 그 가능성을 타진했다. 작년 7월에 작품을 하고 싶다고 했고, 편지를 보내 가족 오페라이니 사랑의 메시지를 동화적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콘셉트를 보내게 됐다. 연출에 따라 나는 리얼리즘만 하니 이것을 만들지 않겠다고 할 수 있는데, 같이 통하는 점이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작품 출연 소감을 들려 달라.

ㄴ 홍혜란 : 대학교 다닐 때 했던 오페라 역할이 '아디나'여서 많이 그리웠다. 약 10년 전, 재미나게 즐겼던 오페라인데 그것을 다시 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그래서 한국에서 데뷔한다면 '아디나'를 꼭 하고 싶었는데, 서울시오페라단에서 제의가 와서 한다고 했다.

해피엔딩의 작품인데, 행복한 오페라 중 하나고 앙상블과 즐기면서 연습할 수 있어서 좋다. '아디나'는 처음엔 도도한 여자인데, 특히나 이번 오페라에선 더 도도한 여자인 것 같다. 그러다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뜨고 변해가는 과정이 있다. 진정한 사랑을 알아가는 감정을 가장 중점에 뒀다.
 

   
▲ 홍혜란 소프라노가 '아디나'를 맡은 소감을 전하고 있다.

양희준 : 오페라를 많이 했는데, '사랑의 묘약'에 출연해서 영광이다. 출연자 중에서 어느덧 제일 선배가 됐다. 작업하는데 너무 재밌고, 연출가, 단장님 등 도와주시는 모든 분이 열심히 하고 있다. 물론 약장수라 거짓말을 하는 캐릭터 '들카마라'를 맡아서 이 말이 거짓말일 수 있다. (웃음)

이번 오페라 하면서 거짓말이어도 좋으니 세상이 밝아졌으면 좋겠다. 진정한 사랑을 두 남녀가 찾듯이, 그런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작업하면서 여러 도전이 오는데, 짜증 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힘으로 바뀐다.

이건용 단장님이 나의 은사님이다. 은사님이 초대해주셔서 감사하고, 우리 사랑하는 모든 출연자분과 우리나라서 오페라를 사랑하는 팬분들이 이번 기회에 좀 더 재밌게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오페라가 부흥되어서 문화를 돌리는 힘이 됐으면 좋겠다.

허영훈 : 유럽에서 오페라를 데뷔한 작품이 '사랑의 묘약'이다. 꽤 오래전 일인데, 내가 한국에서 거의 오페라를 하지 않아 이게 데뷔작이랑 비슷하다. 한국과 유럽이 오묘하게 일치해서 감사하게 하고 있다. 내용 자체가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굉장히 행복한 분위기에서 연습하고 있다. 스스로 감사하게 일을 잘 준비하고 있는데,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한규원 : '벨코레' 역할을 이전부터 많이 맡아왔다. 여러 연출자 선생님과 해왔지만, 이탈리아 오페라를 이탈리아 연출이 와서 디테일함을 잘 살릴 수 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탈리아 말만의 뉘앙스나 역사적, 문화적 배경에서 오는 인물 표현방법을 통해 이탈리아 맛을 느낀다고 생각해 재밌게 하고 있다.
 

   
▲ '벨코레'를 연기한 바리톤 한규원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픈 연습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배우들에게 디렉션을 많이 요구했다.
ㄴ 페쫄리 : 지금 출연하는 분들이 너무 잘해주고 있다. 지금 작업하는 수준이 거의 이탈리아 가수라 생각하고 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정말 단어나 리액션 하나하나 정확히 하고 있다. 그래서 어려운 작업을 진행 중인데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 단순히 단어가 어려운 것뿐 아니라 연기까지 요구하는데도 정말 훌륭하게 소화해주고 있다.

정확히 한국적 요소를 어떻게 집어넣으려 했나?

ㄴ 페쫄리 : 지난해 11월 한국에 왔을 때, 단장님 초대로 민속박물관 등을 방문했다. 김홍도 그림이나 한국 민속 작품의 인상은 유럽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농촌의 모습과 공통점이 많다고 봤다. 여기에 김홍도의 수묵화적으로 풀은 작품이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민속 작품이 공통점이 있다고 봤다. 그래서 무대, 의상 디자이너에게 두 가지를 잘 섞어서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을 통해 한국 역사, 특히 전쟁사에 대해 많은 인상을 얻었다. 그래서 '벨코레'에게 코믹한 요소보다 더 진지하게 담아가려고 했다. 여기에 해피엔딩으로 이끌어가는 결말을 보여주고 싶었다.

한국적 요소를 넣었지만, 이탈리아 정서가 많이 담겼기 때문에, 어린이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ㄴ 이건용 : 우리는 어린이들을 위한 오페라이기보단, 가족 오페라 개념을 설정하고 있다. 어린이도 있지만, 부부도 있는 것이고, 장인·장모님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의미에선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동화가 필요한 존재다. 그래서 3대가 같이 와서 볼 수 있으면 매우 좋겠다는 생각하고 있다. 아이들만 재밌게 볼 작품은 아니라고 본다.
 

   
▲ 민정기 지휘자가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작품을 지휘한 소감은?
ㄴ 민정기 : 유머러스한 부분은 유머 있으면서도, 진지한 부분은 진지하게 한다. 극명하게 대비되는데, 목표는 지루할 틈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에 중점을 뒀다. 또한, 이탈리아 사람이 와서도 다 이해할 수 있는 발음과 표현을 만들려고 했다. 그래서 연습 초반기엔 템포를 늦추게 해서 대사를 한 사람, 한 사람이 숙지할 수 있는데 공을 많이 들였다.

내가 생각하는 오페라는 결국 음악이다. 듣는 것에서 모든 연기가 다 상상이 되어야 한다. TV도 없는 시절엔 전축이 있었다. 라디오드라마로 연기를 들으면 어떤 상황인지 다 알게 된다. 그래서 오페라도 들으면 모든 연기가 상상이 되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앞서 절대 지루하지 않는 게 목표라는 말은 했지만, 크게 클라이맥스를 두 군데 잡고 있다. 공연날 와서 보면 느낄 수 있도록 해보려 한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ㄴ 진성원 : '네모리노'나 '아디나' 같은 경우, 서로 자기들만의 사랑 방식이 있다. 서로를 찾아가는 여정의 콘셉트를 잡은 것 같다. 당돌한 '아디나'가 여러 남자를 만났지만, 진정한 사랑을 몰랐다. '네모리노'는 단 하루만 사랑하면 군대라도 갈 수 있는 용기가 있다.

각자 방식에서 '네모리노'는 진정한 로맨티스트로 설정된 것 같고, '아디나'는 본인이 마음을 열고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여자로 바뀌는 일종의 해프닝이 벌어진다. 여기에 다양한 변형을 주니, 연기 연습을 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는다. 도니제티가 쓴 오페라를 다양하게 할 수 있어서, 역시 고전이라는 생각을 했다.
 

   
▲ 박하나 소프라노가 '아디나'를 맡았다.

박하나 : 죽는 역할이나 비련의 여주인공을 많이 맡았다. 하지만 행복한 작품을 연습해서 좋다. 보는 관객들 입장에서도 같이 행복할 수 있고, 준비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즐거운 것 같다. 음악적 측면에서 여러 스타일이 들어가 있는 것 같다.

벨칸토 창법 시대에 작곡된 것이라 아름다운 선율로 쭉 부드럽게 뽑아내는 측면도 있다. 여기에 '벨코레' 역할을 보면 많은 가사가 빠른 음표에 붙여서 랩같이 하는 것이 있다. 둘이 상성 되는 스타일이 음악적으로 잘 조화가 되어 연습이 잘 되고 있다.

전태현 : '사랑의 묘약'은 한국 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미국에서도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 중 하나다. 그 말은 성악가에겐 좋은 기회다. 이 역할을 하면 잘 팔릴 수 있다. (웃음) 여러 가지로 충족되는 의미가 있다.

윤승환 : 가수든 보는 사람이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오페라인 것 같다.

석상근 : 더블 캐스팅인데, 5월 5일 오후 3시와 5월 8일 오후 3시에 출연한다. (웃음) '벨코레'가 전통적으로 가벼운 캐릭터다. 이번 작품에선 '벨코레'의 콘셉트가 나라의 어려운 시기에서 등장하는 역할로 나왔다. 그래서 군인 역할이 가볍지 않고, 강하며 진지함이 있는 역할이라 평소보다 다른 콘셉트이지만 재밌게 준비하고 있다.
 

   
▲ 장지애(왼쪽), 윤성희(오른쪽) 소프라노가 '잔넷타'를 맡았다.

윤성희 : '잔넷타'는 '아디다' 옆에서 던져주는 옷과 신발을 받아 입는 역할이다. 크게 나오지 않지만, 재밌게 연습하고 있다.

장지애 : 따뜻한 오페라에 출연하고 있어서 감사하다. 각자 역할이 분명히 있어서 재밌고, 행복한 요소가 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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