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가장 권위 있는 미술제 ‘카셀 도큐멘타’에 참여한 실력자

 

'사실, 망자는 죽지 않았다' 안성요기 전시 포스터. 서울 본관 전시와 함께 진행되는 안성관 전시는 12월 31까지 동시에 진행된다.
'사실, 망자는 죽지 않았다' 안성요기 전시 포스터. 서울 본관 전시와 함께 진행되는 안성관 전시는 12월 31까지 동시에 진행된다.

 

[문화뉴스 박준아 기자] 토탈미술관은 12월 31일까지 안성 분관과 평창동 본관에서 노르웨이 베르겐을 시작으로 독일을 거쳐 한국에 온 ‘사실, 망자는 죽지 않았다 (Actually, the dead are not dead)’전을 진행한다.

특정 소속 큐레이터가 혼자 진행하는 것이 아닌, 독립 큐레이터와 해외 협력 기획팀 그리고 참여 작가들까지 대등한 위치에서 함께 기획했다는 이 특별한 전시는 제목부터 범상치 않다.

지난 3일 평창동에 있는 토탈미술관 본관에서 본 전시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독일 현지 협력 기획팀의 ‘빅터 노이만(Viktor Neumann)’ 큐레이터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12월 31일까지

토탈미술관 서울 본관과 안성 분관 동시 진행

 

협력 기획팀의 '빅터 노이만(Viktor Neumann)'큐레이터. 본 전시를 위해 베를린에서 내한했다.
협력 기획팀의 '빅터 노이만(Viktor Neumann)'큐레이터. 본 전시를 위해 베를린에서 내한했다.

 

Q. 전시에 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번 전시는 2010년 노르웨이 베르겐지역에서 3년마다 개최되는 대규모 전시회 ‘베르겐 어셈블리’에 뿌리를 두고 있어요. 2019년까지 총 제 3회 베르겐 어셈블리의 총감독이었던 ‘한스 D. 크리스트’와 ‘이르스 드레슬러’는 베르겐 도심 곳곳에서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을 통해 “현재 살아있지 않은 자들과 우리는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던졌어요.

전시의 큰 주제는 삶과 죽음, 인간과 비인간, 주체와 객체, 비장애와 장애, 과거와 미래라는 이분법을 뛰어넘는 삶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합니다.이후 ‘사실, 망자는 죽지 않았다’ 전은 베르겐에서 독일 슈투트가르트로 연결됩니다. 

전시는 그 지역에 맞는 작품과 주제로 변형되며 ‘신체의 반란’, ‘축제의 정치’, ‘인프라의 영향’이란 주제로 확장되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으로 다시 한번 이어진 거죠.

한국 편 ‘사실, 망자는 죽지 않았다’ 전은 베르겐 어셈블리에 참여했던 신보슬 토탈미술관 책임기획자를 중심으로, 저를 포함한 독일 현지 기획진과 임수영 큐레이터, 참여작가 노순택, 이정식, 흑표범으로 이루어진 핵심 그룹(core group)이 함께 만든 전시입니다.

 

Q. 현지 본 전시 기획팀으로서 이번 전시의 특별한 점은 무엇이 있나요?

베르겐 어셈블리는 2010년부터 한스와 이르스를 중심으로 한 팀이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어요. 그 과정에선 전시기획자뿐 아닌 사회운동가, 인권 변호사, 작가 등 같은 고민을 하는 다양한 위치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에요. 

일반 전시들이 한 전시를 위해 기획되고 끝을 맺습니다. 그러나 저희 전시는 모든 프로젝트가 열리는 장소와 시기에 맞춰 변형되고 확장되어 이어집니다. 이번 한국 전시도 그 연결선에 있습니다. 

 

전시실 입구, 전시명 옆으로 소가죽에 인두를 이용한 장지아 작가의 작품 'Switch'가 보인다.
전시실 입구, 전시명 옆으로 소가죽에 인두를 이용한 장지아 작가의 작품 'Switch'가 보인다.

 

‘세월호 침몰 사고’와 같이 한국 사건에 대한 작품도 전시

 

Q. 노르웨이 독일과 다른 한국 편 ‘사실, 망자는 죽지 않았다’는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이분법을 뛰어넘는 삶에 대한 고민이라는 큰 주제를 다루며 이번 전시의 가장 중요한 핵심어는 ‘개방성’과 ‘다양성’이에요. 이러한 점은 전시 내용뿐 아니라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형식에서도 적용됩니다. 

한국판 ‘사실, 망자는 죽지 않았다’ 展 또한 노르웨이와 독일에서 열렸던 본 전시가 서구 중심적이라는 경계를 의식하며 그 경계를 허무는 시도에서 출발했어요.

‘사실, 망자는 죽지 않았다’는 주제와 형식적인 큰 틀을 갖고 개최된 장소의 문화적인 맥락에 맞게 현지화하여 재편됩니다. 한국판 ‘사실, 망자는 죽지 않았다’는 세계적으로 맥락을 같이하는 장애와 젠더를 포함한 소수자 인권 문제, 동물과 환경문제, 노동자 문제를 세계 유명작가와 함께 한국 작가들의 시각으로 다룹니다. 또한 ‘세월호 침몰 사고’와 같이 한국 사건에 대한 작품도 전시됩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주제로 한 작품. (위) 홍순명 작가의 '사소한 기념비 (Ordinary Monument)'. 사고 현장에서 채집한 돌 같은 작은 물건들을 랩으로 씌워 오브제(기념물)를 만들고 이를 그렸다. (아래) 최원준 작가의 '낯설어진 이야기, 익숙해진 숨쉬기'.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기록물 작품. 이 두 작품의 상반된 작업 방식은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다른 시야를 느끼게 해준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주제로 한 작품. (위) 홍순명 작가의 '사소한 기념비 (Ordinary Monument)'. 사고 현장에서 채집한 돌 같은 작은 물건들을 랩으로 씌워 오브제(기념물)를 만들고 이를 그렸다. (아래) 최원준 작가의 '낯설어진 이야기, 익숙해진 숨쉬기'.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기록물 작품. 이 두 작품의 상반된 작업 방식은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다른 시야를 느끼게 해준다.

 

Q. ‘한국전’에서 노르웨이, 독일 전시와 연결되는 점은 뭐가 있을까요?

토탈미술관은 전시 기간 중반부터 전시장 안에 의자를 자유롭게 배치하여 관객들이 모여 이야기할 수 있는 공론화 현장을 제공해요. 노르웨이의 ‘베르겐 어셈블리는 전시 기간 이전부터 전시공간과 작가들의 작업공간을 개방하며 시민들이 그 과정을 보고, 참여할 수 있도록 했어요. 한국 편의 ‘전시공간의 공론화 현장’은 전시회 자체의 틀과 경계를 허물고자 했던 앞서 말씀드린 ‘개방성’과 맥을 같이 하는 거죠.

 

Q. 직접 와서 보신 한국 미술계는 어떠신가요?

한국과 독일 미술계 이렇게 특정한 미술계로 나눠서 보지 않아요. 비교할 수는 없지만, 한국과 독일의 아트씬(Art scene)에서 공통으로 찾아볼 수 있는 점은 있어요. 코로나 상황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도 여러 가지 다양한 이슈와 장면들이 공존한다는 게 비슷하죠.

한국에 와서 직접 오기 전에는 만날 수 없던 새로운 문화와 풍경을 접했어요. 한국의 새로운 예술 생태계에 흥미를 느꼈고 배움의 기회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안성관에 전시된 전나환 작가의 작품 'For A Flash' 설치전경, 영상과 꽃가루들이 함께 전시돼있다. 서울 본관에서는 독립된 영상을 상영한다. (사진 = 토탈미술관 제공)
안성관에 전시된 전나환 작가의 작품 'For A Flash' 설치전경, 영상과 꽃가루들이 함께 전시돼있다. 서울 본관에서는 독립된 영상을 상영한다. (사진 = 토탈미술관 제공)

 

이번 달 1일부터 새롭게 시작한 서울 본관의 전시는 한 달 빨리(11월 1일) 개최된 안성분관의 전시와 12월 31일까지 동시적으로 진행된다. 서울 본관의 전시는 새로운 작품들과 더불어 안성분관의 전시 작품들과 연계하면서도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회화, 설치, 영상, 퍼포먼스, 출판된 잡지 등 다양한 형태를 보인다.

전시를 보는 동안, 마치 소설 ‘어린 왕자’에 등장한 이야기 속 다른 행성들을 여행한 기분이었다. 미술관의 구조상 층을 오르내리며 만난 작품들이 던지는 이야기들은 생각할 여지가 충분했다. 

이번 한국 편 ‘사실, 망자는 죽지 않았다’ 展은 국내 첫 전시로서 프로젝트의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기보다 전체를 망라하는 일종의 맛보기 전시다. 이번 전시가 확장된 다음 전시로 이어져 그 맥을 함께 할 수 있길 관객의 하나로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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