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진행 과정에서 우리 문화에 관해 생각하기 전까진 그랬다.
훗날 세계가 한국의 대중문화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일상에 더 깊이 있게 관심을 가질 때,
나는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
케이팝 흥행의 중심에서 한국 문화를 다시 생각한다. 2022년 5월. 유럽 최대 케이팝 콘서트가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렸다. 189개국에서 약 6만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스태프이자 통역으로 일하게 됐다. 특별한 경험이었다.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에 자부심이 느껴졌다. 행사 진행 과정에서 우리 문화에 관해 생각하기 전까진 그랬다.
문화란 무엇인가. 생활양식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의 총체적인 모습이다. 노래 하나, 공연 하나로 대표될 수 없는 생활양식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한국 직장문화를 생각한다. 위계적인 질서, 야근, 졸속행정 같은 것들은 익히 알고 있는 그 문화의 특징이다. 이것은 고스란히 행사에 투영됐다. 화려한 공연의 이면에는 우리 문화의 어두운 면이 자리 잡고 있었다.
더운 날씨에 물을 살 곳이 없었다. 관객들이 항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경기장 측과 행정적인 협의는 충분치 않아 보였다. 큰 규모의 행사를 준비하는 데에 충분한 시간과 인력이 투입되지 않았다. 관객들의 불만은 지역지 헤센샤우(hessenschau)에도 실렸다. 심지어 탈수증세로 응급차에 실려 간 사람도 있었다. 대중문화 이면에 우리 문화의 결과가 있었다.
흥행을 깎아내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갈 길이 먼 문화의 문제점들을 외면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이건 분명 보여지는 것에만 집중한 결과였다. 문화란 역사적이고 일상적이어서, 한 세대의 노력만으로는 바꾸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훗날 세계가 한국의 대중문화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일상에 더 깊이 있게 관심을 가질 때, 나는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
대중문화는 비교적 쉽게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한국의 대중문화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 이면의 생활은 큰 관심을 받고 있지 못한 것 같다. 너무나 빠르게 발전한 탓에, 충분히 사람 중심이 되지 못한 한국의 생활방식은 사람들의 시야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문화는 그저 소비되고, 문제는 잊힌다. 케이팝 흥행을 마냥 기뻐하고만 있을 수 없는 이유다.
완벽한 문화란 없을 테지만, 우리 문화가 겉모습을 위해 더 중요한 것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었으면 한다. 진행이 느리더라도, 보여지지 않는 부분까지 준비하는 내실 있는 행사가 되기를 바란다. 한국의 문화는 겉보기에도 멋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존중하는 우수한 문화라고 세계 여러 나라 사람에게 평가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이번 기회에 얻은 자그마한 소망이다.
참고
Hessenschau. (2019, May 17). Unmut über lange Schlangen und wenig Schatten: Veranstalter weist Kritik an K-Pop-Festival zurü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