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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시대의 아픔을 생생하게 무대 위에 펼친 한국 리얼리즘극의 아버지, 동랑 유치진의 처녀작이 무대에 오른다.
국립극단이 가을마당 세 번째 작품으로 사실주의 연극의 대표 작가 유치진의 처녀작 '토막土幕'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올리는 것이다. 국립극단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의 일환으로 지난해 9월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와 올해 5월 '이영녀'에 이은 세 번째 작품이다.
'토막土幕'은 한국 현대연극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유치진의 처녀작으로 신파극 위주의 연극 풍토를 개혁하고, 진정한 의미의 신극(근대극)을 소개하기 위해 설립된 '극예술연구회' 최초의 창작극이다. 우리 현대 희곡사에서 구체적인 사회 현실을 다룬 사실주의 희곡의 첫 작품으로 "그 뛰어난 극작술은 외국의 어느 희곡에 비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을 받았다.
1920년대 일제 강점기하의 궁핍한 농촌과 시대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원작은 소시민적 삶과 시대의 고민을 함께 담아내는 작업에 주력해 온 김철리 연출의 현대적인 해석으로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는 소외된 인생들의 처절한 희망 찾기를 보여주는 무대가 될 것이다.
'토막土幕'을 쓴 작가 유치진은 한국 최초의 본격적인 극작가로 리얼리즘극의 한국적 토착화에 크게 이바지하였을 뿐 아니라 초대 국립극장장을 역임하고, 서울연극학교(현재, 서울예술대학)를 설립하는 등 한국 연극사의 토대를 마련한 인물이다. 일본 유학 시절 연극에 뜻을 두게 되었고, 귀국한 뒤 서항석, 김진섭 등 해외문학파 동인들, 연출가 홍해성 등과 함께 극예술연구회를 조직해 서구의 근대극과 창작극을 활발하게 발표했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1933년 '토막土幕' 공연을 위해 극예술연구회 제작진과 출연진들은 마포의 토막들을 실제로 방문해 연구했다"고 전하며 이번 작품을 향한 각별한 노력을 전했다. 작품은 1933년 2월 9일과 10일 이틀 동안 소공동 공회당에서 상연됐고, 작품을 본 당시 관객들은 "이것이 우리 현실이다"라 울부짖었다고 전해진다. 유치진은 이 작품에 대해 "병들고 가난해서 서럽기만 한 우리 현실을 가식 없이 묘사해보겠다는 생각으로 기록하듯이 쓴 것"이라고 밝히며, "작가는 자기 시대의 모순을 지적해야 한다"라고 했다.
"아버지, 서러워 마시오. 우리의 영광이에요.
서러워하지 말고 살아갑세다.
여전히 여전히 살아갑세다."
풀뿌리 인생들의 질긴 생명력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연극 '토막土幕'은 밑바닥 인생들의 처절한 비극을 그리면서도 경선과 경선 처 등의 웃음을 야기하는 인물들을 등장시켜 희극적 장치를 통해 비극성을 오히려 심화시키는 성숙한 연극성을 획득한다. 또한 능청맞은 사투리를 사용한 생생한 대사들은 한국어 특유의 리듬감이 발현된 언어적 미학을 담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학사적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 작품이다.
국립극단 봄마당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무대 중, '이영녀'에 참여했던 2015년 국립극단 시즌단원이 대거 출연해 다시 한 번 우리말의 감칠맛 나는 리듬을 재현하는 동시에 한 해 동안 다져온 탄탄한 연기 앙상블을 선보일 예정이다.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