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음악극 '올드위키드송'이 하이라이트 시연과 함께 작품을 선보였다.

지난 28일 동숭홀에서 열린 '올드위키드송'의 프레스콜 현장은 안석환, 이호성, 강영석, 이현욱 네 배우의 하이라이트 시연이 있었다. 괴짜 음악 교수 마슈칸과 천재 피아니스트 스티븐의 만남을 그린 2인극인 '올드위키드송'은 2015년 초연에 이어 이번에도 우리에게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지며 동시에 마슈칸과 스티븐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삶을 이야기한다.

스케줄 상 빠진 안석환 배우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의 배우와 함께 김지호 연출이 동석해 '올드위키드송'에 대해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눠봤다.

   
 

간략한 작품 소개 부탁한다

ㄴ 김지호 연출: 올드위키드송은 상처받은 두 남자가 음악을 통해 소통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너무 간략하다(웃음). 초연에 이어 연출을 맡았는데 재연에서 연출로서 가장 고심한 부분은 어딘지. 달라진 점은 있는지.

ㄴ 김지호 연출: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음악적인 부분이다. 바뀐 부분은 초연 이후부터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던 질문이 있었다. 우리는 과연 작가에게 들렸던 슈만을 들려주고 있는가. 마슈칸의 귀에 들렸던 슈만을 들려주고 있는가. 아니면 내 귀에 들린 슈만을 관객에게 들려주고 있는가. 우리는 혹시 슈만이란 이름에 빗대 약간의 색깔을 입힌 것으로 만족한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작가는 왜 슈만의 '시인의 사랑'을 이 작품에 쓰라고 했을까? 제가 이 작품을 처음 받아든 게 작년 1, 2월쯤이었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땐 방대한 양 때문에 제대로 읽어볼 엄두를 못 내고 음악부터 들었다. '시인의 사랑'을 차에서 집에서 매일매일 들었다. 그리고 번역을 하고 윤색하고 분석하면서 조금 다르게 들리기 시작했다. 같은 음악을 듣고 있는데 다른 음악으로 들리더라. 그것을 같이 들려드리고 싶었다. 작가는 그냥 슈만의 '시인의 사랑'을 작품에 넣은 게 아니었다. 시인의 사랑은 하인리이 하이네가 자기 사촌과 이루지 못한 사랑을 토대로 쓴 가사와 그의 삶에 빗댄 음악을 슈만이 붙인 곡이다. 지난 사랑을 회상하고 그 사랑이 이뤄질 수 없었음에 슬퍼하고, 그 회상에 벗어나지 못하며 계속 살아가는 시인의 사랑의 화자는 사실 '마슈칸'이라 생각한다. 마슈칸은 작가가 하인리히 하이네와 슈만의 삶 자체를 가지고 만들어낸 캐릭터였다. 어떻게 하면 제 느낌을 관객이 함께 느낄 수 있을지 고민했다. 큰 대안을 찾지 못하던 와중 서은지 음악감독이 제게 아카펠라가 어떻겠냐 제안했고 명쾌했다. 음악을 잘 알고 저를 잘 아는 감독이 제안한 부분은 제가 생각했던 것과 같았다. 이번엔 곡 전체가 아카펠라를 기반으로 했고 제 바람이 있다면 마슈칸의 목소리와 생각으로, 환영으로 관객에게 전달되길 바란다. 아마도 '올드위키드송'이 계속 올라가더라도 같은 고민을 할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작가가 생각한 걸 관객이 공유하고 인물들의 슬픔을 깊게 느낄 수 있을까. 그 슬픔이 더 깊고 힘들어야 마지막에 느끼는 힐링이 아름다울 거로 생각하고 만들어가겠다. 감사하다.

   
 

올드위키드송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ㄴ 이호성: 첫 번째 이유는 스케줄이 가능했다(웃음). 제가 다른 작품을 같이 하고 있는데 더블이 아니면 못한다고 했더니 더블이라고 했다. 두 번째는 도전할 만한 작품이었다. 인간은 다 변태라고 생각한다. 노래를 잘 못 부르는데 부르는 거 좋아하고 듣는 거 좋아하고, 불러보고 싶고. 제가 예전에 편지 콘서트에서 슈만 역을 했었다. 노래는 전문 성악가 분들이 했지만, 그때 참여해서 곡들이 익숙하다. 또 모노드라마를 해보고 싶었다. 인물이 많으면 앙상블을 이루기가 굉장히 힘들다. 그런데 두 명이면 호흡을 잘 맞추면 작품이 잘 빠질 거란 예상을 했다. 전 보통 작품을 잘 거절하지 않는다. 생계형 배우기도 하지만 40년 가까이 연극을 했기에 작품을 제게 프로포즈 할 때는 저랑 맞을 거란 생각이 있다. 그리고 제가 변태인 이유, 연극배우를 하는 이유는 한 캐릭터를 잘 살리면 탤런트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연극배우는 역할의 변신, 연기의 변신이란 매력 때문에 매달리고 있다고 자문자답한다. 그 짜릿한 맛을 느끼기 위해서다.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하는 역은 이 작품과 전혀 반대다. 그런 것 때문에 연극을 한다. 처음엔 정말 멋모르고 덤볐다. 소감부터 말하고 싶어 미칠 것 같다. 너무 징하다.

   
 

ㄴ 강영석: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일단 잘 읽히더라. 그게 중요하다 생각한다. 의문을 가지지 않고 대본이 탄탄하다 생각됐고, 다 읽고 나니 작품이 사랑스럽더라. 그래서 이 작품을 꼭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제가 '클알못'이다(웃음). 그런데 슈만의 음악을 들어보니 이런 음악이 들어가는 좋은 대본을 할 수 있어서, 마지막으로 선생님들과 단둘이서 하는 작품이란 점이 영광이면서 제게 유혹적이었다.

   
 

ㄴ 이현욱: 저는 대본을 읽고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굉장히 따듯한 극이라 생각됐고 제 생각에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혼자만의 생각이 있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어려웠지만, 대본을 읽어보고 초연 영상을 봤다. 컴퓨터 모니터로 공연을 보고 눈물을 흘려본 적 없는데 서른 넘은 큰 사람이 영상 속 공연만으로도 눈물을 펑펑 흘렸다. 그만큼 감명도 받았고 클래식 음악, 노래, 연기 이 세 가지가 어우러진 극이 드물고, 선생님들과 호흡하면서 할 수 있는 연극이 많이 없다 생각돼서 제겐 엄청난 기회였고 고민 없이 빨리 결정했다.

   
 

이번 공연을 하는 배우들의 장점과 연습 때보다 무대에서 살아난 부분이 있는지.

ㄴ 김지호 연출: 먼저 이호성 선생님의 마슈칸은 굉장히 연민이 잘 느껴지는 인물같다. 서 있기만 해도 연민이 느껴지는 것이 매력적이고 안석환 선생님의 마슈칸은 무척 귀엽다. 희, 비극 사이를 오가는 호흡 조절이 굉장히 강점이다. 이현욱 배우는 저분이 곧 스티븐이다. 굉장히 디테일하고 섬세하고 예민하고 그런 매력이 잘 살아난다. 강영석 배우의 스티븐은 굉장히 힘이 넘친다. 젊고 날카로워 보이지만 따뜻함이 공존하는 매력이 있다. 모든 연출이 아마도 그럴 텐데 아주 싫어 보이던 것도 무대에 오르면 다 좋아 보인다. 연습실에선 조금만 더해야 한다는 욕심이 있다가 무대 위에선 실수만 없다면 뭐든 좋고 사랑스러움이 느껴진다.

   
 

'스티븐'과 '마슈칸'을 나만의 캐릭터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있다면.

ㄴ 이호성: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공연이 상당히 장기가 될 것 같은데 욕심으로 덤볐다. 마슈칸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무척 힘들다. 고백하자면 고통스럽다. 마슈칸이란 인물을 알면 알수록 그렇다. 극 중에선 그렇지 않은데 마슈칸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만나면 만날수록 굉장히 힘들다. 장기 공연인데 더블이라서 트리플 안되냐고 애원하고 있다(웃음). 힘들지만 그만큼 좋기도 하다. 예전 '고도를 기다리며'의 포조 역을 할 땐 분량이 비슷한데도 힘들지 않았다. 웃기도 하고 마치 희극처럼 소화하기도 하고, 상대 인물을 골려먹기도 하고 해서 그 인물로 사는 게 힘들지 않았는데 마슈칸으로 살아가는 것은 점점 더 힘들다. 조그만 미세한 한 가지를 발견할 때마다 그것을 가져갈 때마다 힘들다. 그렇지만 이 젊은 두 배우와 앙상블을 맞추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연출님도 올해 만 서른하나쯤 된다. 제 관점에서 이런 젊은 천재들과 함께 작업한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기대도 안 했던 젊은 배우들이 어쩜 이리 문학적 관통력이 있을까 싶어서 속으로 감탄했다.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돼야지 했는데 나이를 먹다 보니 무대 위에서 좀씩 실수를 하는데 두 배우가 커버한다. 제가 가진 건 후배들보다 돈이 조금 더 있으니 맛있는 걸 사줘야겠다(웃음).

ㄴ 강영석: 저는 좀 다르게 힘들었던 게, 강영석이란 사람이 스티븐과 많이 다른 것 같았다. 스티븐은 닫혀 있고 사람들을 밀어내는데 저는 좀 열려 있고, 긍정적이라서 그게 좀 힘들었다. 그래서 대본을 최대한 많이 읽고 스티븐을 이해하려 했다. 또 연출님이 추천해주신 영화들도 보면서 스티븐을 알려고 노력했다.

ㄴ 이현욱: 저는 강영석 배우와 다르게 스티븐의 성격적인, 정서적인 면이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사실 많은 배우가 하는 방법이겠지만 나로서 시작했다. 공통점이 많이 있었고, 이 정서를 어떻게 꺼내야 할지. 사실 저와 비슷한 면이 있다 보니 연기를 할 때 오히려 불편한 점이 있었다. 나의 치부를 드러내는 느낌? 이런 것들을 어떻게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스티븐이란 역할의 정서에 다가가려고 아직도 노력 중이고 고민 중이고 대본을 많이 읽고 있다. 어떻게 보면 어떤 극에서라도 한 번쯤 보고 들었을 법한 인물들인데 제가 많이 봐오고 잘 아는 저 스스로를, 차별화한다기보단 솔직한 스티븐을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다.

   
 

'데스트랩'과 '아가사'에서도 미스터리한 구조를 차용했다. '올드위키드송'과의 차이점이 궁금하다.

ㄴ 김지호 연출: '데스트랩', '아가사'는 장르 자체가 미스터리 스릴러였다. '데스트랩'은 반전이 극을 진행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올드위키드송'은 극적 반전이 있지만, 반전을 위한 반전이 아니란 점이었다. 이번엔 그렇게 미스터리 구조에 생각하지 않았다. 어디까지 이 사람이 생각하는 것을 드러낼지, 감출지의 고민이었다. 이것은 마슈칸의 입장이라 생각했다. 작품의 처지가 아니라 마슈칸이 생각하는 것, 어디까지 진심을 웃음으로 감출 것이고, 언제부터 드러내기 시작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만들었다.

   
 

젊은 연출로 스타일리쉬하고 심리적인 부분을 다룬 작품을 많이 맡았는데 연출하는 기준이 있는지.

ㄴ 김지호 연출: 작품 수로 치면 다섯 개 째다. 앞의 작품들을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제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대본을 읽었을 때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는지와 인물 중 한 명이 나를 투영할 수 있는가였다. 꼭 주연이 아니어도 누구라도 내가 그 사람 입장이 돼서 나로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면 그 작품을 무대 위에 올려보고 싶어진다. 저는 작품을 만들 때 그림보다는 연습실에서 배우들과 같은 생각을 하는데 좀 더 중점을 둔다. 인물로서 팀으로서 이렇게 생각하면 좋겠다 싶은 것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있지만 같은 생각을 해야 같은 작품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생각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재미가 느껴지는 작품을 한다. '올드위키드송'은 그런 재미가 많고 너무 재밌어서 모두 예민하다. 아마 재연을 열 번 더해도 매년 새롭게 어려운 작품이 될 것 같다.

   
 

독일어로 노래하다 한국어로 하는 지점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 건지 궁금하다. 한국어가 더 감정적으로 와 닿을 텐데 독일어 대사를 많이 쓰는 이유도 궁금하다.

ㄴ 김지호 연출: 스티븐이 더는 독일어를 쓰지 않겠다고 마음먹는 부분이다. 번역극이니 한국어지만 원작에선 영어로 노래한다. 자기의 모국어로 이야기한다는 시점에서 그렇게 변화가 오고, 독일어를 쓰는 이유는 스티븐은 미국 사람이고 마슈칸은 오스트리아 사람이다. 이들의 언어, 문화, 정서부터 다를 것이다. 이 공연은 마슈칸이란 사람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공연이라 생각하는데 그 시각은 스티븐의 눈을 통해서 보는 것으로 생각한다. 자긴 미국 사람인데 독일어로 말을 하는 마슈칸의 모습을 볼 때 사실 다 알아듣지 못할 거다. 독일어를 그렇게 잘하진 못할 테니. 그것을 관객이 같이 느끼길 바랐다. 대부분 말은 친절히 설명해 주긴 하지만 그 이질감이란 걸 느끼게 하고 싶었다. 뒤에서 더는 독일어를 쓰지 않게 된 뒤의 마슈칸이 쓰는 독일어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오스트리아 사람이 독일 말을 쓰고, 한때 나치라고 오해를 받았지만 독일에 평생을 힘들게 만든 상처를 받았지만, 독일의 것을 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마슈칸. 마슈칸에게 독일어는 빠질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해서 사용했다.

ㄴ 이호성: 마슈칸의 화두가 인생은 명확해, 명확하지 않아다. 지나고 보니 인생은 복잡할 줄 알았는데 명확해. 하지만 그 말을 다시 뒤집는다. 시중에서 하는 농담이 있다. 진리는 그때그때 다르다. 현재의 당위성이다. 마슈칸의 당위성. 독일어는 나치의 언어기도 하지만 내 언어기도 하다. 마슈칸은 태어나 보니 오스트리아 사람이고, 유대인이며, 모국어가 독일어다. 그런데 나치가 독일어를 쓴다고 해서 버릴 수 있겠냐는 거다. 관객에게 되묻는다. 너희는 어떻게 할래. 복잡하게 갈래, 명확하게 갈래. 이런 화두를 관객에게 던져주는 작품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살다 보니 정답은 꼭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더라.

   
 

쉽지 않은 작품인데 무게감을 덜어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ㄴ 김지호 연출: 이 작품이 굉장히 어려운 주제,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마슈칸 때문에 어떻게든 웃게 된다. 저는 1막이 웃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1막을 재밌고 흥겹게 봐야 2막에서 오는 반전이 우리의 삶에 와 닿을 수 있다 생각해 1막의 무게를 덜어내기 위해 애를 쓴 것 같다. 사실 1막의 웃음은 주로 마슈칸 때문에 웃게 되는데 그 웃음은 사실 마슈칸이 자기의 아픔과 슬픔을 감추기 위해 만들어낸 웃음이었고 주변에도 보여주기 위한 웃음이었다는 점을 느끼게끔 하려고 했기에 그런 점은 1막에 더 집중했다. 작품이 그렇게 쓰여 있기도 하다. 슬픔과 환희의 조합.

   
 

스티븐이 전작 '트루웨스트'에서 맡은 역과 비슷한 것 같다. 연달아 이런 캐릭터를 하는 이유도 궁금하고 대선배들과 공연하며 오는 긴장감을 어떻게 풀어내는지 궁금하다.

ㄴ 이현욱: '트루웨스트'에선 작가인 오스틴이란 인물을 했는데 내면을 숨기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인물이다. 스티븐도 천재 피아니스트지만 자기가 무엇을 원하고 진짜가 무엇인지에 대한 갈망이 있는 역할이다. 그런 점에서 오스틴이 비춰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억지로 피하려고 다른 것을 하려 하진 않았다. 사람이란 게 비슷한 점을 다들 가질 수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바로 전작이었다. 그 때문에 스티븐에 더 다가가기 편했던 점도 있고 더 깊게 다가갈 수도 있었고 구체적인 것을 찾을 수 있었다. 전 1막 1장이 굉장히 어려웠다. 등장했을 때 의사소통을 피하려 하는 모습이 오스틴과 교집합 되는 부분이 있어서 무척 부담스러웠고 아직도 제일 긴장되는 부분이 등장해서 첫 대사할 때다. 오늘은 하이라이트 시연을 보신 거라 비슷하다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전체 공연을 보시면 제 나름대로 오스틴을 극복했다고 생각한다. 분명 공통분모가 있긴 하지만 작품을 보시면 분명한 차이가 있고 그에 대한 자신감도 일정 부분 생겼다.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지금도 극복하고 있고 앞으로도 노력해서 오스틴과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처음 선생님들과 하는 것은 무척 겁이 났다. 긴장도 많이 되고, 제 아버님과 비슷한 연배신데 의사소통이 어렵지 않을까 했다. 이건 오해가 될 수도 있지만, 선생님은 항상 제게 그렇게 말씀해주신다. 철이 들면 안 된다고. 예의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친구나 친한 형처럼 대해주셔서 밖에서 데이트도 자주 한다(웃음). 안석환 선생님은 자주 못 보고 계시지만 (이호성) 선생님은 공연 전날에 미리 만나서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많이 나눈다. 이호성 선생님에게 개인적으로 인생에 대한 것도 많이 배우고 있고, 연기하고 성장하는 것 외에 사람으로서 성장할 기회도 된 것 같다. 그래서 극도 너무 좋아하고, 배우들도 이렇게 친하기 힘든데 친해져서 행복하다.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가벼운 질문 하나 하겠다. 스티븐들이 페스츄리를 맛있게 먹는다. 정말 맛있는지.

ㄴ 강영석: 맛이 없진 않다. 설탕이 발라져 있으니까. 설탕은 달잖나. 하지만 맛이 있지도 않다. (초연에 비해 맛있는 페스츄리를 주고 있다) 이것보다 맛이 없다면 초연 배우들은 정말 위대하다. 맛있지도 않지도 않지만 불편하다.

ㄴ 이현욱: 저는 맛있게 먹었다(웃음).

ㄴ 강영석: 처음 먹을 땐 맛있었다. 자꾸 먹으니 그런 것 같다(웃음).

   
 

나에게 '올드위키드송'이란?

ㄴ 이현욱: '인생극'이다. 이전 작품들도 마찬가지지만,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선생님들한테서나, 극본에서나 인간으로서 많이 생각하고 더 앞으로 발전할 수 있던 계기가 돼서 제게는 인생극이지 않을까 싶다.

ㄴ 강영석: 제겐 '사랑스러움'이다. 누구나 귀여운 강아지 같은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나. 관객들도 작품을 보고 제가 느꼈던 사랑스러움을 느끼시면 좋겠다.

ㄴ 이호성: 이현욱 배우님이 인생극이라 하셨는데 제게도 인생극이다. 첫 번째로 '고도를 기다리며', '혈맥', '시련' 등을 했는데 다 주인공이었지만 이번 작품이 딱 전의 두 배 정도 된다. 2인극인데 인터미션이 있는 작품도 처음이다. 여러 가지로 제게 징한 작품이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이런 작품을 할 수 있다는데 모두에게 감사하다. 그런 '감사함'으로 이 작품에 임하고 있다.

ㄴ 김지호 연출: '예민함'이다. 이 작품 할 때가 아무리 봐도 제일 예민한 것 같다. 열 번째 작업으로 나름 기념하고 하고 있는데 예민함을 버릴 수가 없다. 내년엔 좀 더 푸근한 마음으로 다시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관객에게 이 작품에서 꼭 얻어가면 좋겠다 싶은 점을 이야기한다면.

ㄴ 김지호 연출: 이 작품에 아무래도 유대인 이야기가 들어가다 보니 역사적이거나 무게감을 필요 이상으로 크게 느끼시는 분들도 분명 있다. 작가가 유대인이다 보니 작가에겐 그 부분이 가장 중요했겠지만, 사실 마슈칸이나 스티븐이 지금 우리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생각한다. 요즘 혼술족이 유행이라더라. 내 아픔을 남에게 말하는 것조차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오셔서 이 인물들을 나라고 느끼면 좋겠다. 이들이 아플 때 같이 아프고, 마지막에 그만큼 크게 치유하고 가시면 좋겠다.

   
 

비가 오는 씬에서 실제로 2톤가량의 물을 사용하는 등,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지닌 작품 '올드위키드송'은 10월 23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된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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