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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이 다시 한 번 청소년극의 새로운 실험에 도전한다.

2015년 가을마당 청소년극 레퍼토리로 지난 해 초연돼 전석 매진을 기록한 '비행소년 KW4839'를 국립극단이 새롭게 무대에 올린다. '비행소년 KW4839'는 2013년 5월 '국립극단 청소년 예술가 탐색전'에서 무대미술가로 잘 알려진 여신동과 17명의 청소년들이 함께 만든 '우리는 여기에 있습니다'라는 작품에서 시작됐다. 또한 작년 '국립극단 청소년극 릴-레이Ⅱ'에서 처음으로 공연된 바 있다.

 

   
 

이 작품의 모태가 된 '우리는 여기에 있습니다'에 참여했던 17명의 청소년들은 자신의 위치를 '미래에 대한 불안과 동시에 설렘을 갖고 있는 정착하지 못한 여행자'로 표현했다. 이러한 모티브는 다양한 이야기로 발전했고, 어디론가의 여행이 시작되는 공항이라는 설정에 도달해 공연의 배경이 됐다. 알 수 없는 불안함과 동시에 못 말리는 자신감으로 충만한 청소년들과 함께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며 불안과 환희의 비행을 시작한다.

'비행소년 KW4839'는 관람이 중심이 되는 기존의 관극 방식에 체험이 더해진다. 미지의 공항으로 설정된 극장에 입장한 관객은 수속, 탑승 과정을 거쳐 배우들과 함께 이륙해 현재 청소년들의 위치를 찾아가는 여행을 시작한다. 공연은 서사에 대해서도 새로운 접근 방식을 취하는데 이야기는 사건이나 드라마를 중심으로 흘러가지 않고, 순간의 모습을 포착하고 나열해 마치 미술전시와도 같은 독특한 흐름을 보여준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수많은 이미지, 인터뷰, 독백들이 미지의 세계로 비행을 떠나는 청소년의 이야기와 그들의 삶의 조각을 모자이크처럼 감각적으로 담아낸다.

 

   
 

목적지를 알 수 없는 곳으로의 비행을 시작한 작품 속 주인공인 청소년들은 팬픽, 게임, 연애, 입시경쟁을 소재로 자신들의 고민,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 미래에 대한 막연함을 이야기한다. 그 과정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불안감은 청소년기를 겪고 있거나 한 때 청소년이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다. 연출을 맡은 여신동은 "청소년이라는 대상을 통해 자신의 현재와 과거를 돌아보고, 자신의 내면과 만남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여신동 연출과 17명 청소년들의 독창적이고 시청각적인 감각으로 출발한 이번 작품은 올해 오디션을 통해 새롭게 선발된 아홉 명의 배우들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가세해 완성도를 높인다. 배우들은 단순히 청소년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본인 안에 존재하는 청소년성을 직시하고 객관화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객관화된 이미지의 청소년 샘플은 관객에게 자신의 청소년 시절을 떠올리게 하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문학을 기반으로 한 연극으로 주목 받으며 2014년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을 수상한 양손프로젝트의 박지혜는 텍스트디자인으로 참여해 각각의 에피소드를 연극적으로 더 탄탄하게 구성한다. 2015년 국립극단 청소년 예술가 탐색전에 참여해 춤으로 청소년들과 교류한 현대무용가 류장현은 움직임디자인을 맡아 공연에 생동감과 역동성을 더했다. 작년에 이어 음악감독으로 함께 하는 정재일은 독특한 파장과 울림을 선사하는 감각적인 음악으로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이외에도 한층 더 섬세하게 표현되는 영상, 조명, 사운드는 시각, 청각 등 감각적인 모든 요소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관객들과 호흡한다. 2015 '비행소년 KW4839'는 초연 당시 참신한 도전의 무대에서 한 발 나아가 좀 더 집중력 있고, 다이내믹한 연극적 진화를 꿈꾸고 있다. 국립극단이 다시 한 번 응원하는 불완전하지만 아름다운 청소년들의 '비상'이 실존의 것이 되길 바란다.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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