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生] 레이지비디오 '본배드'…"우린 정말 이렇게 태어났을까?"
[문화 生] 레이지비디오 '본배드'…"우린 정말 이렇게 태어났을까?"
  • 문화뉴스 서정준
  • 승인 2016.09.01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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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으랏차차, 세우다!' 작품공모전 참가팀 레이지비디오 '본배드' 인터뷰

[문화뉴스] '으랏차차, 세우다!'의 '본배드'는 어떤 작품일까?

지난 8월 26일부터 28일까지 레이지비디오의 '본배드'가 '으랏차차, 세우다!' 공모전 당선작으로 선정돼 세우아트센터 무대에 올라 관객을 만났다.

   
 

'으랏차차, 세우다!'는 대학로 세우아트센터와 문화콘텐츠제작사인 으랏차차스토리가 최근 침체한 대학로 공연계에 이바지하고자 공연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고,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문화예술 인큐베이팅 작품공모전이다.

제1회 공모전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약 40여 편의 작품들이 공모됐다.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나온 4개의 작품은 극단 별지의 '바날리자시온', 레이지비디오의 '본배드', 최정윤프로젝트의 '개,돼지', 아틀리에스토리의 '맞장'이다.

"원래 영화 공부를 해서 연극적이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던 이해진 연출은 영화적인 작품 전개의 꼼꼼함과 배우 예술이라 불리는 연극의 무대적 요소를 적절히 활용해 종전에 보기 힘든 독특한 작품을 선보인다. 다른 작품들에서 보기 힘든 수준의 특수 분장을 선보이기 위해 3시간 전부터 분장을 준비하는 '본배드'는 아이러니한 이야기를 작품 전면에 내세운다. 사람을 잡아먹는 흡혈귀지만 살인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는 '조니'와 죽고 싶은 삶을 이어가지만 정말 죽을 수는 없는 '여자'가 만나서 이야기를 끌고 간다.

'본배드'가 주는 가장 큰 미덕은 웃음이다. 이는 이해진 연출의 '씹는 맛'이 있는 대사를 무대 위에서 극적으로 발휘하는 '여자' 역의 정은혜 배우가 주도해간다. 자신이 죽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대면서 동시에 죽고 싶은 삶을 쉬지 않고 이야기하는 그녀의 호연은 앞으로 좋은 배우로 자라날 것이란 확신을 준다.

   
 ▲ 연극 '본배드' 포스터

'조니' 역의 서한열 배우와 '저승사자' 역의 양준원 배우, 시체 역을 맡은 장현석과 박인혁 배우 역시 각자의 역량을 발휘한다. 작품의 흐름은 '여자'가 이끌고 간다면 '조니'는 핵심을 관통한다. 죽이고 싶진 않지만 죽여야 해.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해. 라는 저승사자의 말에 의문을 가지면서도 당장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조니'는 어느새 관객과 동일시 된다. 내가 정말 이렇게 '본배드'로 태어난 것일까? 고민하면서.

공연이 한창인 8월 28일. 이해진 연출과 시체 역의 장현석, 박인혁 배우, 여자 역의 정은혜 배우, 조니 역의 서한열 배우, 저승사자 역의 양준원 배우와의 대화를 통해 '본배드'에 대한 조금 더 넓은 확장을 시도했다.

   
 ▲ 좌측부터 장현석, 정은혜, 박인혁, 서한열, 양준원 배우, 이해진 연출

무사히 '본배드' 공연을 올린 소감이 궁금하다.

ㄴ 이해진 연출: 아직 확신이 없긴 하다. 공연 준비하며 어려운 게 많아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예쁘게들 봐주셔서 감사하다. 저는 배우들만 보고 왔는데 다들 잘해줘서 너무 좋다.

ㄴ 양준원: 연기를 좀 오래 쉬다가 무대를 오랜만에 선다. 떨리기도 했지만, 같이하는 연출, 친구, 스텝들과 서로 성격이 잘 맞아서 즐겁게 하고 있다.

ㄴ 서한열: 작년 이맘쯤 다른 공연을 했었다. '겨울선인장'이란 작품이었는데 개인적으로 그때는 만족하지 못했다. 정기 공연이나 매회 하는 공연은 관객의 기대가 있는데 제가 그걸 채우지 못했단 생각에 관객 앞에 서는 게 무서웠다. 그래서 당분간은 공연 생각도 없고 내가 하기에 벅찬 일인가 싶어서 다른 매체 연기를 하며 지냈다. 그런데 연출과 대학 동기로 예전에 작품을 많이 했던 사이인데 섭외 전화가 왔다. '본배드'가 초고 상태로 교내 작품으로 올렸을 때 스텝으로 참가했었는데 좋은 작품이었다. 새벽에 전화 와서 제가 필요하다길래 바로 하고 싶다고 하려 했는데 고민을 좀 해서 20분 정도 쟀다(웃음). 연출과의 신뢰가 참여에 중요한 동기였다. 지금은 관객들이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ㄴ 박인혁: 저는 군 복무 중일 때 연락이 와서 전역 후에 하겠다고 했다. 군인 시절 갇혀 있다 보니 열정과 야망이 폭발한 상태라 덥석 물었다. 전역 후 하루 쉬고 연습을 나갔는데 너무 굳어서 좀 힘들었다. 연출님만 믿고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다른 배우들과 영감을 나누며 연습했는데 부족하단 생각에 회의감이 많이 들고 고민이 계속됐다. 공연 막바지까지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 된 밥에 (저라는) 소스를 잘 못 뿌리지 않을까(웃음). 근데 공연 하고 나니 관객들이 좋게 봐주신다고 들어서 지금은 행복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ㄴ 정은혜: 저는 작년에 처음 '본배드'를 관객으로 봤다. 그때도 '여자' 캐릭터가 굉장히 연기하면 재밌겠다는 흥미가 있었다. 조연출에게 연락이 와서 연출과 다른 배우들 이름 듣고 같이 하면 재밌겠단 생각에 참여했다. '여자'의 역할도 중요하고 연출이 의도한 메시지도 있어서 그걸 잘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같이 하는 배우들이 워낙 좋아서 순간을 즐기며 공연에 임하는 중이다. 오늘이 마지막 공연인데 최선을 다해서 임하겠다.

ㄴ 장현석: 무척 즐겁다. 무척 즐거운데 솔직히 말하면 한 달이란 시간이 무척 짧다고 느꼈다. 뒤돌아보니 어느새 막공이다. 저도 개인적으로 힘들고 고민이 있는 나이라서 좋은 사람들끼리 팀을 만들어서 뜨거운 여름을 더 뜨겁게 불태우고 있지만, 그 속에서 매우 힘들었다. 여러 가지 면에서 힘들었지만, 결과가 어떻든 좋게 봐주시는 관객들이 있어서 커튼콜 때 박수받으며 보상받는 느낌이다. 제가 공연에 좀 늦게 나온다. 앞에 배우들이 흐름을 잘 만든 뒤에 들어가는데 언제 또 이런 배우들과 이런 공연을 할 수 있을까 싶고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을 하고 관객들을 만나는 지금이 무척 즐거운 순간인 것 같다.

   
 ▲ 연극 '본배드' 시놉시스

문화뉴스 독자들을 위해 작품 소개 간단히 부탁드린다.

ㄴ 이해진 연출: 사람을 죽이는데 죄책감을 느끼는 뱀파이어 '조니'와 죽고 싶다 말하면서 뻔뻔하게 살아가는 '여자'. 둘이 무슨 이야기 할지 그림이 나오지 않나. 그런 설정을 하고 주거니 받거니 하는 내용이다. 시체와 저승사자도 나온다. 이것만 들으면 특별히 재밌는 게 없어 보이지만 재밌는 이야기다(웃음).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본선에 올랐다. '우리 공연만의 강점'을 꼽자면?

ㄴ 장현석: 제가 알기로 공모전에 다른 좋은 작품도 많다고 들었다. 다음 주에 하는 '개, 돼지'도 다른 연극제 때 됐던 작품이다. 그런 작품들 가운데 저희가 올라올 수 있었던 건 연출의 생각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기에 강점이 되지 않았을까. '조니'라는 인물이 연출의 페르소나 같은 느낌이라 들었다. 다른 인물들도 여러 가지를 내포하고 있다. 이해진 연출의 이번 이야기가 서사적으론 특별할 게 없지만, 본인의 이야기를 잘한 것으로 생각한다. 또 대부분 진중한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코믹한 구간이 있기에 그런 면에서 강점이 있지 않을까 싶다.

ㄴ 정은혜: 저희 극에는 귀여움이 있는 것 같다(웃음). 인물들이 무척 허점이 많다. 그런 면이 인간적이고 귀여워 보일 수 있다. 흡혈귀인데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아 하고, 살고 싶어 하지만 동생 키우느라 힘들어 죽겠다는 여자. 그런 모순된 모습들을 진지하지 않게 귀엽게 풀어내려는 모습을 좋아해 주신 것 같다.

ㄴ 박인혁: 무대가 매우 예쁘다. 셋업을 4일 넘게 했다. 인원이 적긴 했지만 모든 배우와 미술감독이 열심히 해서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섬세하게 노력했다. 이해진 연출은 자기의 생각과 그림이 확고해서 '본배드'도 그런 느낌이 풀풀 나지 않았나 싶다.

ㄴ 서한열: 우리 작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무대는 누구나 알고 가까이 있고, 거짓말할 수 없는 장소이기에 어떤 소재를 꺼내기에 어느 정도 한계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해진 연출이 택한 것은 저승사자, 흡혈귀, 좀비 등이다. 제 생각이지만 연극 혹은 공연예술에 있어 생소한 소재인 것 같다. 거침이 없는 것 같다. 또 자기 말을 할 때, 배우들과 의사소통을 할 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무언가 연출이 디렉팅을 해주고 제가 연기할 때 "왜 그렇게 했어? 이상한데?" 라기보단 연기적인 기술이나 보이는 것 외에 "네가 이렇게 할 때 네 마음은 어땠어? 난 이런 마음으로 한 건데" 라며 배우를 잘 믿어주고 잘 캐치하려 하더라. 흡혈귀는 당연히 사람을 죽이는데 그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여자는 삶을 살지만 살기 싫어하고, 시체는 죽어있지만 살아서 움직이고, 저승사자는 자기 일을 못 해서 흡혈귀란 대리인을 이용한다. 너무나 좋은 소재들과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할 때 포장하지 않는 좋은 연출. 너무나 뚜렷한 개성을 가진 배우들이 모여 좋은 공연이 나온 것 같다.

ㄴ 양준원: 제 생각에는 호기심을 유발, 자극한다. '본배드'라는 작품에 나오는 캐릭터 자체가 저승사자, 여자, 뱀파이어, 시체다. 저승사자는 동양의 귀신이고 뱀파이어나 좀비는 서양의 소재들이다. 그 두 개가 만났을 때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진다. 또 작품이 솔직하다. 캐릭터들이 분명 살인을 저지르더라도 그게 무섭고 하기 싫어하는 모습이나 저승사자의 경우도 나태하고 짜증 내고 귀찮아한다. 여자는 인간미 넘친다. 솔직하고 뚜렷한 캐릭터들. 대본을 봤을 때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나 싶다. 전 처음에 대본을 받고 연락받았을 때 서한열 배우와 달리 재지 않았다(웃음). 7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거라 너무 고마웠고 대본을 받아 후루룩 읽었다. 흥미로웠다. 살아있지 않은 소재들이 나오고. 다른 사람들이 봐도 흥미 유발이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출품할 때 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었다.

ㄴ 이해진 연출: 저희는 원래 극단이 아니고 프로젝트성 모임이다. 연극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아마 지원하면서 영화적 접근을 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 지점이 다르게 보였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이 있다면? 본인들의 공연이 어떤 의미를 가졌으면 좋겠나?

ㄴ 이해진 연출: '이런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적 접근이란 게 다른 것이 아니라 제 생각엔 연극이란 완전히 까발려져 있는 것이다. 날 것을 보여줄 수밖에 없기에 은유를 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너무 공격적이고 직접적이지 않으니까. 이런 걸 할 수 있다고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가 하는 길이 시도할 수 있는 일임을. 우리가 바보가 아니라 어떤 코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ㄴ 양준원: 다시 연기하고 싶은 생각을 들게 해줬다. 연기를 포기했었다고 하지 않았나. 할까 말까 이런저런 생각하고 포기하고 그런 상태였는데 개인적인 일이 있던 날 이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그때 같이하자 해서 바로 오케이 했는데 연습하는 동안 그냥 저는 뭔가 열심히 사는 느낌을 받았다. 제 성격이 원래 나태한 편인데 공연을 하면서 사람이 됐다(웃음). 열심히 살아야겠다. 연기를 다시 하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해줬다.

ㄴ 서한열: 저는 공연을 계속하고 싶다. 조금 무섭고 부담감이 있지만 그래도 나를 좋아해 주는 연출님을 만나니까 든든해졌다. 공연예술이 무서운 시점이 있었는데 '본배드' 덕분에 잘 이겨낸 것 같다. 같이 한 배우들도 좋고 무대에 서는 것에 의미를 가졌다. 관객들이 이 공연을 재밌게 봐주시면 좋겠다. 주말에 시간 내서 공연 보러 왔는데 재밌으면 좋겠다. 이런 친구들도 있다고 잘 봐주시고 마음으로 즐거워지면 좋겠다.

ㄴ 박인혁: 이걸 발판 삼아 한동안 못했던 공연을 계속할 수 있는 의미를 가지고 관객들은 이 공연을 재밌게 보면 좋겠다. 다른 공연은 무겁고 메시지 있는 극도 있지만 저는 재밌는 극이 좋다. 저는 박장대소까진 아니어도 극을 재밌게 봐야 몰입도 되고 즐긴다. 저는 공연 시작 후 30분 동안 누워있어야 한다. 연습 때는 코도 골았다(웃음). 그런데 본 공연 때는 무대 위에 에너지가 넘치고 관객의 호응이 있으니까 에너지를 받아 시체 역이지만 누워있는데도 심장이 쿵쿵 뛰었다. 이걸 계기로 저명한 배우가 되고 싶다(웃음)

ㄴ 정은혜: 연기를 계속하고 싶다. 제 실제 성격은 '여자'보다 '조니'에 가깝다. 자기 의심도 많고 그런 성격인데 이번 공연하며 제가 뭘 해도 믿어주는 연출과 배우를 만나 너무 즐겁게 작업했다. 개인적으로 제게 힘이 많이 되는 공연이었다. 제가 받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관객들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

ㄴ 장현석: 저는 이번 작업을 하면서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지만, 그보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이번 작품에서 좋은 사람들과 만나 어울리다 보니 제 부족한 부분이 느껴졌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램과 다짐을 가진 계기가 됐다. 저희가 또 다른 색깔을 가지고 시도를 하고 있지 않나. 런타임도 짧은 만큼 편하게 와서 봐주시면 좋겠고 관객들이 보지 못했던 것을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ㄴ 이해진 연출: 사실 작업하면서 연극적이지 않다는 코멘트를 너무 많이 받았다. 그래서 조금은 그런걸 가져가야 하지 않나 하면서 수정을 했는데 결과적으론 영화와 연극이 잘 섞이지 않았나 싶다. 

   
 

세심한 분장부터 극의 전체적인 무대 완성도가 수준급이다. 단 3일간의 공연이 아쉬울 정도인데, 프로덕션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

ㄴ 이해진 연출: 저흰 아무것도 모르고 저희가 하던 대로 한 건데 프로덕션을 잘 봐주셔서 좋다. 무대가 사선이다. 이게 알고 보니 만들기 힘들더라. 막연히 뾰족뾰족한 무대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덧마루를 가져다 깔고. 단을 높이는 것도 너무 무겁다. 저는 잘 모르고 꺼낸 이야긴데 다들 알겠다.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만들어주셔서 너무 고맙다. 또 제가 제작 과정을 잘 몰라서 막연히 제시했던 이미지들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정말 안 되는 부분이 올 때 찾아와서 왜 어려운지를 설명해줬다. 영화와 달리 배우들이 진짜 쓸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야 하기에 고생이 많았다. 미술감독님은 저와 계속 미디어 작업을 하는 사람인데 그분도 마찬가지로 처음 연극 작업하는 거라 이렇게 힘들 줄 모르고 덤볐다가 많이 혼났다. 매번 관도 부서지고 테이프 붙이고. 이렇게 많이 어려운지 몰랐다. 조명은 일부러 연극을 잘 알고 계신 분을 섭외해서 수정을 봤다. 그분이 조명 디자인해주시고 조율하며 맞춰갔다. 연극을 하면서 이런 조명이 어울린다는 조언을 받아들여 너무 극적이거나 너무 바보 같지 않은 조명이 나왔다. 조명 디자이너에게 많이 감사하다.

   
 

작품이 진행되는 과정 자체에서 얻는 재미가 많고 흥미롭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다소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가 모호하기도 하다. 대중성은 고려하지 않는 것인지 궁금하다.

ㄴ 이해진 연출: 대중적 코드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작업하고 싶다. 그래서 백수로 남아있는 것 같다(웃음). 정말 대중적인 걸 고민했다면 어느 정도 보답 받았을 텐데 그게 아닌 것 보면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어 한다는 느낌이다. 메시지의 모호함도 영화의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저는 '조니'를 보면 좋겠다 싶은 씬에서도 관객들은 극의 저마다 다른 부분을 봐주시니까 제 생각과 다르게 연출되는 지점에서 모호함이 드러난 것 같다. 연극에 대한 제 부족함이 드러난 것 같다.

   
 

죽음을 피하고자 이야기를 꺼내는 장면에서 천일야화가 떠오르기도 하고 굉장히 곱씹어볼 수 있는 대사들이 많았다.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와 발상이 궁금하다.

ㄴ 이해진 연출: 저는 글을 쓸 때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게 제가 제일 잘하는 거다. 이 대본을 쓸 당시에 제 가장 큰 고민은 그거였다. 저는 나쁘게 하려고 한 게 아닌데 사람들은 가끔 저를 나쁘게 보는 게 이해가 안 됐다. 난 나쁜 마음으로 그런 게 아니야. 그런데 그렇게 해야만 했어라고 말할 때 제 마음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답답함이 있었다. 너를 괴롭히려고 한 게 아니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상대가 받아들일 수 없는 지점이 있었다. 그래서 이걸 풀어내야만 제가 성장하겠다 싶었다. 그래서 키보드를 그냥 두드렸다. 어떤 캐릭터가 나오거나 하는 건 전혀 계획에 없던 텍스트였다. 다만 '나는 이렇게 태어난 사람이고 이렇게 하게 되는데 그래도 미안해'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글을 다 써도 구원받거나 내 마음이 풀린다는 느낌은 전혀 안 들더라. 그래서 그냥 여자가 떠나게 했다. 무계획적으로 쓴 작품이다. 여자란 캐릭터는 사기꾼이다. 연기자에게도 넌 최선을 다해서 사기를 쳐야 한다고 코멘트를 했다. 제가 느낀 타인의 시선이었다. 저에게 자기의 고통을 전시하는 것이 미웠다고나 할까. 나머지 캐릭터들도 다 저의 일부분인 것 같다.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들거나, 나태하고 시니컬한 면, 죄책감을 느끼고 있거나 하는 부분들. 저도 다 쓰고 나서 알았다.

   
 

[글]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사진] 으랏차차스토리

    문화뉴스 서정준 |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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