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生] 박은태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패러다임 되겠다"…뮤지컬 '도리안 그레이'
[문화 生] 박은태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패러다임 되겠다"…뮤지컬 '도리안 그레이'
  • 문화뉴스 서정준
  • 승인 2016.09.08 07: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좌측부터 홍서영, 김준수, 박은태, 최재웅 배우.

[문화뉴스] 씨제스 컬처의 첫 번째 창작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가 6일 오후 대규모 프레스 행사를 통해 언론에 그 모습을 선보였다.

7월 제작발표회 이후 두 달여 만에 언론과 만난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는 이미 1일과 2일 프리뷰 공연을 시작으로 공연을 개막해 팬들과 만나고 있다.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는 불멸의 아름다움을 향한 탐욕을 그린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원작으로 한다. 19세기 유미주의를 대표하는 그의 작품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은 영국 세기말 문학의 대표적 작품으로 작가는 '배질 홀워드는 내가 생각하는 나, 헨리 워튼은 세상이 생각하는 나, 도리안 그레이는 내가 다른 세상에서 되고 싶은 나'라고 밝혔을 정도로 작품에 자신의 사상적 분신을 반영했다. 2013년 벤 반스와 콜린 퍼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가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번 뮤지컬에서는 도리안 역에 김준수, 헨리 역에 박은태, 배질 역에 최재웅, 시빌 역에 홍서영 등 전 출연진이 57회차 공연을 원 캐스트로 소화한다.

하이라이트 시연은 평소와 달리 영상으로 이뤄졌다. 영상에선 아름다운 도리안의 모습과 바질과 헨리의 대립이 그려졌다. 쾌락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는 헨리와 인간에게 육체보다 중요한 영혼이 있다고 주장하는 배질의 대립은 작품의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뒤이어 점점 추해져 가는 초상화를 보고 점점 절망에 빠져드는 도리안, 그런 그에게 죽임을 당하는 배질의 모습이 그려졌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무대 위에서 인물에 집중한 연출에 의해 최재웅과 박은태, 김준수의 뛰어난 연기력과 가창력이 더욱 돋보였다.

10월 29일까지 공연될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는 이날 하이라이트 영상과 포토타임, 기자간담회를 통해 창작 뮤지컬 초연으로서 팬들의 궁금증을 해소했다. 조용신 작가, 김문정 작곡, 이지나 연출과 김준수, 박은태, 최재웅, 홍서영 네 배우까지 함께한 기자간담회는 이미 공연을 보고 온 기자의 질문이 이어지는 등 작품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 조용신 작가

오늘 '도리안 그레이'를 선보이는 소감을 들려 달라.

ㄴ 조용신 작가: 우리나라에서 이미 서양 원작의 좋은 뮤지컬들이 공연되고 있다. '도리안 그레이'도 서양 유명 원작 소설을 뮤지컬로 만들었지만, 몇 가지 점에서 우리가 가진 특별한 것이 있다. 기존의 많은 작품이 계급이나 사회적 문제에 로맨스를 결합한 정치적 로맨스물이 많았다면 '도리안 그레이'는 거의 찾아볼 수 없던 유미주의와 로맨스를 결합한 특별한 작품이다. 아름다움과 젊음, 쾌락, 어찌 보면 낯선 주제일 수도 있지만, 현대인들도 늘 고민하고 생각하는 지점을 담은 특별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이 작품이 뮤지컬의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시도가 되면 좋겠다.

ㄴ 김문정 작곡: 일단 첫 단추가 큰 사고 없이 끼워져서 너무 감사하다. 무엇보다 극장이 조금 멀고 배우가 원 캐스트고 넘버가 힘들고 해서 고생들을 했는데 프리뷰부터 지금까지 무사히 공연했고 앞으로도 남은 공연 잘할 수 있으면 좋겠다. 고마운 마음뿐이다.

ㄴ 이지나 연출: 창작 초연이라서 여러 단계를 거쳐 드디어 세상에 태어난 작품이다.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공연의 장점인 여러 번의 삶을 계속 살아서 공연계에 또 다른 좋은 콘텐츠로 남을 수 있도록 여러분의 사랑 부탁드린다.

ㄴ 김준수: 이번에 창작 뮤지컬에 임하게 됐다. 가장 중요한 건 너무나 좋은 배우들, 좋은 스태프와 함께 꾸미게 돼서 너무 영광스런 자리다. 창작이니만큼 여러분도 너그러운 관점에서 응원하는 마음으로 바라봐 주시면 좋겠다. 한가지 말씀드리자면 그래도 썩 괜찮은, 기대할 수 있는 좋은 창작 뮤지컬이 탄생하지 않을까 싶고 오늘 공연 재밌게 봐주시면 좋겠다.

ㄴ 박은태: 말씀을 드리자면 저는 악역이라 생각하지 않는데 작품에선 악역이라고 보시는 분이 많다. 하지만 저는 절대 악역이 아니고 자신의 의지와 어떤 관념, 그런 생각들 때문에 '도리안'에게 많은 영향을 준다. 그게 타인들에게 나쁜 영향으로 비쳐서 좀 악역으로 보일 순 있다. 하지만 악역은 아니다. 지난번 제작발표회 때 많은 분에게 뮤지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을거란 이야기를 했는데 결과적으로 제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한다.

ㄴ 최재웅: 지난주부터 공연 중인데 관객들이 너무 좋아해 주셔서 남은 공연도 열심히 하겠다. 은태 배우는 악역이다(웃음). 저는 그의 반대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아무쪼록 재밌게 봐주시면 좋겠다.

ㄴ 홍서영: 이번에 새롭게 처음으로 '도리안 그레이'를 하게 됐다. 몇 번 무대를 올라왔는데도 떨리지만, 선배님들 기운 받아 잘 버티고 있다. 그만큼 멋진 선배님들과 함께하는 무대이니만큼 제겐 재미있고 재미있는 무대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도리안 그레이'를 대극장 무대에 올리기까지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캐릭터 연기를 보고 어떤 느낌이었는지.

ㄴ 이지나 연출: 원작이 방대한 시간 속에 오스카 와일드의 철학을 막 끼얹은 작품이라 주제가 여러 가지로 갈린다. 어느 것을 선택하고 집중해서 뮤지컬로 만들지 많이 고민했다. 제가 잘못 선택하면 사실 헨리는 악역이 아니지만, 악역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고. 그래서 악몽도 많이 꿨다. 어떤 것을 살리고 어떤 것을 버리는지 결정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그렇지만 뮤지컬에 발을 딛고 원작을 표현하는 것이 억지로 원작을 뮤지컬로 만드는 것보다 낫지 않나 싶어서 뮤지컬의 미덕이라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눈과 귀와 가슴이 감동하고 느끼고 마지막으로 생각할 수 있는, 오감을 채워질 수 있는 총체적 작품을 만드는 거로 봤다. 그리고 김준수 군이 '도리안'을 한다는 걸 듣고 각색에서 무용을 강화했다. 전형적인 뮤지컬은 아니게 됐지만, '도리안 그레이' 자체가 색다른 시도를 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했다. 이 선택 때문에 칭찬도 받고 질타도 받을 거다. 지금은 좀 홀가분하고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기분이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타이틀 롤로 부담감은 없는지. 그간 독특한 캐릭터를 해왔는데 마성의 귀족청년 '도리안'의 어떤 점이 다른지 궁금하다.

ㄴ 김준수: 물론 부담이 된다. 그렇지만 운이 좋은 것인지 모르겠는데 주인공 맡은 작품이 생각보다 꽤 된다. 그래서 부담을 늘 안고 무대에 오르는 중압감과 책임감을 잘 알고 있다. 그런 만큼 이 작품을 대하는 태도도 창작이기에 더 자유롭고 홀가분한 점도 있지만, 베이스가 없어서 중압감이나 압박감이 없잖아 있었다. 그렇지만 다른 좋은 배우, 연출과 함께할 수 있던 점이 제게 용기를 줬다. 서로 협동해서 모두를 바라봤기 때문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인간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도 '천국의 눈물', '디셈버' 등에서 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80% 이상 제 배역이 다 추상적이거나 특이한 배역이었다. 이번에도 역시나 소설 속 인물이라 추상적인 부분이 있다. 그림이 나 대신 늙어가고 추해진다. 내 양심이 타락하고 추해지면 나 대신 그림이 늙어간다. 이런 점 자체가 추상적이지만, '드라큘라'나 '데스노트'의 '엘'처럼 말도 안 되는 엉뚱함이나 '엘리자벳'의 '죽음'처럼 완전히 특이한 배역은 아니고 인간이긴 인간이다. 다른 캐릭터와 다른 점은 소설이 워낙 방대해서 모두 살리지 못했지만 잘 선택한 점이 주요한 것 같다. 그런 여러 가지 타락한 모습들, 인간적인 모습들, 또 점점 타락해져 가는 모습. 그런 기승전결의 다양성을 한 극에서 보여줄 수 있겠다는 점이 '도리안 그레이'란 역할을 해보고 싶게 했다. 다른 작품은 특이한 캐릭터지만 평면적이라면 '도리안'은 3시간 안에서 다양하고 입체적인 면을 선보인다.

   
 

창작 뮤지컬은 수명이 길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네임밸류 있는 배우들이 꾸준히 창작을 선택하고 있는데 좀 더 안전한 길이 아닌 창작의 길을 선택하는지 궁금하다.

ㄴ 박은태: 창작이 어렵고 라이선스가 쉽다는 것은 개인적 차이겠다. 제 생각은 배우로서 라이선스나 창작이라는 기준을 가지고 극을 선택하는 건 좀 지양해야 하지 않나 싶다. 작품이 좋아서, 같이 하는 배우, 대본, 창작진 등을 확인해봤을 때 정말 좋은 작품이 나오겠단 확신이 들면 선택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도리안 그레이'는 기본적으로 원작이 너무 훌륭하고 창작진, 제작사, 배우들이 시너지를 낼 거란 확신이 있어서 선택하게 됐다. 전체적으로는 뮤지컬 시장이 많이 발전해서 창작, 라이선스 같은 구분 없이 모두 잘되면 좋겠다.

뮤지컬이라서 만들기 어려웠다는 점을 말했는데 반대로 뮤지컬이라서 좋은 점, 꼭 보러와야 할 점이 궁금하다. 관객들이 받아갈 메시지도 말해달라.

ㄴ 이지나 연출: 뮤지컬은 일단 음악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작곡을 통해 감정을 호소하고 가사를 통해 생각을 호소한다 생각한다. 그래서 김문정 감독을 많이 괴롭혔다(웃음). 그만큼 저도 가사 쓸 때 쓰기 힘들다 했다. 제가 무용을 좋아하고 연출을 하다 보니 점점 미장센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배우들이 좀 섭섭해 할 만큼 배우들 연기를 보기보단 구성에 고민했다. 바둑에서 첫 돌이 중요하듯 구성이 잘 돼야 한다 생각해서 씬마다 어떻게 스토리를 엮고 여기선 어떤 솔로고 중창, 합창이고. 이런 전체적 그림을 뮤지컬이지만, 창작이니만큼 이때껏 없던 새로운 시도를 더 했다. 다 성공은 아닌 거 같지만 안일하게 만들면 도태된다 생각해 더 열심히 시도했다. 원래 처음에는 늙지 않는 아름다움,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에 대해 생각했다. 그런 과정에서 작품에 대해 가장 많이 이야기해본 배우는 박은태였다. '거미 여인의 키스' 이후 박은태는 꼭 함께하고 싶은 배우였다. 그가 맡은 '헨리 워튼'의 이야기는 아름다움에 대한 것인데 은태 배우와 함께 찾아가서 니체가 말했던 새로운 패러다임의 인간을 떠올렸다. 19세기 말 '신은 죽었다'는 시점에서 기존의 것들에 대해 인간이 가진 공포심, 경이로움에 대해 양심이나 도덕관이 새로운 인간. 쾌락, 탐미, 유미에 빠지고, 시대상 주류인 청교도에 반대되면서도 어떤 신, 종교, 양심에 얽매이지 않는 인간을 구축할 수 있느냐는 '헨리'의 관점으로 작품을 몰아갔다. 어려운 주제였지만 그걸 선택했다.

   
▲ 김문정 작곡

음악으로 캐릭터를 완성하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는데 애착이 가는 곡이 있다면. 창작이란 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한 게 있는지.

ㄴ 김문정 작곡: 애착이 가지 않는 곡은 없다. '배질'의 '긴 여름날'도 좋고 '헨리'의 '찬란한 아름다움', '도리안'의 마지막 곡도, 배우들에게 많은 영감을 받으며 썼다. 비밀을 말하자면 커튼콜 넘버가 반응이 좋은데 원래 못 들려드릴 뻔했다. 성남이 멀다 보니 러닝타임 관계상 아픔을 감수하고 노래를 뺐는데 김준수 배우가 살렸다. '커튼콜에서 같이 불러보면 어떨까' 해서 연출님과 제가 박수 치며 뛰었던 기억이 난다. 고마운 건 배우들이 3시간의 무대를 통해 혼자 인사도 받고 싶고 대표곡 메들리도 하고 싶을 텐데 예쁘게 마무리해 여운을 남기고 싶다고 해줘서 무척 고마웠다. 그래서 커튼콜 때마다 감사한 생각이 든다. 요번에 특징이나 특성이라고 생각하고 말씀드리고 싶던 것은 제작과정이 흥미로울 수 있는데 '쇼팽'의 음악을 중간중간 활용한다. '쇼팽'으로 낙찰되기까지도 과정이 많았다. 원래 작품에서 '슈만'의 곡이 나와서 원래 '도리안'이 표현하려 했는데 그거야말로 어렵고 난해한 노래더라. 그래서 기괴하고 어려운 현대음악도 찾고 '라흐마니노프'도 생각했다. 각종 클래식 곡을 찾다 '쇼팽'으로 귀결한 것은 '오스카 와일드'가 가장 즐겨듣던 작곡가라고 해서 명분이 있다 생각했다. '쇼팽'을 고른 뒤에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애창곡을 쓰자는 의논을 통해 결정됐다. 보시면 알겠지만, 캐릭터의 완성이라 감히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각자 솔로 곡을 솔로 곡으로만 존재하지 않았으면 해서 다양한 연주나 감정을 통해 리프라이즈 되며 명분 있는 BGM이 되고 싶었다. 연출님과 곡을 넣고 빼고 악기를 바꾸고 그런 시도를 많이 했다. 한 두 번 볼 때도 잘 전달되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하이라이트 보니 박은태 배우의 가창력이 주목받는 것 같다. 가장 애착하는 노래가 있다면.

ㄴ 박은태: 감사하다. 2막에서 부르는 '천사의 추락'이란 노래가 있다. 부연 설명을 하자면 연출님과 상의할 때 '헨리'란 인물이 '도리안'이란 아름다운 주인공에 대해서 연구 의지만 갖추고 악역으로 가야 하는 건지 고민했다. 시간상 작품의 많은 부분을 다 표현할 수 없기에 그런 연구적인 부분이 강화된 건 사실인데 '배질'보다 더 '도리안'을 사랑하는 감정을 몸에 배고 연기하고 있다. 극 중에서 드러나지 않지만, 그 노래를 통해 제 마음을 표현하는 곡이라 가장 애착이 간다. 들을 때도 제가 슬퍼해서 부른다고 생각하고 들어주시면 좋겠다.

배우들이 '유미주의'에 대해 어떻게 접근했는지 궁금하다.

ㄴ 김준수: '유미주의', '탐미주의' 이런 말이 사실 너무 어렵긴 하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이란 원작을 가지고도 번역본이 달라서 책이 여러 개 있더라. 그걸 모아놓고 배우분들과 창작진이 모여 대본 작업을 한 달을 했다. 그걸 할 땐 너무 힘들었고 주어진 시간이 두 달도 안될 정도로 부족했다. 그중 한 달을 책 보는데 투자했다. 중학교 때도 그렇게 공부 안 했는데(웃음) 대사 하나하나 발췌하며 공부했다. 그런데 그게 지금 연기할 때 너무 도움이 되더라. 대본과 가사가 초안은 있었지만, 이 작업을 통해 모든 게 다 바뀌었다. 뮤지컬이 초연일 뿐이고 원작이 있으니 그 안에서 발췌하거나, 더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바꾸거나, '헨리'가 했던 대사를 '배질'을 통해 하거나 하는 식으로 극에 맞게 바꾸기도 하고, 가사에 넣기도 했다. 관객들이 책을 보거나 원작을 보지 않았어도 이해할 수 있게 했다. 너무 쉽게 가면 극이 어그러질 수 있어서 그런 적정선을 지키려 했다. 저희가 자화자찬하자면(웃음) 진수성찬이 많아도 우리가 어느 걸 먹냐가 중요하다고 항상 하셨는데 이번 창작에서 그 점을 가장 잘하지 않았나 싶다.

ㄴ 박은태: '오스카 와일드'가 말하는 '유미주의', '탐미주의'를 무대에서 다 표현할 순 없었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다. 흔히 말하는 쾌락, 흥청망청 노는 개념이 아니라 '오스카 와일드'가 '헨리 워튼'을 통해 말하고 싶던 부분은 니체의 '초인'을 만들자는 점이었다. 세기말적 상황에서 인간의 본성에 집중할 수만 있으면 도덕이나 신앙 같은 관념에서 벗어난 새로운 패러다임의 인간을 만들 수 있다는 개념을 가지고 들어갔다. 다 담진 않았지만 수천 년 간 인간에게 내재한 본성을 발휘한다면 도덕이나 양심에 얽매이지 않아도 인간적 본성을 표현함으로써 초인으로서 인간의 새로운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지 않겠냔 '헨리'의 생각에 접근했다. 단순히 저희가 '오스카 와일드'의 '유미주의'와 '탐미주의'를 다 풀어낸다기보단 뮤지컬로서 집중한 주제를 봐주셨으면 한다.

ㄴ 최재웅: 거의 같이 공부해서 비슷한 생각인데 공연에 쓰이지 않은 주옥같은 말이나 대사가 방대하다. 그런걸 못 보여줘서 아쉽기도 하다. 원작이란 좋은 무기가 있어서 대본 작업할 때 배우들 모두 열심히 공부하고 책도 많이 읽었다. 공연해야 하는 입장이니 원작 안에서 발췌된 대사나 새로 추가된 부분들에 더 집중한 것 같고 버렸던 주옥같은 대사들에겐 미련 두지 않았다. 실제로 우리가 사용해야 할 말이나 어려운 의미를 많이 공부하고 준비했다.

ㄴ 홍서영: 선배님들이 다 말씀하셔서 추가할 이야긴 없는 거 같다(웃음). 다들 공부 열심히 한 만큼 공연에 잘 녹아있다고 생각한다. 잘 봐주시면 좋겠다.

   
 

다양한 감정이 3시간 안에 휘몰아치듯 나오는데 가장 중점을 둔 장면이나 넘버가 있는지.

ㄴ 김준수: 2막 첫 번째인 넌 누구라는 곡이 아닐까 싶다. 초상화와의 대립을 의인화해 배우들과 춤과 모션으로 표현했다. 어그러진 초상화 속 영혼과 저의 대립으로 저는 초상화를 다락에 가두려고 하고 초상화는 벗어나려 하는 부분을 춤으로 표현했다. 노래도 잘 어울리지만 '도리안 그레이'에서 시도했다는 부분들을 가장 잘 표현하는 곡이 아닐까 싶다.

'배질'을 연기하는 데 중점을 둔 부분과 '배질'이 꿈꾸는 세상이 궁금하다.

ㄴ 최재웅: 제작 보고회 때 했던 말 중 화가로서 예술가다운 모습을 보여야겠다고 말을 했는데 정작 그림 그리는 씬이 별로 없다. 그래서 연습을 하다 이런 장면을 못 보여주겠다 싶어서 일찌감치 포기했다. 1막 초중반까지밖에 그림을 안 그린다(웃음). 그 말은 정정해야겠다. '배질'이란 역할은 '도리안'을 걱정하고 사랑하고 그런 역인 것 같다. 공부는 많이 했지만 쉽게 표현하자면 그런 것 같다. 대사 중에 여러 좋은 말이 있지만, 수천 년 동안 인간들이 진화하며 찾아낸 가장 이상적인 삶의 형태란 말이 있는데 그 대사와 '배질'이 생각하는 바가 비슷한 것 같다. 어쨌든 보이기에 '헨리'와 반대되는 인물이라 생각하고 그 점을 중점적으로 연습하고 공연했다.

   
 

이제 시작이지만 연출이 보는 '김준수 표 도리안'이 궁금하다.

ㄴ 이지나 연출: 저는 이미 이성을 잃었다. 무대에 떨어져 있는 휴지 쪼가리 하나도 이뻐 보이고 멋져 보인다(웃음). 제 개인적 의견은 기사화하기엔 너무 팔이 굽지 않나 싶다. 저는 무조건 감사하다. 배우, 스텝, 앙상블 모두 너무 감사하고 업어드리고 싶을 정도다. 저는 그런 경지에 올랐다(웃음). 대답이 안 될 것 같다.

공연이 끝난 뒤 공연과 캐릭터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지.

ㄴ 김준수: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 저는 항상 몇 번째 뮤지컬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작품을 매년 해나간 편이다. 그래도 또 새로운 모습을 이 뮤지컬을 통해 보여드리고 싶다. 더 성장하고 색다른 모습, 보여드리지 않았던 모습을 이 작품을 통해 보여드리겠다, 특히 '도리안 그레이'는 '이게 뮤지컬이지' 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다. 뮤지컬을 종합예술이라 쉽게 말하는데 춤까지 추기 때문에 비로소 종합 예술이라 이야기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정말 다양한 모습을 이 극에서 보여드릴 수 있어서 그만큼 매력적인 작품이자 매력적인 배역으로 남을 것 같다. 좋은 반응을 얻어서 재연, 삼연을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 제가 해도, 제가 하지 않더라도 색다른 '도리안'을 보고 싶기도 하고 누가 절 베이스로 삼아서 연기한다면 그 점도 기쁠 것 같다. 또 해외에 라이선스를 팔기라도 한다면 우리뿐만 아니라 한국 뮤지컬이 이뤄낸 거라 생각하고 함께 박수 쳐주시면 좋겠다. 저는 계속 발전해나가고 싶다. 처음부터 너무 큰 배역에 큰 사랑을 받아서 신인답지 않게 당찬 약속을 했었다. 기존에 있는 라이선스 작품만큼 창작에 이바지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아직까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도리안 그레이'가 좋은 작품으로까지 평가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지 않을까 싶다.

   
 

캐릭터 간 감정 충돌이 대단한 작품 같다. 배우들 호흡이 어떤지.

ㄴ 최재웅: 보면 대사보다 감정이 센 장면이 많다. 예를 들어 은태 배우와 제가 대사를 주고받으면 한 두 마디 속에 엄청난 감정을 주고받는 장면이 많다. 보통 다른 작품들 보면 어느 정도 빌드업해서 감정을 표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그 텀이 짧다. 그래서 저희는 이미 예열이 된 상태로 씬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을 집중해서 보시면 좋겠다. 호흡은 워낙 인물이 적어서(웃음) 다들 좋다. 저는 만나는 분이 두 분밖에 없어 연습 때도 심심했다. 은태 배우랑은 워낙 호흡도 잘 맞고 대사나 노래 주고받는 것도 재미있다. 준수 배우랑도 너무 잘 맞으니까 공연하며 재밌다고 느껴질 정도다.

   
▲ 이지나 연출

한 편의 뮤지컬로 바라볼 때 여러 가지 면에서 완벽한 극적 재미를 같이 엮어가는 게 중요하지 않나 싶다. 최근 창작, 대형 뮤지컬이 나오기도 했지만, 스토리가 엉성한 면을 노출하기도 했다. 실제 공연이 된 이후 수정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ㄴ 이지나 연출: 사실 14부작 드라마로 했으면 잘 만들었을 것 같다(웃음). 모든 걸 살리고 주옥같은 영상을 통하면 빠짐없이 원작을 살릴 수 있었겠지만 성남이고 뮤지컬은 러닝타임이 있고 해서 선택한 것이 아까 말씀드린 부분이다.

순수하게 뮤지컬 관객들이 좋아할 수 있는 관전 포인트를 이야기해달라.

ㄴ 이지나 연출: 굉장히 집중적인 세 남자의 형이상학적 이야기다. 이들이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퍼즐 맞추기를 하며 스토리를 따라가면 더 재밌을 것 같다. '뮤지컬 관객'이라 하셨는데 일반 관객과 뮤지컬 팬들의 정의는 아직 제가 찾고 있다. '뮤지컬스럽다'는 것도 찾고 있는 과제다. 뭐든지 '~스럽다'는 것은 좋은 것도 하지만 '~스럽다'가 우릴 '~스럽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가 '~스럽지' 않다는 전제하에 뭔가 찾아갈 때 새로운 게 나오고 다양해지지 않나 싶다. 이번의 관전 포인트는 좀 심리적인 이야기를 뮤지컬의 풍부한 볼거리와 들을 거리의 외피로 둘러싸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한마디 부탁한다.

ㄴ 홍서영: 많은 배우, 감독, 연출, 앙상블까지 열심히 만든 작품이다. 그만큼 땀 흘리고 좋은 작품 만들었으니 잘 봐달라.

ㄴ 최재웅: 이제 시작이니 남은 공연 열심히 하겠다. 드리고 싶은 말은 어쨌든 다양성의 기준으로 봤을 때 뭔가 없었던 것들이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스타일, 저런 스타일, '도리안 스타일'이 가진 매력이 있다고 본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 잘 봐달라.

ㄴ 박은태: 어찌 됐든 좀 기특하게 봐주시면 좋겠다. 그동안 많은 분이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도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많이 응원해달라.

ㄴ 김준수: 많이 찾아와주셔서 감사하다. 이렇게 심도 있고 깊은 질문 해주셔서 제가 감사드린다. 오늘 공연하는데 기자들만 불러 전막 공연을 하는 것이 처음으로 알고 있다. 이런 것도 새로운 시도이고 또 창작이니만큼 '창작이니 썩 만들었네'란 생각은 하시지 않을까 내심 기대해본다. 오늘 기자 여러분도 '어디 한번 잘하나 보자' 보다 관객의 입장으로 즐겨주시면 좋겠다. 저도 극을 볼 때 느끼지만, 관객의 호응이나 박수 속에 공연을 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재미와 감동, 감정이 달라서 걱정된다. 배우들이 더 집중할 수 있게 잘 봐주시면 좋겠다. 단점을 찾기보단 좋은 점, 새로운 점을 찾아봐 주시길 부탁드린다.

ㄴ 이지나 연출: 첫선 보이는 작품이라 앞으로 좋은 기회가 와서 좋은 점은 살리고 시행착오를 했던 점을 더 발전하고 좋게 만들어서 좋은 컨텐츠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ㄴ 김문정 작곡: 제가 하고 싶던 말이었는데 준수 씨와 마음이 통했다(웃음). 작곡가로서 지휘자가 아닌 객석에서 공연을 봤는데 다들 무척 긴장하고 있다. 많이 박수 쳐달라. 원작이 있는 작품이지만 제겐 완전 창작이나 다름없었다. 이 작품을 하며 준수 씨의 구성력이나 곡 해석, 은태 씨의 저음 능력, 재웅 씨의 따듯한 노래를 소화하는 능력도 만났다. 서영 씨도 만났고.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 헤딩하며 곡부터 작업했는데 그 결과물을 이렇게 보러와 주시는 분들이 생겨서 감사하다. 끝까지 힘내서 갈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ㄴ 조용신 작가: 3년 전에 작은 워크샵을 하고 많은 분이 격려를 해주셔서 그걸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해왔다. 제작사를 만나고 김준수 배우를 만나고 이지나 연출이 선장역을 해주셔서 대극장에 올리는 창작 뮤지컬이란 미션을 성공한 것 같다. 작품은 보시기에 따라서 만족할 수도 없을 수도 있지만 만드는 사람들은 굉장히 행복하게 만들었다. 저희가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 무대에서 잘 표현돼 객석에까지 잘 전해지면 좋겠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문화뉴스 서정준 | some@mhns.co.kr

    독자와 공감을 통해 더 나은 내일을 만들겠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