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쓰리테너'로 유명한 플라시도 도밍고가 한국에 돌아왔다.

지난 2014년 이후 2년 만에 내한한 플라시도 도밍고는 2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콘서트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1억 원 상당의 협찬품을 기부하기로 하는 등 '오페라의 제왕'다운 면모를 보여준 그는 9월 3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국의 팬들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기자간담회에는 이번 콘서트에 참여하는 문세훈, 소프라노 강혜명, 지휘자 유진 콘과 도밍고가 젊은 성악가를 발굴하기 위해 1993년부터 개최한 '오페라리아 더 월드 오페라 콩쿠르'에서 2016년 우승을 한 김건우와 2015년 2위에 입상한 박혜상 역시 함께했다.

   
 

이들은 도밍고와 함께 환상의 앙상블을 이룰 예정이다. 1부에서는 이탈리아 오페라 아리아의 정수를 선보인다. '가면무도회' 중 '그대는 내 명예를 더럽혔도다'로 오프닝을 열며 김건우와는 '진주조개잡이' 중 테너와 바리톤의 이중창 '성스러운 사원 안에서'를, 테너 문세훈과는 베르디의 '돈 카를로' 중 '우리는 함께 살고 함께 죽는다'를, 소프라노 박혜상과는 도니제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중 '창백한 빛이 내 얼굴에 비치네'를 부른다.

2부에선 도밍고가 지휘자로서의 모습도 선보인다. 문세훈과 강혜명, 김건우의 주옥같은 아리아를 지휘하며 후배 성악가들을 리드하고, '베사메무쵸',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의 'On the Street Where you live' 등 대중적이고 친숙한 레퍼토리도 선사한다. 도밍고의 인사와 함께 시작한 기자간담회를 확인해 보자.

   
▲ 플라시도 도밍고

이번 콘서트에 참여하는 소감을 들려달라.

ㄴ 도밍고: 우선 한국으로 초대해준 여러분께 감사하고 또다시 한국을 찾게 돼 기쁘다. 이번에 올 때도 느꼈고 그전에도 느꼈지만, 한국에는 엄청난 음악적 재능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가정마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음악 공부를 한다는 것도 알고, 지난 2년간 '오페라리아(더 월드 오페라 콩쿠르)'를 통해 한국의 숨겨진 재능을 찾게 돼 기쁘다. 이렇게 자리해준 다른 뮤지션들과 무대에 서는 것도 기쁘고 후원과 주최에게도 감사하다.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도 다시 무대에 서게 돼 기쁘다. 일요일에 있을 콘서트를 즐겨주시기 바라며 특히 젊은 아티스트들과 함께하는 것도 영광으로 생각한다.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음악적 메시지와 오늘 이야기에도 기대를 부탁한다.

ㄴ 김건우: 테너 김건우다. 너무 좋은 기회에 도밍고 마에스트로와 함께 같은 무대에 서서 같은 콘서트를 진행하게 돼 너무 영광이고 특별히 제일 기대되는 것은 같이 듀엣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이다. 영광이며 기대된다.

ㄴ 박혜상: 소프라노 박혜상이다. 작년에 '오페라리아(더 월드 오페라 콩쿠르)'를 통해 도밍고 선생님을 처음 뵙고, 올해에 멕시코에 초청받아 한 번 더 게스트로 가 문세훈, 김건우와 함께 공연할 기회를 가졌었다. 또다시 한국 무대에 초대해주셔서 제겐 너무 영광이고 한국 아티스트와 무대에 만날 수 있는 것도 기대되고 설렌다. 준비 열심히 한 만큼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보이겠다.

ㄴ 문세훈: 테너 문세훈이다. 한국에서 큰 공연을 갖게 되는 것은 처음인 것 같은데 저뿐만 아니라 모든 테너가 우상으로 여길 플라시도 도밍고와 함께하는 연주라 너무 꿈만 같다. 그분이 젊은 성악가들을 선택해 연주에 세워주신 것만큼 기대에 보답할 수 있게 준비해 멋진 연주 하겠다. 너무 설레고 감사하다.

ㄴ 강혜명: 소프라노 강혜명이다. 지금 여기 계신 모든 분의 볼을 꼬집어볼 정도로 꿈인가 생시인가 싶다. 제 옆에 앉아계신 마에스트로가 진짜라는 점이 소름 돋을 정도다. 스페셜 게스트로 초대됐는데 저 외에도 많은 분을 놓고 고심하셨단 이야길 들었다. 최종적으로 제가 선택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기쁜 나머지 지금도 이 마음을, 꿈에서 깨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2일 날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해 여러분께, 마에스트로에게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

   
▲ 김건우 테너

최근 세계적으로 클래식 시장이 많이 위축되고 있다. 대중음악과의 협업이 필요하단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기존에 그런 혁신적 시도를 이미 해왔던 입장으로 앞으로 아시아, 혹은 전 세계의 클래식 시장이 팝페라 시장과 조화를 이뤄야 할지 궁금하다.

ㄴ 도밍고: 오페라의 역사는 이제 100년 정도 됐다. 사람들이 모두 로봇으로 변하거나 감정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오페라는 계속될 것이다. 오페라는 인간의 본성과 감정을 반영하기에 현대적 음악과의 크로스오버도 중요하지만, 원작자들을 존중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만약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교육이 이뤄지고 쉽게 아이들에게 가르친다면 클래식 시장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문화적 혜택을 받지 못한 개발도상국 등에도 이런 오페라를 선보일 기회가 중요하다. 중국에서는 맥베스를 공연한지 이제 겨우 9년 정도 됐다.

   
▲ 박혜상 테너

이번에 특별히 한국의 젊은 성악가들과 무대를 꾸미는데 계획한 이유가 특별히 있는지.

ㄴ 도밍고: 커리어 초반부터 젊은 아티스트들과 같이 공연하는 것을 원했다. 1971년 런던에서 오페라 공연을 할 때도 언젠가 젊은 아티스트들과 공연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고 이후 다방면으로 그 꿈이 이뤄져서 행복하다. '오페라리아'란 기회를 통해 젊은 재능을 발굴해 전 세계에 선보이는 것도 크게 기쁘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프닝 위크에 '오페라리아' 출신이 8명이나 참석해 큰 감명을 받았다. 젊은 아티스트들과 함께 일하는 곳이 세계적으로 여러 군데 있다. LA, 발렌시아, 워싱턴 등이 있다. 한국의 젊은 아티스트들과 함께한 것도 큰 기쁨이다. 여태까지 한국의 '오페라리아' 우승자가 10명 정도 될 정도로 한국인들은 오페라와 클래식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 문세훈 테너

레퍼토리 중 한국 관객을 위한 것이 있다면.

ㄴ 도밍고: 한국의 노래 레퍼토리는 정말 아름다우며 계속해서 부르고 싶다. 실제로 한국의 노래만으로 수록된 앨범을 제작하는 것도 관심이 있고 추진 중이다.

   
▲ 강혜명 테너

개인적으로 한국 시장이, 또는 동아시아 시장이 유럽이나 다른 지역에 비해 어느 정도 중요한지. 특히 한, 중, 일의 관객 중 한국의 팬들이 어느 정도 중요한지 설명해 달라.

ㄴ 도밍고: 한, 중, 일 3개국이 다 의미가 있다. 일본은 서양음악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가장 앞서있고 클래식 공연을 내후년까지 장소 예약하기 어려울 정도인 곳이다. 한국은 이제 막 성장하는 곳인데 성장 속도가 놀랍고 문화를 누리는 모습도 놀랍다. 중국은 내년에 오페라 10주년을 기념해 여러 가지 프로덕션이 있을 예정이다. 유럽은 클래식 시장이 정체돼 정통 오페라 공연을 하려 하지 않는 편인데 중국은 원작을 살린 정통 오페라 공연을 하려고 한다.

ㄴ 유진 콘: 젊은 아티스트들과 일하는 것은 참 각별하다. 여러분은 대부분 도밍고에게 성악이나 노래에 대해 집중했지만 그의 지휘 능력은 음악, 기술, 비주얼까지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저는 1972년부터 한국과 인연이 시작돼 계속 여행오거나 문화를 즐기고, 공연 관련된 일로 오는 것도 참 좋은 경험이었다.

ㄴ 도밍고: 서울엔 정말 여러 재능있는 오케스트라가 있지만 그중 젊은 편인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집중력도 있고 성실하고 일하는데 열정적이다.

   
▲ 유진 콘 지휘자

마지막 내한 공연이 될 것이란 이야기를 했다. 아직 건강해 보이는데 다음 내한 공연을 기대할 만한지.

ㄴ 도밍고: 건강 상태는 좋다. 다시 돌아오길 무척이나 기대하고 있다. 사람 일은 모르기에 이렇게 뮤지션으로 활동하는 기간이 3개월 후에 끝날지 3년 뒤에 끝날지 모르며 지금까지 지속한 사실도 놀랍다. 2014년에 이어 2016년에 내한하게 됐는데 다음에도 이 정도 사이에 돌아올 수 있으면 좋겠다.

   
 

함께 '쓰리테너'로 이름을 날린 호세 카레라스가 몇 년 전 한국 공연을 급히 취소하고 돌아간 적이 있다. 그와 연락을 하고 지내는지. 무엇을 하는지 혹시 알고 있나.

ㄴ 도밍고: 오페라를 공연하고 있지만 주로 콘서트에 서고 있는 것 같다. 2, 3달 전에 바르셀로나에서 회포를 풀 기회가 있었다. 사진도 같이 찍고 '쓰리테너'의 경험에 관해 이야기하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들은 바로는 고별 투어를 계획 중이라고 했다. 제 생각엔 고별 투어는 재밌는 말이다. 난 고별 투어를 믿지 않지만, 만약 정말 하게 된다면 같이 무대에 서거나 공연을 보러 가고 싶다.

   
▲ 도밍고가 증정 받은 와인에 싸인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ㄴ 도밍고: 관객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다. 특히 한국 관객은 반응이 너무 좋고 대중의 사랑 없이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젊은 아티스트들도 커리어가 피어나기 시작한 지금 단계에서도 그것을 알 것이다. 계속해서 관심 가져주시고 이번 무대를 즐겨주면 좋겠다.

   
▲ 도밍고가 핸드프린팅을 하고 있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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