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김은성 작가, 배우 윤나무, 최나라, 이지연, 김광보 연출이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하반기 연극 기대작 중 하나인 '함익'의 베일이 벗겨졌다.

 
30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에 있는 세종문화회관 세종M씨어터에서 서울시극단 연극 '함익'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10월 16일까지 열리는 창작극 '함익'은 서울시극단의 예술감독이자 올해 이해랑연극상 수상자인 김광보 연출과 '달나라 연속극', '로풍찬 유랑극단', '뻘' 등 고전 희곡의 한국적 재해석으로 '재창작의 귀재'라고 불리는 김은성 작가의 만남으로 주목받았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의 심리적 고독에 주목해 '햄릿'의 섬세한 심리와 그에 내재한 여성성을 중심으로 '함익'이라는 캐릭터를 등장시키며, 재창작된 이번 작품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일상적인 고독을 만나게 하며 관객들에게 전혀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 '햄릿'을 선보였다. 박동우 무대감독의 무대 연출은 김광보 연출이 추구하는 '미니멀리즘'과 부합된 흥미로운 구조였다.
 
한편, 이번 공연의 주인공 '함익' 역엔 최나라가, '함익의 분신' 역은 이지연이 맡았고, 주인공인 '함익'의 고독한 내면을 흔드는 연극청년 '연우' 역엔 객원배우로 윤나무가 출연했다. 전막 시연 후 김광보 연출, 김은성 작가, 배우 최나라, 이지연, 윤나무가 참석한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들의 이야기를 살펴본다.
 
   
▲ 김광보 연출이 인사말을 남기고 있다.
 
공연을 올리게 된 소감을 들려 달라.
ㄴ 김광보 : 서울시극단 단장 부임한 지 16개월 접어들고 있다. 단장으로 부임하면서, 서울시극단을 어떻게 이끌어가겠다는 것을 밝힌 바 있다. 5개의 사업이 있는데, 창작극, 고전극, 가족극, 창작 플랫폼, 시민연극 교실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창작 플랫폼과 시민연극교실 사업은 세종문화회관의 공공극장 역할로 하는 것이다.
 
고전극은 '헨리 4세 Part1 & Part2 - 왕자와 폴스타프'를 봄에 했다. 그리고 창작극은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어려운 작업인데, 김은성 작가님이 잘 써주셔서 잘 만들었다. 감사하다.
 
이지연 : 열심히 준비한 만큼 많이 보러와 주셨으면 좋겠다. 처음 ' 햄릿'을 고등학교 때 읽어봤는데, 당시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말만 길고, 무슨 말인지도 몰랐다. 길기만 하고, 심각한 이야기구나 하고 잘 이해하지 못했다. 이번에 하면서 몇 번 작품을 읽고 나니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아직도 고독에 대해 많이 느끼려 하는 중인데, 공연하면서 더 찾아보려 한다.
 
최나라 : 공연 끝날 때까지 점점 더 좋은 무대로 관객들과 만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대학교 다닐 때, '햄릿'에 대한 평을 보면 신중한 사람이라고 하거나, 우유부단한 존재라고 나뉘었다. 나는 후자였다. '햄릿'의 만나며, '햄릿'의 마음을 헤아려봤다. '햄릿'이 고민을 하고 힘들게 사는 것을 생각했다. 살면서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결단하기까지, 두려워하고, 갈등하고 있는 것은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 이지연(왼쪽)과 최나라(오른쪽) 배우가 작품의 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윤나무 : 서울시극단에 객원배우로 출연하게 되어 영광이다. 연출님, 작가님 모두 뵙고 싶은 분들을 만나, 좋은 작품에 출연하게 되어 너무 영광이었다. 고등학교 때 이 극장에서 공연을 보고 배우로 꿈을 꿨다. 나 같은 어린 친구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바람이다.
 
'함익' 연습과정에서 내 마음도 '연우'처럼 '햄릿'을 이렇게 이야기하고, 작가님이 써주신 대로 이렇게 해석할 수 있구나, '연우'는 이러한 마음으로 '햄릿'에 접근했다는 것을 연구하면서 너무나 새로웠다. '햄릿'도 고전의 주인공이 아니고 보통 사람과 똑같은 사람이라고 해석하니 정말 감개무량했다.
 
김은성 : 부족한 작품을 여름 내내 좋은 작품으로 만들어보겠다고 애쓴 스태프와 배우들의 땀방울이 조금이라도 위로받을 수 있도록 부디 많은 관객이 와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윤나무 배우가 객원배우로 서울시극단에 합류했다. 어떻게 봤는가?
ㄴ 김광보 : 윤나무 배우는 대학로에서 작업하면서 알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연극 임하는 자세가 성실하다. 빈말이 아니고 정말 성실하고, 겸손해서 어떤 디렉션이라도 받아들이려는 배우다. 소문을 들었는데, 작업하니 역시 그러한 배우였다.
 
김은성 : 나도 '연우'라는 배역을 쓸 때, 성실하고 겸손한 인물이라고 생각해서 썼다. 잘 맞을 거라고 본다.
 
   
▲ 윤나무 배우가 서울시극단 공연에 객원배우로 출연한다.
 
극에 등장하는 원숭이의 이름을 '햄릿'으로 정한 이유는?
ㄴ 김은성 : 이 작품에서 '함익'은 원작처럼 생각이 많고, 하고 싶은 욕망은 많은데 현실에서는 그것을 실현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한편, '햄릿'은 속으로 갈망하는 인물인데, 원숭이는 동물이다. 그래서 생각하지 않고, 본능적으로 움직이고, 반응한다. 그런 존재가 '함익'을 자극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물이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동물이 나오면 재밌을까 생각해보니 원숭이로 설정하게 됐다. '햄릿'을 원숭이로 등장시키면 무모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꼭 해보고 싶었다. '햄릿'이라는 작품을 인류고전으로 아끼고, 훌륭한 작품이라고 평가를 계속해야 할 이유도 있겠지만, 질문도 하고, 함부로 가지고 놀아보는 태도도 분명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용기를 내봤다.
 
'함익'이라는 이름을 지은 이유는 무엇이며, 한자로 해석하면 어떤 뜻일까?
ㄴ 김은성 : '함익'이라는 이름을 처음 생각한 것은 5년 전이었다. 장난삼아 '햄릿'을 우리 이름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냐고 생각했다. 한자 이름을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런 질문을 받을까 봐 고민한 것이 있는데, 굳이 붙이자면 '날개 익(翼)'자일 것이다. 날아간다는 의미로 하고 싶었다. 꿈을 꾸는 존재로 나름 애써서 만든 것은 있다. 그래도 한자 이름을 생각하고 만든 것은 아니다.
 
   
▲ 김은성 작가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작품에 '햄릿'은 '함익'일 수도 있고, '함익의 분신'일 수도 있고, 원숭이 이름일 수도 있고, 극중극에 등장하는 '햄릿'일 수도 있다. 어떤 '햄릿'에 주목해야 하나?
ㄴ 김은성 : 모르겠다. (웃음) '햄릿'이 꼭 한 명이어야 할까 싶다. '햄릿'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햄릿'이라는 존재나, '햄릿'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햄릿'이 살았던 그 시대의 삶을 살기란 매우 어려운 조건이 있다. '햄릿'은 굉장히 영웅적인 인물성을 가지고 있다. 그 영웅적인 인물성을 셰익스피어는 비극의 구조 안에 만들어냈다. 남성적 영웅이 아니더라도, 이 시대 '햄릿'의 인물성을 가진 인물은 어떤 것이 있을까? 원초적 '햄릿'은 어떤 것일까 하는 것을 고려해 만들어갔다.
 
작품에서 "'죽느냐 사느냐'가 아닌 '죽어 있느냐, 살아 있느냐'"라는 대사가 반복해서 나온다. 작품의 메시지일 것 같다.
ㄴ 김은성 : 내 마음속에서 어떤 진심과 욕망이 있는데, 솔직하게 자신을 대변하고 응시하면서 모두 다 성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성취하려고 노력하고, 충만하게 살고 있는가를 생각했다. 그렇게 살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이 극의 주인공인 '함익'은 어린 시절부터 그런 경험이 없었고, 그래서 무언가 어떤 본능적인 욕망에서 어려워하고 힘들어했다. 그렇지만 살아있는 게 어떤 것인지 맛을 봤다. 자신의 삶에서 어떻게 그것을 가지고 살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사느냐, 죽느냐'라는 문제를 맞이한 것 같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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