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 리뷰] '그대, 그런 사람이 되어주었는가' 연극 '킹스 스피치'
  • 박한나 기자
  • 승인 2020.12.2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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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보고 쓰는 공연 리뷰 연극 '킹스 스피치'
두려워 하지 말라는 얘깁니다, 연극 '킹스 스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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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 리뷰] 그대, 그런 사람이 되어주었는가. 연극 '킹스 스피치'

[문화뉴스 MHN 박한나 기자] 직접 보고 쓰는 공연 리뷰, '고난을 극복할 힘을 준 그에게, 그대는  그런 사람 되어주었는가' 연극 '킹스 스피치'

조지 5세를 향한 뜨거운 박수를 뒤로하고 연설단 위에 선 영국의 둘째 왕자 버티. 입을 떼려는 순간 그를 감싸는 웅성거림과 따가운 시선에 말하기를 주저한다. 그런 그를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아내 엘리자베스, 그렇게 버티는 멍청한 영국의 왕자가 된다. 괴로워하는 그를 위해 엘리자베스는 결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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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 리뷰] 그대, 그런 사람이 되어주었는가. 연극 '킹스 스피치'

"부탁하는겁니다. 규정상 다섯걸음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어린시절 2차 세계대전의 트라우마로 말더듬증이 었던 작가 데이비드 세이들러, 어느날 듣게된 조지 6세의 이야기는 자신과 묘하게 닮은듯한 모습에 호기심을 갖게된다. 그렇게 조지6세의 이야기를 남기고 싶어하던 세이들러는 언어치료사 '라이오넬'의 존재를 알게되고 그의 아들과 연락이 닿으며 조지 6세의 치료 당시 수첩을 손에 쥐게 된다. 그러나 왕비 엘리자베스의 반대로 세이들러는 20년이 지난 후 대본을 쓰게 되었고 아내의 권유로 당초 계획되었던 연극대본이 아닌, 희곡으로 '킹스 스피치'를 완성한다.

완성된 희곡'킹스 스피치'는 희곡을 넘어 영화로 다시 연극으로 되살아났다. 이미 영화로 제83회 아카데미와 제 68회 골든 글로브, 제 64회 영국 아카데미 등 영화계의 찬사를 받은 작품이지만, 무대에서 꼭 보고싶다는 세이들러의 바램대로 작품은 무대화되었다. 애드리언노블 연출의 주도하에 2012년, 연극 '킹스 스피치'는 영국 길퍼드에서 초연되었다. 이후 영국 전역 투어를 거쳐 마침내 웨스트엔드 무대에 올랐고 지금까지 독일, 미국 등 총 9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공연되고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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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 리뷰] 그대, 그런 사람이 되어주었는가. 연극 '킹스 스피치'

1925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형 데이비드를 대신해 폐회사를 낭독하게 된 영국의 둘째 왕자 버티.
자신에게 집중되는 시선과 웅성거림에 괴로워하던 그는 마이크를 잡고 조심스레 입을 열어보지만... "귀귀귀족 여러분, 신사 숙녀 여러부부분... 그리고 저기 계신... 폐... 폐.. " 폐회사는 최악으로 끝이 난다. 그런 그를 애처롭게 지켜보던 아내 엘리자베스는 언어치료사 라이오넬을 찾아가고 버티는 왕족인 자신에게 능청스럽게 1실링을 건 내기를 제안하는 라이오넬이 달갑지 않다.

조지 5세 서거 이후, 세기의 스캔들을 일으키며 왕위를 내려놓은 형 때문에 본의 아니게 왕위에 오를 처지에 놓이게 된 버티는 결국,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라이오넬과 함께 말더듬증 치료에 나선다. 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세기의 선동가 히틀러에 맞선 말더듬이 영국 왕, 과연 영국 국민을 단결시킬 연설에 성공할 수 있을까.

말더듬증을 극복하기 위해 라이오넬을 찾아온 엘리자베스와 버티, 그러나 라이오넬은 보통의 언어치료사와는 뭔가 다르다. 궁전으로 찾아와 진료하라는 그들의 말에도 꿈쩍하지 않고 자신의 치료실로 올 것을 제안한다. 심지어는 자신의 집에서 치료받을 것을 말한다. 과감하다 못해 무례한 라이오넬의 태도에 버티는 자신과의 거리를 둘 것을 말한다. "규정상 다섯걸음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부탁입니다."

사실 라이오넬은 언어치료사가 아니다. 고향 오스트리아에서 전쟁의 후유증으로 말을 더듬는 이들을 배우로서 고쳐준 정도가 전부이다. 그러나 그런 그의 능력은 어느새 입소문을 타고 왕실까지 전달된 것이다. 전문적이지 않아보여도 버티는 라이오넬의 치료로 점차 말더듬증을 해결하게 되지만, 아직 연설문을 읽기에는 터무니없는 실력이다.. 과연 그는 극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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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을 읽어주고 싶어요"

아버지 조지 5세의 죽음으로 다음 왕위 승계자인 형 데이비드가 왕위 계승에 나서게 된다. 그러나 결혼한 여자와 불륜관계에 놓인 데이비드는 자신의 사랑을 되레 앞세우며 정당화하려고 한다. 이에 왕실의 권위를 하락시킬 수 없었던 귀족들은 데이비드가 아닌, 버티를 조지 5세를 이을 새로운 왕으로 추대된다.

'왕'이라는 단어만를 읽으려해도 말을 더듬는 버티가 과연 왕이 될 수 있을까. 언어치료사 라이오넬은 숨겨두었던 버티의 마음 속 이야기를 계속 자극하며 끌어낸다. 그리고 알게된 버티의 진심. "내 딸들에게 내 목소리를 전해줄수도 없어요" 딸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싶다는 말에 순간의 정적이 흐른다. 아버지이기에 자식을 향한 사랑을 공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어쩌면 그 순간 라이오넬은 버티가 좋은 왕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이후, 친구가 된 버티와 라이오넬은 말더듬증을 극복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을 넘게 된다.

극중 라이오넬 역 서현철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머틀역의 이선주가 선보이는 섬세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연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무대 위 그들의 관계를 명확하게 그려내어 연극의 맛을 더욱 살려낸다. 서현철·박윤희가 라이오넬 로그 역, 박정복·조성윤이 조지 6세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라이오넬 로그의 아내 머틀 역은 이선주, 엘리자베스 왕비 역은 양서빈이 맡아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보여준다. 최명경, 정원조가 각각 조지 5세·윈스턴 처칠, 데이비드·코즈모 랭의 1인 2역 연기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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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하지 말라는 얘깁니다"

'킹스 스피치'는 친구라는 존재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하게 만든다. 연극이 진행되는 내내 함석헌 시인의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시의 한 대목이 떠올랐다.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세상의 치열함에 치닿으며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그야말로 매마른 가지와도 같이 위태로워 보인다. 그런 아찔한 순간, 누군가의 한마디에 다시 푸른 잎을 피울 활력이 생겼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친구라는 존재는 꼭 오랜시간 친하게 지내는 존재가 아닌, 그저 마음이 외로울때, 세상의 유혹 속에 휘감길때, 알뜰하게 빠져나갈 용기와 힘을 주는 존재일 것이다. 

2020년의 연말, 그대는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 되어주었는지 질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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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킹스 스피치'는 공연은 오는 21년 2월 7일까지 대학로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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