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제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듯한 뮤지컬이다.

뮤지컬 '고래고래'는 6년 전 슈퍼록밴드 페스티벌 준결승까지 진출했던 밴드 '일번국도'가 2016년 자라섬 페스티벌에 초대되며 음악을 떠나있던 이들이 다시 음악으로 뭉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유명 인디밴드 '몽니'의 노래를 활용한 주크박스 뮤지컬인 '고래고래'는 실제로도 몽니의 보컬인 김신의가 출연하며 '그대와 함께' 등 그들의 히트곡을 들을 수 있다. 김광석, 서태지 등의 아티스트들의 곡으로 만든 다른 작품과 달리 밴드를 다룬 작품에서 밴드의 곡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고래고래'는 한결 더 친숙한 음악을 선사한다.

   
 

또 대학로 유니플렉스에서 공연되는 것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객석과 무대의 거리가 짧고 호흡이 느껴지는 공연장은 음악의 비트에 맞춰 가슴이 뛰는(문학적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뛴다) 경험과 함께 한 편의 뮤지컬이자 좋은 배우들과 함께하는 콘서트에 온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배우들의 연기도 최고의 호흡을 자랑한다. 극의 1막은 혹시나 대본이 없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찰떡 궁합의 애드립을 과시한다. 2막에선 분위기가 달라져 진지한 톤이 많아지는데 그래도 감정적으로 관객을 힘들게 만들거나 하지 않는다. 관객은 그저 편안히 앉아 배우들과 함께 자라섬 도보여행을 따라가면 된다. 그 안에서 울고 웃으며 네 남자의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영민의 입이 트이는 마지막 과정이 너무 드라마틱하지 않다는 점과 함께, 결국 그의 트라우마가 해소되는 지점이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극 중간에 힘을 보태는 지점이 있지만, 그 지점과 엔딩의 간격이 커서 영민의 감정선을 온전히 잇기는 어려워보인다. 매니저 혜경의 여행 동기 역시 어느새 휘발되고 그저 네 남자의 동행인에 가깝게 그려지는 것도 아쉽다.

   
 

하지만 '고래고래'는 나머지 네 명, 민우와 호빈, 병태, 그리고 매니저들을 통해 이 불완전한 감정을 완성시킨다. 노래 잘하고 싸움도 잘하고 멋진 보컬인데 여자친구를 비극적으로 잃어 실어증에 걸린, 사실상 비현실적인 캐릭터에 가까운 영민과 달리 아픈 어머니를 두고 고시공부를 하는 민우나 친구들 앞에서라도 잘나가고 싶은 호빈, 이들을 중재하는 병태와 호빈을 믿고 함께하며 또 그게 자신의 욕심이기도 한 매니저들은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으로 관객에게 다가온다.

   
 

페스티벌에 늦어 참가하지 못하는 엔딩도 이들의 우정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그저 역경을 뚫고 페스티벌에 참가해 유명해지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더래요가 아닌, 앞으로도 미래가 불확실한 이들의 도전과 청춘이 관객의 마음에 더욱 와닿을 것이다.

청춘 힐링 뮤지컬 '고래고래'는 11월 13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된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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