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기로에 선 청소년들이 후회 없이 즐길 수 있는 시간 되길
대한민국 연극의 미래를 열 청소년이 만든 ‘제12회 서울청소년연극축제’ 개막

서울연극협회 이훈경 예술감독/ 사진 = 문화뉴스 

 

[문화뉴스 문수인 기자] 청소년들을 위한 주요연극축제 중 하나인 ‘제12회 서울청소년연극축제’가 오는 7월 16일(금)부터 7월 25일(일)까지 10일간 대학로 후암씨어터에서 열린다.

올해 축제는 고등학교 연극 동아리가 참가하는 '경연대회', 배우를 꿈꾸는 청소년을 위한 '독백경연대회', 예비 연극인을 위한 '특별강연'으로 구성된다.

7월 16부터 17일까지 열리는 독백경연대회에서는 전국 만 20세 이하 청소년 103명이 무대에 오른다. 독백 연기 이후에는 심사위원들의 심사평과 조언을 들을 수 있다.

18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되는 경연대회에는 서울 지역 12개 고등학교 연극 동아리가 참가해 경연을 벌인다.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받은 3개 동아리는 8월 2일부터 충남 공주에서 개최되는 제25회 전국청소년연극제 서울 대표로 참가한다.

마지막으로 24일에는 특별강연이 진행된다. 1부에서는 서울예술대학교 공연창작학부 황두진 교수가 연극영화과 입시컨설팅을 진행하고, 2부에서는 배우 박호산의 토크콘서트가 이어진다.

꿈을 가진 청소년들의 열정이 모여 완성되는 서울 대표 청소년 축제의 이훈경 예술감독을 만났다. 그는 미래의 연극인이자 잠재적 관객이 될 귀한 청소년 인재들을 조명하며 어른들도 바삐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연기를 하고자 하는 청소년들의 꿈을 지지해 온 이훈경/ 사진 = 문화뉴스 

 

Q : 이번 제12회 서울청소년연극축제에서 예술감독님을 맡으셨습니다. 예술감독으로 중점을 둔 사항은 무엇일까요?
A : 서울연극협회의 청소년 연극제는 언제나 청소년이 주인입니다. 청소년들이 행복한 축제여야 합니다. 때문에 모든 일정이나 예산 집행, 시상에 관한 것까지 아이들을 위한 것인가? 무엇이 더 필요한가?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봅니다. 이 축제가 다양한 곳으로 나아갈 아이들에게 크고 값진 경험이 되었으면 합니다.

Q : 서울청소년연극축제가 12회까지 이어온 힘은 무엇일까요?
A : 학생들을 위한 행사, 축제, 공연들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청소년’들을 위한 ‘연극축제’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르지만 많은 학교에서 연극부의 전통을 이어가려는 기특한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1년에 한 번 있는 이 축제는 자신들의 학창시절 동안의 선택을 인정해주는 중요한 과정이 되었습니다. 학교의 지원과 관심이 없어도 스스로 길을 찾고 연습하며 다른 학교와 교류하며 소통합니다. 

 

청소년을 비롯한 연극인과 진실되게 소통하고자 하는 이훈경 예술감독 / 사진 = 문화뉴스
청소년을 비롯한 연극인과 진실되게 소통하고자 하는 이훈경 예술감독 / 사진 = 문화뉴스

 

청소년들의 열정을 외면하지 않고

뛰어놀 공간을 제공해야

 

어른들은 그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었을 뿐입니다. 그 놀이터를 유지해온 것은 청소년들의 ‘갈망’과 ‘열정’입니다. 결국 축제를 이어온 것은 그 놀이터에서 잘 놀고 있는 청소년들이죠. 우리는 그 갈망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 했을 뿐, 조금만 둘러보면 연극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갈증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정부와 어른들은 여전히 외면해버리고 마는 청소년 예술문화, 이 부분이 정말 속상하고 미안하기도 합니다.

Q : 미래의 연극인이 될 청소년이 참여하는 축제라 의미가 깊은 것 같습니다.
A : 미래의 연극인이기도 하고, 미래의 잠재적 관객이기도 합니다. 
어른들도 외면해버리는 기초예술을 아이들이 탐구한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의미 있는 작업입니다. 요즘 청소년들은 정말 다재다능합니다.

MZ세대,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요즘 친구들은 공연에 필요한 영상편집, 음악, 포스터, 의상, 분장 등 참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요즘 청소년들의 영리함에 연극계에 밝은 미래가 그려집니다. 

 

제12회 서울청소년연극축제 포스터 / 사진 = 서울연극협회 제공
제12회 서울청소년연극축제 포스터 / 사진 = 서울연극협회 제공

 

Q : 코로나19로 많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서울청소년연극축제는 어떤가요?
A :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쓰려옵니다.
100명이 넘는 친구들이 참여하던 독백대회, 각종 부대행사, 특별강연을 진행했어야 했습니다. 또한, 학생 운영진이 형성되어 있어서 학생운영단에서 행사를 만들어 갔었는데, 작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3개의 학교가 참여하고 PT 발표를 통해 본선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참가한 친구들에겐 소중한 경험이기도 하지만 사전예선 공연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것들. 다른 학교들과의 교류, 시행착오를 체크 하지 못해본 것이 안타깝죠. 참가하지 못한 학교들은 올해 코로나로 인해 동아리 신입생을 뽑지 못해 동아리 자체가 없어지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공연 한 번 못해보고 졸업하는 친구들이 많아졌습니다. 각 학교 연극부들은 선배들이 대회나 공연을 통해 얻은 행복감과 성취감을 후배들에게 전달해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지켜주기 때문에 계승할 수 있는데, 그 경험치가 없어진 동아리가 유지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인생에 한 번뿐일 지도 모르는 시간,

끝까지 도전해야 후회없다

 

배우이자 연출가, 극작가이자 청소년들의 스승인 이훈경 예술감독 / 사진 = 문화뉴스
배우이자 연출가, 극작가이자 청소년들의 스승인 이훈경 예술감독 / 사진 = 문화뉴스

 

Q : 예술 감독님도 연기자의 길을 걸으셨습니다. 연극인의 꿈을 키우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 웃으면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연기하겠다는 친구들 있으면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면서 말리겠다고요. 제가 연기하겠다고 했을 때, 제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만큼 힘든 길이고 인정받기 어려운 길입니다. 본인이 선택한 길이기에 주변에서 응원을 해주지 않아도 투덜댈 수 없는 선택이죠. 그럼에도 포기 못 하는 이유는 바로 ‘예술에 대한 중독’ 때문일 겁니다.

저도 고등학교 때 동아리에서 해본 그 경험치가 절 중독시킨 것입니다. 무엇보다 그 시절, 연극부로 인해 지금의 제가 있습니다. 열심히 해서 나름 탄탄한 기반을 다지고 나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모교에 대해 잊고 살았는데, 재작년 모교에서 연극을 지원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들이 들 것에 소품과 의상을 싣고 사비로 햄버거를 사 먹는 모습을 보며 학교에서 지원을 해주지 않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지원해주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심지어 이런 축제에 참여하는 줄도 모른다고요. 그 자리에서 같이 울었습니다. 

그날을 계기로 초심을 찾을 수 있었던 건, 내가 그곳을 나왔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한 번쯤은 돌아볼 수 있었다면 도와줄 수 있었을 텐데···. 잊지 않고 있어야 하는 소중한 것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고민의 기로에서 수많은 만류에도 불구하고 선택했다면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힘이 필요합니다. 후회 없이 끝까지 싸우고 버텨내 봐야 포기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걷기 시작했다면 무한한 믿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그 행보를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Q : 축제에 참가하는 청소년들과 스태프들에게 응원의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A : 코로나19로 쉽지 않은 시기에 학업과 병행해가며 준비하시느라 너무 고생 많았습니다. 여러분들의 눈부신 젊음이, 그리고 빛나는 청춘을 위해 박수를 보냅니다. 부디 지금의 시간이 여러분의 인생에 소중한 한 페이지가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이훈경 예술감독 / 사진 = 서울연극협회 제공
이훈경 예술감독 / 사진 = 서울연극협회 제공

 

<이훈경 예술감독 주요 약력>

서울연극협회 이사
월간 한국연극 편집위원
극단 제자백가 대표
창작공간연극축제 운영위원장
배우, 연출, 극작가
문화연극예술강사 

2018~2021 청소년연극제 심사 및 운영위원
2019  대한민국연극제 오프닝 연출부
2017 한국연극협회 젊은 연극인 상
2016 서울연극협회 젊은 연극인 상

그 외 연극 출연 21편, 체홉, 여자를 읽다 포함 12개 등 제작, 
프린스마이프랜드 외의 11개 작품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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