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콕·김기영 등 시대 초월한 12편
영화 해적문화·한국영화 대중성 토크도 진행

(문화뉴스 김지수 기자) 국립현대미술관이 영화와 미술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적 프로젝트 ‘이중시선’을 선보인다.
오는 26일부터 2026년 1월 10일까지 서울관 MMCA영상관에서 열리는 이번 프로젝트는 국립현대미술관 필름앤비디오의 마지막 기획으로, 영화 12편을 6쌍으로 엮어 시대와 장르, 시각의 차이를 새롭게 조명하는 형식이다.
‘이중시선’은 동시대 미디어 환경에서 예술성과 대중성, 픽션과 현실의 경계를 새롭게 바라보고자 기획된 상영 프로그램이다. 김기영, 알프레드 히치콕, 송능한, 조근식 등 국내외 감독 12명의 작품이 선정됐으며, 이들 영화는 서로 다른 시기와 지역, 관점을 넘나들며 시각적, 서사적 실험을 펼친다.
개막 상영작은 김기영 감독의 ‘살인 나비를 쫓는 여자’와 할 애쉬비 감독의 ‘해롤드와 모드’로, 두 작품은 죽음을 향한 욕망과 사회 규범의 전복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다. 이어지는 상영에서는 아시아 무술 영화를 재구성한 르네 비에네의 ‘변증법은 벽돌을 깰 수 있는가?’와 스티브 오데커크의 ‘퓨전 쿵푸’가 선보인다.

히치콕의 ‘싸이코’와 구스 반 산트의 리메이크작은 원작과 복제의 경계에서 감각의 차이를 실험하며, 레스 블랭크의 ‘버든 오브 드림즈’와 커스틴 존슨의 ‘카메라를 든 사람’은 영화 제작의 이면을 다룬다. 로버트 클레이머의 ‘우리 모두의 나치’와 아비 모그라비의 ‘Z32’는 전쟁과 재현의 윤리를 탐구하고, 송능한의 ‘넘버 3’와 조근식의 ‘품행제로’는 한국 대중영화의 흐름을 비평적으로 짚는다.

상영과 더불어 다양한 토크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오는 12월 20일에는 ‘영화도둑일기’의 한민수, 자막 제작자 서향경이 영화 해적문화와 관객 공동체의 변화를 주제로 이야기하며, 내년 1월 10일에는 평론가 송효정과 ‘마테리알’의 함연선이 2000년대 한국영화의 대중성과 문화 현상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에서 사전 예약을 통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회당 좌석은 120석으로 제한된다. 현장 접수는 진행되지 않는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세대를 뛰어넘는 다양한 작품들과 실험적 기획이 관객에게 영화와 미술이라는 두 장르의 경계지점을 새롭게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국립현대미술관
문화뉴스 / 김지수 기자 press@mhn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