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비율 1:3 유력…송치형 1대 주주 등극
27일 이해진·송치형 비전선포·로드맵 발표
소액주주 달래기·공정위 독과점 심사가 변수

이해진(왼쪽) 네이버 의장이 지난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시티스케이프 국제 엑스포' 현장에서 마지드 알호가일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 장관과 만나 선물을 주고 받는 모습. 연합뉴스
이해진(왼쪽) 네이버 의장이 지난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시티스케이프 국제 엑스포' 현장에서 마지드 알호가일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 장관과 만나 선물을 주고 받는 모습. 연합뉴스

(문화뉴스 이기철 기자) 국내 간편결제 1위 '네이버파이낸셜'과 가상자산 거래소 1위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가 합병한다. 기업가치가 20조원이 넘는 초대형 '디지털 금융·가상자산 복합 법인'의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금융투자업계(IB)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는 26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합병이 성사되면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과 결합해 네이버의 100% 자회사로 편입된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송치형 두나무 의장은 이사회 다음 날인 27일 네이버 제2사옥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합병 법인의 비전과 로드맵을 직접 발표할 계획이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합병 비율은 '1대 3'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의 기업가치를 약 5조원, 두나무를 약 15조원으로 평가한 수치다. 이사회 의결 후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를 거치면 합병 절차는 마무리된다.

합병이 완료되면 지분 구조에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두나무 최대 주주인 송치형 회장과 2대 주주인 김형년 부회장이 합병 법인의 1대, 3대 주주로 올라서고, 네이버는 지분 약 17%를 확보해 2대 주주가 된다.

네이버 파이낸셜 캡처
네이버 파이낸셜 캡처

외형상으로는 송 회장이 최대 주주지만, 실질적인 경영의 열쇠는 네이버가 쥘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이번 딜은 네이버가 디지털 금융과 웹 3.0으로 사세를 확장하기 위해 두나무를 편입하는 구조"라며 "송 회장이 의결권 일부를 네이버 측에 위임하는 합의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번 빅딜은 이 의장과 송 회장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지난 3월, 8년 만에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한 이 의장은 인공지능(AI)와 블록체인을 결합한 '웹 3.0' 생태계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를 보유한 두나무와의 결합은 네이버가 글로벌 디지털 자산 시장의 주도권을 쥐는 데 결정적인 '한 방'이 될 수 있다.

성장 정체에 직면한 두나무 입장에서도 네이버는 든든한 우군이다. 송 회장은 합병 후 글로벌 사업과 거래소 운영에 집중하며, 네이버의 플랫폼 파워를 등에 업고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글로벌 디지털 악보 플랫폼 기업을 인수하는 등 콘텐츠 분야를 강화해 온 행보도 같은 맥락이다.

두나무 로고.
두나무 로고.

IB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스테이블 코인 결제 도입 등 가상자산 생태계를 획기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넘어야 할 산이 험난하다. 당장 두나무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다. 전체 지분의 약 30%를 차지하는 소액주주들은 "합병 비율 산정 시 두나무의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됐다"며 독자 상장(IPO) 대비 기대 수익이 낮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주총 통과를 위해서는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27일 간담회에서 경영진이 어떤 주주 환원책과 비전을 제시하느냐가 관건이다.

정부의 심사대도 통과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페이 1위'와 '코인 1위'의 결합이 시장 독점을 초래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이번 합병이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막는 금산분리 원칙, 나아가 가상자산 투자를 제한하는 '금가분리(금융·가상자산 분리)' 이슈에 저촉되는지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문화뉴스 / 이기철 기자 thecenpe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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