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그야말로 '마스터클래스'다. 마리아 칼라스와 윤석화 두 사람의 대가를 만나는 시간이었다.

연극 '마스터클래스'는 윤석화 배우의 데뷔 40주년 기념 공연으로 지난 3월에 공연됐다가 이번에 특별 앵콜 공연으로 다시 올라왔다. 원래 9월 27일부터 공연 예정이었지만 공연을 며칠 남겨두고 전치 6주의 교통사고를 당한 윤석화 배우의 건강 상태로 인해 7일부터 16일까지 단 9회차 만이 공연된다.

하지만 최근 교통사고, 보트 전복 등 잇따라 젊고 재능있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연이은 가운데 윤석화 배우가 9회차라도 공연하는 것은 그야말로 천만다행이다. 게다가 18년 전 최연소 이해랑 연극상을 받았던 그녀가 다시 보여주는 이번 '마스터클래스'의 특별함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기적과 같은 공연이라 해도 좋다.

연극 '마스터클래스'는 실존하는 유명 오페라 가수이자 '노래의 여신'으로 불린 마리아 칼라스가 실제로 했던 마스터클래스에 영감을 얻은 극작가 테렌스 맥날리가 쓴 작품이다. 마리아 칼라스가 1971, 1972년에 걸쳐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열었던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하며 만나는 학생들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고, 이를 통해 그녀의 삶, 예술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 ⓒ샘컴퍼니

이 작품은 우선 윤석화 배우의 내공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1, 2막에 걸쳐 2시간 가까운 극을 모노드라마에 가깝게 이어가는 그녀가 보여주는 마리아 칼라스는 실재했던 마리아 칼라스처럼 보이기도 하고, 40년의 연기 인생을 담은 윤석화 자신으로 보이기도 한다.

등장하는 인물과 그들이 부르는 아리아를 들으며 마리아 칼라스는 줄곧 단순한 악보 위의 음표를 목소리로 불러내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의 것을 가수들에게 주문한다. 예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그녀의 모습과 그녀의 자신감 넘치는 대사 하나하나에서 우리는 예술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고, 한 인간이 가지는 삶의 의미를 돌이켜 볼 수 있다.

또 그녀의 독백 역시 주목할 만하다. 조명을 이용해 관객에게 뒤돌아선 그녀의 그림자를 비추면 그림자는 어느새 윤석화도 마리아 칼라스도 아닌 그녀가 떠올리는 다른 사람으로 보인다. 윤석화의 연기는 정말 놀랍다.

윤석화 외의 배우들 역시 쟁쟁하다. 특히 연약한 역할로 등장해 긴장감이 느껴지는 소피와 달리 본인의 노래를 다 부르는 샤론과 토니 역의 배우들은 실제로도 쟁쟁한 성악가로서 연극이나 뮤지컬에서 듣기 힘든 진짜 아리아를 아무렇지 않게 관객에게 내놓음으로써 작품의 극적 재미 외의 쏠쏠한 재미도 얻을 수 있다.

   
▲ ⓒ샘컴퍼니

또 이번 앵콜 공연의 백미는 커튼콜이다. 극 중에서 립싱크를 하며(실제 마리아 칼라스는 그 당시 노래를 부를 수 없던 상태다) 연기를 한 윤석화의 수줍은듯한 목소리가 터져 나올 때 우리는 그녀가 은퇴하고 삶을 반추하는 마리아 칼라스가 아닌, 앞으로도 우리의 곁에서 예술로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줄 배우임을 느낄 수 있다.

예술을 사랑하는 이라면 꼭 볼만한 연극 '마스터클래스'는 반주자 역에 안드레이 비니첸코, 소피 역에 박선옥, 샤론 역에 윤정인, 토니 역에 양준모, 김현수가, 마리아 칼라스 역에 윤석화가 출연하며 16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에서 공연된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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